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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8 08:44

포세이돈 "강주민의 반전, 그러나 너무 일찍 터뜨렸다!"

너무 지레 친절하다. 감정이 고조되지 않는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너무 빠르다. 2주 전 겨우 강주민(장동직 분)의 정체를 드러내고, 그리고 이번에는 그 반전까지 드러내고 있다. 무언가 반전이 있을까 기대하고 본 것 치고는 참으로 힘 빠지는 결론이다. 그나마 강주민 배신자라 욕하던 사람들 기분은 어떨까?

조금 더 고조시켜 줄 필요가 있다. 더 욕하고 더 비웃고 더 비난하고 더 의심하게 만든 다음에 그때 풀어주더라도 풀어주는 것이다.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증오하고 원망하며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쯤 이런 비밀이 있다고 비로소 보여주는 것이다.

무언가? 그렇게 해양경찰이 모두 달려들어 잡으려 하는 조직인데, 벌써 뽀빠이 정덕수(김준배 분)가 어이없이 수사 9과의 함정에 빠져 잡혀들어가고, 정덕수에 의해 해양경찰내 배신자의 존재마저 드러나고, 이제는 최희곤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창길마저 체포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러한 창길과 만나던 해양경찰내 또다른 배신자 강주민은 원래 권정률(이성재 분)에 의해 최희곤을 잡기 위해 일부러 그리 위장한 것이었다. 수사 9과 자신도 놀랄 정도로 순조롭다. 아직도 무려 6회나 남아 있는데.

그러니 다른 짓 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밥먹고 사랑싸움하고 우울해하고. 스릴러의 사랑이라면 아무래도 긴박감이나 절박함이 있어야 할 텐데 여느 멜로처럼 긴장을 풀어지게 하는 힘이 있다. 억지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면 드라마가 알아서 올올이 풀어헤쳐준다. 그저 긴장을 풀고 보는 생활드라마라고. 굳이 흑사회가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경찰드라마에서도 이렇게까지 긴장을 않고 드라마를 보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역시 감정이 고조되기를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흑사회와 최희곤에 대한 공포와 증오, 혐오, 분노... 그리고 수사 9과에 대한 연면. 강주민의 배신 역시 배신자답게 충격적으로 드러냈어야 했고, 배신자로써 분노와 비난 속에 내던졌어야 했다. 정덕수를 탈출시키고, 창길이 함정에 빠지려는 것을 구해내고, 심지어 수사 9과의 수사관마저 살해하고... 결국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것으로 위장한 것이라 한다면 작위적이더라도 긴장은 유지되겠지.

그런데 뭐가 그리 급한지 제작진은 감정이 충분히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마치 작품을 쓰는 사이 작가가 먼저 느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 경우가 많다. 독자는 아직 느끼기 전인데 작가이다 보니 먼저 느껴 버린다. 먼저 느끼고 먼저 반응해 버린다. 그래서 설익는다. 흑사회와 최희곤에 대한 공포도 증오도, 수사 9과에 대한 연민도, 그리고 강주민의 배신에 대한 분노도. 이제 와서 아내를 잃은 권정률이나 동료를 잃고 자신도 좌천당한 김선우(최시원 분)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버지를 잃은 사실이 바로 전에 알려진 이수윤(이시영 분)조차 너무 그것을 강조하며 길게 끄는 바람에 지금은 희석되어 버렸다.

조이고 또 조여야 한다. 잔뜩 조여서 터지기 직전까지. 그때 터뜨려야 효과도 제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여물지도 않은 여드름을 짜봐야 피만 나오고 아프기만 아플 뿐이다. 지금 드라마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스릴러의 긴장인가? 액션의 긴박함인가? 멜로의 절박함인가? 어느 쪽이든 너무 친절해서 지레 터뜨려 버리면 그 무엇도 잘 느껴지지 않게 된다.

아쉽다. 기대했던 것이 허무해지려는 요즘이다. 아니 오래전부터 그랬다. 최희곤과 흑사회의 스케일에, 그리고 그로 인한 수사 9과의 비극과 그 비장함에, 이건 무언가 피가 끓고 심장이 조이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이리라. 공중파의 한계였을까?

반전이 필요하다. 이미 한참 전부터도 요구해 온 것이다. 너무 순조롭기에 이쯤해서 반전이 시작되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 9과의 핵심에 배신자가 있다면. 그리고 희생자가 나오게 되고. 그로 인해 순조롭던 수사가 장벽에 부딪히고 역류하려는 듯 보인다. 그런 때 다시 반전이 일어나며 한꺼번에 모두 해결된다면. 모두가 절망하고 체념하고 있을 때 마지막 반전이 모든 상황을 한 순간에 해결해 버린다. 어떨까?

지금대로라면 누가 최희곤이라 밝혀지더라도 그다지 놀라움은 없을 것 같다. 흑사회가 모두 일망타진된다고 어떤 짜릿함이나 후련함까지 느끼기는 힘들 듯하다. 김선우의 이수윤의 로맨스 역시. 어찌되든 무슨 상관인가? 갈수록 힘은 빠져간다.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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