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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7 08:30

내사랑 내곁에 "강정혜의 실신, 대미를 향한 스타트"

파멸은 영광과 악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원래 비행기가 착륙할 때도 살짝 기수를 들어주어야 비행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이제 거의 끝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을 향해 순조롭기만 하다면 아마 굳이 드라마를 기다려 지켜보려는 사람들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마지막을 제대로 조여준다. 배정자(이휘향 분)가 그동안 꾸며 온 일들이 드러나며 이제 비로소 배정자와 고석빈(온주완 분) 모자의 악행이 끝나는가 싶은 순간, 마치 하늘이 돕기라도 하는 듯 강정혜(정혜선 분)가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말았으니. 고진국(최재성 분)은 제수인 배정자와 조카인 고석빈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장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장인 강정혜는 심장마비로 쓰러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 사이 고석빈은 그토록 바라던 진성기업의 사장대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만다. 기회였다.

사실 필요했다. 더욱 배정자와 고석빈을 궁지로 몰므로써 그들의 추악함을 드러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드러났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연민하며 그를 정당화하려는 배정자와 그런 배정자를 혐오하고 연민하면서도 마침내 돌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고석빈의 의지와. 그리고 끝내 그러한 끝에서 배정자는 심지어 강정혜의 산소호흡기마저 떼어내려 시도한다. 파멸이란 그들의 악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그들이 욕망하던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려는 순간에 들이닥쳐야 더 극적인 법이다.

이제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려는가 싶다. 모두가 그들의 악을 인지했을때. 그들의 추악함을 비로소 깨달아 알게 되었을 때. 그리하여 그들을 거부하려 했을 때. 그러나 역설처럼 찾아온 기회와 영광. 마치 하늘은 그들을 도와주려는 듯싶다. 그런 때 막 입에 넣으려던 사탕을 다시 빼앗게 되면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전통적인 가족드라마와 권선징악의 주제 위에, 현대적인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더하고, 정석적인 인물의 묘사와 상황의 연출로 그것들을 떠받친다. 진지한 주제와 탄탄한 구성, 그리고 보는 사람 열받아 TV를 꺼버리게 만들 정도로 극중의 인물 자신이 되어 있던 배우들의 연기. 욕에 욕을 하면서도 그래서 드라마를 도중에 끊을 수 없다. 끊임없이 다음이 궁금해지며 어떤 기대를 가지게 된다. 바로 이런 것이 드라마 아닐까? 마지막 순간에조차 긴장을 놓지 않으려 악인에게는 기회를, 선인에게는 위기를, 알면서도 가슴 졸이며 기다리게 만든다.

마침내 배정자의 음모를 밝혀내고, 희망보육원을 찾아 공씨아줌마 공옥순(서승현 분)를 찾아내고, 그리고 공옥순으로부터 이소룡(이재윤 분)이 자기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하필 이소룡이 정신을 잃은 채인 강정혜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 것도 매우 상징적이다.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정신을 차리려는 조짐이고, 그리고 그런 때 배정자는 강정혜의 산소호흡기를 떼내려 시도하게 된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아돌아간다. 단지 강정혜와 이소룡 사이의 일인데 배정자와 고석빈마저 그에 휩쓸리며 대미를 향해 나간다. 배정자의 악이 정점에 이른 순간 결국 모든 것은 그로부터 풀리게 되지 않을까?

이것저것 많이 꼬인 듯해도 사실상 그 핵심은 하나다. 배정자. 그리고 강정혜. 결국은 이소룡이 강정혜가 어릴 적 버렸던 외손자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 배정자의 악행은 드러나며 고석빈 또한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소룡의 약혼녀인 도미솔(이소연 분)에게 그것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어느새 자신과 같은 처지의 미혼모 아이를 보살피는 모습이랄까?

솔직히 조금 아쉽기는 하다. 도미솔의 비중이 너무 작아졌다. 이야기의 중심이 이소룡의 출생과 배정자의 악행으로 옮겨가면서 도미솔의 역경과 그를 이겨내려는 강함과 선량함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혼모가 주도하여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란 무척 힘드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설정된 캐릭터였다. 현실을 극복하는 캐릭터가 아닌 단지 현실을 비춰 보여주는 거울로써. 아니었다면 그녀는 슈퍼우먼이 되어 있었겠지.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항상 죄의식에 잡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원죄를 안은 캐릭터다. 그래도 그 끝은 행복할 듯 보이니 위로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피엔드다.

아무튼 자기연민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끊임없이 자신을 불쌍히 여기며 동정한다. 오죽하면. 오죽했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 불쌍하기에 그런 정도는 정당하다. 안쓰럽기에 그런 정도는 봐주어도 좋을 것이다. 고석빈이 그리 배정자를 불쌍히 여기면서도 배정자의 불쌍한 모습을 닮아가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는 자기를 위해 음모를 꾸미는 순간에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야!"

이렇게까지 악역이 악역답게 잘 묘사된 드라마가 또 있을까? 항상 고뇌하고, 항상 망설이면서도, 그러나 결국 악을 행함에는 주저함이 없다. 안타까움은 있지만 후회도 반성도 없다. 오히려 뜻대로 되지 않음을 원망하며 독기를 드러낸다. 그런 모습조차 불쌍해 보인다는 점에서 나약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제대로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한 순간부터 악했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악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있는 악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마 배정자와 고석빈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이 높은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차라리 비현실의 악이었다면 드라마려니 넘어가겠는데, 그렇다기에는 어쩐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니까. 아마도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저런 식으로 상처입히고 원망을 듣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나 자신은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알아서 상처를 입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혀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악으로써 행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대놓고 나 나쁘다. 그러나 배정자나 고석빈이나 결국은 그들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그들 스스로는 믿는다. 아들을 위해서. 어머니를 위해서. 혹은 봉영웅과 가족들을 위해서. 나는 선량한 뜻으로 그리 했노라고. 그런 점에서 지레 죄의식을 가지고 그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나는 진정한 선인들이란 항상 손해를 보고 만다.

그래도 드라마일 테니까. 심판의 때가 다가온다. 그들의 영화가 극에 이르고, 악이 절정에 다르는 순간 모든 것은 끝으로 향하리라. 이제까지 그로 인해 겪어왔던 고통과 상처들. 그들을 존재하게 한 모든 것들로부터. 그리고 결국 가족들에게로 돌아가리라. 그리 독하게 말하고서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괴로워할 수밖에 없는 고진택(김일우 분)처럼. 그리 엄마 배정자가 한 일들을 부끄러워하고 화나 하면서도 끝내 엄마의 곁을 지치고 있는 고수빈처럼. 고진국은 그들의 죄를 대신하려 하고.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끝으로 가서는 도미솔의 역할이 다시 더 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윤정(전혜빈 분)과도 오해를 풀고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그녀는 악녀가 아니라 단지 피해자일 뿐이다. 이소룡은 어디까지나 이만수(김명국 분)과 최은희(김미경 분)의 아들이다. 외할머니를 찾는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봉영웅은 이소룡의 아들이 될 터다.

벌써 48회, 그리고 다음주로 50회. 우연히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뭔가 하고 아무 생각없이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는데. 특히 작가의 대본이 탄탄했다. 배우의 연기 역시. 끝까지 지켜본 자신이 대견할 정도다. 벌써부터 다음주를 기다린다. 대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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