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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8 09:12

천일의 약속 "오랜만의 고전적인 멜로드라마..."

몇 가지 불안요인에도 출발은 순조롭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오랜만의 고전적인 멜로드라마다. 이미 다른 여자와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는 남자 박지형(김래원 분)과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여자 이서연(수애 분), 어쩔 수 없는 집안사정으로 이서연을 떠나야 했던 남자와 비참해질 수 없기에 그런 남자를 떠나보내고 마는 여자의 비극. 아마도 이서연 자신에게도 어떤 더 큰 비극이 닥치게 되리라.

도입부는 매우 자극적이었다. 박지형의 고백과 그 고백을 대하는 이서연의 역고백, 그리고 두 사람이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에로틱하게 펼쳐진다. 이어지는 이서연의 허술한 일상의 모습들은 하나의 반전이었으리라. 일상의 허술함에서 박지형과 만나는 순간의 세련된 아름다움으로. 그같은 극적인 변화야 말로 이서연이 살아온 인생이며 이서연이 장차 맞이하게 될 운명이 아니었을까? 박지형을 만나는 그 순간 그녀는 가장 여성적이며 아름답다.

비겁할 수밖에 없는 남자와 당당할 수밖에 없는 여자. 비겁할 수 없는 남자와 당당할 수 없는 여자. 비극의 아이러니일 것이다. 박지형은 비겁하지 않으려 하나 비겁하고, 비겁하면서도 비겁한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서연 역시 짐짓 당당해 보이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그러고자 믿고 있는 당당함이다. 그렇게밖에는 살지 못한다. 진심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남자는 여자의 탓을 하며 떠나려 하고, 여자는 자신을 지키려 남자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점차 거대한 운명의 암운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감추고 있던 진심을 드러내며.

정석일 것이다. 사랑함에도 사랑 자체에 솔직할 수 없었던 남녀가 운명에 의해 그 진실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운명의 역경과 고난이란 그 사랑을 드러내는 촉매가 된다. 그 과정이 비극이라면? 그 마지막마저 비극으로 예정되어 있다면? 연민하게 되겠지. 동정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들 극중의 연인에 자신을 이입하며 함께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두려워하고 안타까워하고. 멜로다. 그리고 비극이다. 후련할 정도로 감정의 앙금을 씻어주는 눈물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에 뜨이는 불안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박지형이 노향기(정주미 분)과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라는 것이 너무나 진부하다는 것. 어머니들끼리 학교 동창이고, 아버지는 노향기의 아버지가 하는 병원의 원장이고, 그래서 노향기와의 결혼을 거부하는 순간 집안에 큰 문제가 생기고 만다. 그럴 수도 있지만, 하기는 최근 그런 종류의 드라마가 많이 없었을까?

가끔 보이는 연극투의 대사들도 역시 많이 거슬린다. 있는대로 힘이 들어간 것이 마치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인 것 같다. 스스로의 감정에 도취되어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 알리고자. 특정한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같은 공간에는 다른 상대가 있건만 배우가 보고 있는 것은 모니터 너머의 시청자들일 것이다. 언제부터 드라마에서 시청자에게 대사하게 되었던 것이었을까? 드라마 속에 시청자란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진부한 설정과 감정의 과잉, 그리고 캐릭터의 과잉, 그러나 결국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얼마나 주연인 김래원과 수애가 비극을 제대로 연기해내는가 하는 것이다. 슬픔은 절제되어 있을 때 더욱 슬픔으로 다가온다. 비극은 억눌려 있을 때 더욱 강하게 비극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게 된다. 끝까지 참고 누르다 마침내 화장실에서 터뜨리는 수애의 모습에서 더욱 큰 비극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그러나 이미 과잉된 연기와 캐릭터는 그것을 예감하게 함으로써 그 힘을 약하게 만들고 말았다. 장차 고려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일단 시작 자체는 멜로드라마로써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장차 비극의 중심에 서게 될 이서연의 안쓰러움과 애처로움,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려는 강인함은 확실하게 드라마를 이끌고 갈 주인공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지형의 혼란스러움은 그 위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더하게 되리라. 그리고 그로 인한 또 다른 노향기의 비극과 가족들. 어찌할 것인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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