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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1 08:14

영광의 재인 "긴 프롤로그가 끝나다!"

김인배의 죽음, 김영광의 퇴출, 윤재인의 난입, 판이 짜여지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비극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악인에 의한 비극, 다른 하나는 선인에 의한 비극이다. 악인에 의한 비극은 악인의 악의에 의해서, 선인에 의한 비극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과 어리석음으로 인한 잘못된 선택으로부터 비롯된다.

결국 김인배(이기영 분)는 윤재인(박민영 분)이 자신의 딸이 아닌 윤일구의 딸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다. 당장 당사자인 윤재인에게 먼저 사실을 밝혔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김인배는 비겁하고 나약하다. 윤재인을, 더구나 진실을 알게 된 윤재인을 정면으로 마주하기에는 그는 용감하지도 강하지도 못하다.

차라리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자동차 앞에서 피하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멈춰 서 있던 것은 그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서재명(손창민 분)과 맞서기도 두렵고, 윤일구의 친구로 여전히 과거 사건의 진실과 윤재인의 존재를 쫓고 있는 검사 오정혜(노경주 분)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것도 소심한 그로서는 부담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윤재인과 그리고 그같은 남편과 아버지의 부끄러운 과거를 비로소 알게 될 아내 박군자(최명길 분)과 아들 김영광(천정명 분)과 딸 김진주(남보라 분), 김경주(김연주 분) 등 가족들. 분명 그 순간 김인배는 달려오는 차를 피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포자기한 듯.

그렇게 윤재인에 대한 모든 진실은 다시 장막 저편에 가려져 버리고, 남겨진 윤재인과 남겨진 가족들은 또다른 비극으로 내던져진다. 김인배가 남겨놓은 빚과 오해로 인해 빚어진 감정의 앙금들. 윤재인은 김인배가 자신의 아버지라 철석같이 믿고 있고, 김인배의 아내 박군자와 그녀의 딸들 역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김인배가 밖에서 낳아 온 딸인 그녀를 증오하고 원망한다. 그 사이에서 어느새 생겨난 감정을 억누르고 좋은 오빠이려 하는 김영광과 그래도 아들이 낳은 핏줄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김영광의 할머니 오순녀(정혜선 분)의 다정함이 그들의 사이를 이어 놓는다. 비로소 출발점에 섰다. 김영광과 윤재인이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 오해와 갈등, 그리고 경제적 빈곤, 무력함.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아버지의 죽음과 구단으로부터의 퇴출,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막중한데 이미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야구는 잔인하게 그를 외면한다. 아마 많은 운동선수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직 학생이던 때부터 전문스포츠인이기를 강요하는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의 짙은 그늘. 운동을 그만두고 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운동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막막할 뿐이다.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결국 김영광이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사정해 볼 수 있는 곳도 그래서 구단 뿐이다. 구단으로부터도 외면당한 지금 김영광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 있을까?

하기는 그래서 드라마인 것이다. 그나마 김인배가 어렵게 용기를 쥐어짜 오정혜에게 건 전화를 정작 오인혜는 받지 못한다. 사소한 우연이 겹치며 김인배는 그 마지막 용기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죽고 만다. 농간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서인우(이장우 분)나 김영광이나 알지 못하는 새 거대그룹의 한 연회장에서 서재명에 의해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의 앞날을 결정지을 결정들이 이루어진다. 아들 서인우를 위하려는 아버지 서재명의 배려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허영도(이문식 분)의 선택이 두 사람을 위한 무대를 두 사람과 상관없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극적이라 한다.

아무튼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대사들이 너무 깊이가 없다. 그리고 캐릭터에도 두께가 없다. 과연 잠시도 쉬지 않고 있는대로 소리만 질러대는 서재명에게서 그래도 대기업회장다운, 그리고 악역다운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냥 성격 나쁜 아저씨에 불과하다. 그나마 박군자의 악다구니는 평범한 여느 아줌마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원래 그녀의 역할이란 딱 그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서재명은?

김영광과 윤재인이 함께 나누는 대화라는 것도 그렇다. 서로 너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 서로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일까? 대화들이 너무 어색하다. 억지로 쥐어짜 하는 이야기들처럼 느껴지지 않고 겉돈다. 하기는 벌써 기억조차 희미한 김영광의 두 누이들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역시나 한 가지 톤으로 일관하는 서인철의 캐릭터 역시. 그나마 그림자가 있고 명암이 있다면 서인우 정도인데 그조차 지금으로서는 유보다. 주위가 너무 안 좋다.

한 마디로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다. 철저히 드라마라고 하는 허구의 공간 안에서 드라마의 문법 아래 이루어지는 드라마다. 다른 말로 클리셰라 부른다. 전형적인 재미를 느끼고자 한다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차피 얼마나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가다. 그런 목적에서인지 상당히 전형적인 구성과 구도인데, 그러나 솔직히 그다지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다음주에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저 시작단계. 캐릭터와 배경에 대한 설명들이다. 제법 긴 프롤로그라고나 할까? 조금만 더 압축해서 보여줬다면 오히려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이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기는 하다.

묘한 매력이 있는 드라마이기는 하다. 무언가 인상은 흐릿한데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마 익숙함일 것이다. 늘 보던 것이기에 다른 고민 없이 익숙하게 재미있게 본다. 다만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김영광이 퇴출당하려는 순간 유독 관심을 보이던 서인우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의외성이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아직은 부족하다.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허영도의 영업팀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안에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관계가 이루어지면, 또한 이제까지 깔아 놓은 판 위에서 관계 속에서 더욱 캐릭터가 드러나고 사건이 부각된다.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아직은 프롤로그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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