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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0 13:13

라디오스타 "구하라의 해명, 아이돌이 사랑하는 방식..."

아직 70분을 소화하기에는 라디오스타에는 너무 무리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쩌면 이런 것이 아이돌의 사랑법일 것이다.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밥 한 끼 마음 편히 같이 먹었으면..."

사실 무리였다. 윤종신이 지적했던 것처럼 아이돌의 연애에는 당사자들만이 아닌 다른 여러 입장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양자의 소속사와 그 멤버들, 그리고 팬들. 열애설이 발표되었을 당시 그 팬들이 겪었을 혼란을 생각한다면 그저 잘 지내고 있다고 하기엔 미안한 감이 있을 것이다. 여전히 혼란은 진행형이다.

적절한 수준에서 잘 끊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로써 여전히 좋게 잘 사귀고 있다고 하는 것도 여러 입장과는 충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발표하고 나서 갑작스레 주위의 사정 때문에 헤어지고 하는 것도 그다지 보기에 좋지는 않다. 연인이 사귀다가 헤어지고 하는 것도 상당한 충격일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소재가 따라온다. 누구에게 더 큰 문제가 있었거니. 누구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느니. 때로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특히 인지도가 높은 쪽에서 그 책임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인기를 위해서 연인을 버린다는 것도 꽤나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게 되었는데 그것이 부담스러워 헤어졌다.

그런 점에서 대중에 알려진 자체가 부담스러워 막 알아가던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되어간다고 하는 말은 얼마나 절묘한가. 누가 헤어지자고 한 것도 아니다. 정확히 헤어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귀는 것도 아니다.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아슬아슬하게 모두의 입장을 충족할 수 있는 그런 멘트를 한 셈이다. 사귀지도 않지만 헤어지지도 않다. 사실상 사귀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헤어진 것도 아니다.

이제 겨우 알아가는 단계였다. 그래서 더 깊이 빠지기도 전에 사실이 알려졌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로의 거리가 소원해져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대개 그런 상황이 되고 나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 지 어지간히 연륜이 되는 연예인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구하라는 이제 겨우 21살이다. 한창 실수도 하고 혼란도 겪게 되는 나이다. 하나하나 배우며 알아가는 것이다.

<라디오스타>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성격도 한 몫 더했다. <라디오스타>는 사소한 것을 크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큰 것도 사소하게 여겨진다. 만일 <라디오스타>에서마저 구하라의 열애설을 조심스럽게 다루었다면 구하라의 열애설은 여전히 상당히 심각한 채일 것이다. 강지영의 '파주퀸' 루머에 대해서도 아예 강지영을 일진으로 몰아가며 웃음을 만들어냈듯 구하라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구하라의 열애 자체를 가지고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무슨 큰 대수이냐는 듯. 덕분에 해명하기도 편해졌다.

다른 매체였다면 꽤나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장황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도 어색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러내 놓고 묻고 드러내 놓고 대답하는 프로그램이니까.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점이 자기 입장을 정리하여 말하기도 좋다. 잘 들어주지 않을 긴 이야기가 오히려 그 점을 공격하는 <라디오스타> MC들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런 식으로도 정리가 될 수 있구나. <라디오스타>만의 매력일 것이다. 끊임없이 열애설을 가지고 공격하는데 사실상 열애설의 실체는 없다. 나중에 가면 없어진다. 실제야 어떨지 몰라도 구하라의 열애설은 일단 이것으로 일단락된다. 더구나 앞으로 계속 사귀게 되더라도 크게 무리는 없는 상황이다. 어색해서 서로 연락을 않을 뿐이지 완전히 헤어진 것은 아니다. 헤어지게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시나리오를 쓴 것이 소속사인 DSP라면 일단 감탄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안쓰러움을 느낀다. 성유리도 과거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연인과 따뜻한 밥 한 끼 마음 놓고 함께 먹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역시 아이돌의 연애는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깔끔하게 끝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끈하게 계속 이어가는 것도 아니고.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을 끌어가며 기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아이돌이라는 어려움을 이야기해준다.

참 민감한 사안이었을 텐데 <라디오스타>답게 깔끔하게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의 몫이지만 일단 기획사인 DSP와 카라 자신들로서는 할 만큼 했다. 아쉽다면 한 달만 일찍 방송되었다면 그 효과가 더욱 배가되지 않았을까? 말했듯 그 사실여부와 미디어와 언론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것으로 구하라의 열애설은 일단락되었다. 모두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최선의 방향으로.

흥미로웠다. 특히 임시 MC를 맡은 규현의 롤이 흥미로웠다. 이제까지 <라디오스타>에는 없던 새로운 샌드백이었다. 초보다운 경솔한 무리수와 MC와 게스트가 가하는 공격을 그대로 받아주는 어수룩함. 신정환과 같은 공격롤을 찾기 힘들다면 이런 타입의 당해주는 롤을 대타로 세워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해서 재미있다.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역시 현역아이돌이 출연하면 <라디오스타>로서도 한계가 있다. 설마 아무리 독하게 간다고 현역아이돌로 오히려 활동에 해가 되는 방송을 내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3류이거나 한 물 간 연예인의 경우가 물어뜯기도 쉽다. 그런 쪽이 원래 B급 버라이어티 <라디오스타>의 매력이었건만. 그러나 카라는 <라디오스타>가 감당하기에 너무 커버린 스타였다. 카라에 흠집을 내게 되면 <라디오스타> 자신이 역풍을 맞는다. 누가 게스트로 찾아올까?

카라의 장기자랑 퍼레이드로 이어지는 약간의 지루함과 뻔한 질문들로 이어지는 약간의 진부함 그리고 어수선함. 다만 그럼에도 구하라 열애설과 카라사태 당시에 대해 대놓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은 <라디오스타>만의 장점일 것이다. 왜곡되는 점 없이 구하라의 입장도 따라서 무려 4개월만에 재대로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전해졌다. 적절했다.

70분 편성으로는 아직 무리였다. 조금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릎팍도사>가 메인을 맡고 짜투리로 잠시 방송되던 것과는 달리 70분 내내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녹화나 편집에서 변화가 주어져야 한다. 임시겠지만 그 점이 눈에 보였다. <라디오스타>는 B급스럽게 짜투리 시간에 잠깐 미련을 남기며 보여지는 쪽이 훨씬 더 재미있다.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라디오스타>의 매력이다. 아쉬웠다.

아이돌의 사랑법. 어쩔 수 없이 사귄다는 사실이 알려지더라도 그대로 사귈 수도 없다. 그렇다고 헤어지는 것도 어렵다. 처음부터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응원하던 입장에서 많이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길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아이돌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많은 것을 인내해야 하는 직업이다. 재미있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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