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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6 07:52

TOP(탑)밴드 "드디어 대단원, 톡식이 화려한 축제 속에 우승을 차지하다!"

힘든 여건에서도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제작진에 감사할 뿐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한 바탕 흥겨운 축제였다. 보컬 박근홍(게이트플라워즈), 반(브로큰발렌타인), 손승연(WMA), 남주희(시크), 드럼 쿠파(브로큰발렌타인), 베이스 최선용(번아웃하우스), 그리고 기타에 신대철과 한상원이,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울려펴지는 한국록의 전설 '크게 라디오를 켜고'.

김창완밴드에서 얼어붙었다. 가장 기대했던 신중현선생님의 모습을 뵙지 못해 아쉬웠지만 김창완밴드의 김창완 또한 한국 밴드음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썼던 이름이었다. 그리고 80년대 록의 부흥기를 계승하여 90년대 화려하게 그 꽃을 피웠던 NEXT의 무대까지.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음악 때문에 항상 내 주위를 떠돌던 음악이었다. 과연 이런 것이 밴드로구나. 코치로써 그다지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무대에 섰을 때 신해철은 역시 음악인이었다.

경연마저 마치 즐기는 것처럼. 방청객이나 심사위원이나 참가밴드나 하나같이 결승이라고 하는 무대 자체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축체 아니던가. 그야말로 밴드음악의 축제였다. 누가 우승할 것인가 아깝게 져서 준우승에 머물 것인가 따위는 아랑곳 없는. 물론 그럼에도 오디션이고 서바이벌이기에 누가 마지막 결승무대에서 승리하여 우승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둔 사람도 많았을 테지만, 하지만 사실상 그런 것들은 그다지 큰 의미는 없지 않았겠는가.

확실히 심사위원인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성취와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취란 내적인 것이다. 성공이란 외적인 것이다. 성취란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고, 성공이란 그것을 외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음악적 만족이 성취라면 그것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받고 확인하는가? 결국 그 또한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원래 오디션이라고 하는 자체가 성공을 전제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알리고 그로써 선택받는다. 대개는 아마추어이거나 지망생이다. 당장의 데뷔가 아쉬운 이들이다. 데뷔하는 것만이 아닌 최소한의 보장을 받고 싶어한다. 궁극적으로는 스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미디어 앞에 자신의 알몸을 드러낸다. 때로는 모욕당하고, 때로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래서 그들은 매우 필사적이다. 오디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자신의 꿈 역시 결정된다.

그러나 <TOP밴드>는 다르다. <TOP밴드> 결승이 열리기 하루 전, 이미 16강에서 톡식에게 패해 안타깝게 탈락했던 밴드 브로큰발렌타인이 첫 단독콘서트를 열고 있었다. 상당히 상징적이었다. 바로 다음날 <TOP밴드>라고 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의 최종우승자가 결정되는데, 그러나 이미 탈락한 팀이 처음으로 자기만의 공연을 열고 있다.

브로큰발렌타인만이 아니었다. 게이트플라워즈, 블루니어마더, 시크, 번아웃하우스, 2STAY, 아이씨사이다 등 <TOP밴드> 참가팀 대부분은 <TOP밴드>의 경연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공연을 가지고 무대에 서고 있었다. 탈락을 하고 나서도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할 것이므로 더 이상 방송출연을 않더라도 공연을 보러 와 달라. 톡식의 우승이 결정되고서도 POE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희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하는데 많이 지켜봐 주시고..."

물론 우승하면 좋다. 3D홈시어터에 1억원이라는 상금, 더구나 아시안비트 그랜드파이널에 출전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진다. 승자에게는 원래 그렇게 많은 것이 주어지는 법이다. 그러나 결국 그 자체도 단지 한 과정에 지나지 않지 않은가. 오디션이 끝나고도 그들은 여전히 계속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고, 음악적 성취와 더불어 대중적 성공 역시 오디션이 끝나고 난 이후의 활동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대와 그 무대를 통해 어떤 음악을 대중들에 들려주고 인정받는가?

치열하다면 바로 그런 점에 더 치열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무대가 있기에 더 위로 올라가려 했던 것이었다. 무대가 있기에 그 무대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떨어지면 물론 아쉽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고, 승리해서 올라갔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정작 경연이 끝나고 탈락한 팀이나 이기고 올라간 팀이나 모두 하나가 되어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껏 해 왔고 앞으로도 해 나갈 음악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결승전 무대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유독 후했던 것은. 누가 올라가고 떨어지고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더 이상 올라갈 곳 없이 이것이 마지막 무대일 것이기에 심사위원 자신도 감상자의 입장에서 보다 순수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전태관 두 심사위원의 99:99의 점수는 그래서 상징적이었다. 이제 나머지는 대중들에 맡기겠다. 그래서 김종진도 성취와 성공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다. 음악적으로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었으니, 남은 것은 대중들에 인정받는 것이다.

성취 또한 자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성공 또한 당장에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결승무대에 서는 팀이라 하여 굳이 그에 구애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더 나은 무대를 위해서. 스스로에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서. 그래서 우승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고, 아니더라도 어차피 음악은 계속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음악인이고 그 순간 심사위원들 역시 심사위원이라기보다는 음악인으로서 그들의 선배였다.

솔트송 송홍섭 심사위원조차 이번 마지막 결승무대에서는 더 이상 소금이 아니었다. 평가를 하고 점수를 매기지만, 그리고 조언도 하지만, 이제 심사위원 자신이 음악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출전밴드 역시 오디션 참가자에서 원래의 음악인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겠는가. 음악인에 대한 평가였다. 예우였고, 그래서 유영석은 그것을 심사위원 개인의 취향이라 에두른 것이다. 음악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단지 감상에 대한 계량화다. 그렇더라도 선배로써 한 마디 격려와 조언을 더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하여튼 결국은 제작진이 그만큼 참가자들을, 심사위원을, 시청자를,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모두를 배려한 결과였을 것이다.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시청률을 올리려 하면 화제가 될만한 자극적인 장면을 맨 앞에 편집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을. 참가자 개인의 집안사정이라든가, 건강에 관련된 부분이라든가, 코칭 과정에서의 갈등이라던가, 그러나 리카밴드와 관련해 구설이 있었을 때 그를 가장 먼저 앞장서서 진화에 나섰던 것이 다름아는 <TOP밴드> 제작진들이었다. 음악 외적인 것은 철저히 배제한다. 그러면서도 2차예선 참가팀들의 공연영상을 하나하나 편집해서 올리고 있을 정도로 음악과 음악인에 충실하다.

덕분이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TOP밴드> 참가자들이란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이었다. 얼마나 음악 앞에서 진지하며, 일상에서는 편견과는 달리 얼마나 보통의 사람들인가? 그래서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참가팀들도 보다 자신들의 음악에 집중해 들려줄 수 있었다. 내년 시즌2가 시작된다고 한다면 오디션이라는 형식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거리를 두었던 실력있는 밴드들이 대거 <TOP밴드>의 문을 두드리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조짐이 있다. 음악인으로 하여금 음악만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고마운 예능프로그램이다. 더구나 낮은 시청률이지만 대중들에 음악과 음악인을 알릴 수 있다. 좋지 않은가.

결국은 그래서 덕분에 톡식이 모두의 예상대로 POE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점수는 1515대 1345, 그동안 줄곧 <TOP밴드>의 아이돌로써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톡식을 상대로 하고 있음에도 점수에서 POE가 그렇게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확실히 아무래도 이런 종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팬의 힘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는 때문일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다.

지난주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게이트플라워즈에 대해 POE가 베이스가 빠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남성팬들의 경우는 대개 투표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부터 찾지만, 여성팬들은 반드시 투표해야 하는 이유부터 찾으므로. 그리고 POE는 그같은 여성팬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던 팀이었다. 톡식이 남성적인 매력으로써 여성팬들을 끌어당겼다면, POE의 경우는 여성 그 자체로써 여성들의 동질감을 얻었다고나 할까? 남성은 물론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자신의 캐릭터도, 그리고 그들의 음악도. 조금 솔직해질 수 있다면 힘을 더 빼도 좋지 않겠는가. 톡식이나 POE나 하나같이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팀들이라는 점에서 연예계의 실세가 누구인가를 알게 한다.

아쉽다면 역시나 김종서의 말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노출된 편곡과 자작곡과의 수준차이일 텐데. 하기는 그래서 음악인들도 표절을 한다. 곡을 쓸 줄 몰라서 표절을 하는 것이 아니다. 리프 하나. 프레이즈 하나.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 단어 하나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것만 있으면 아무리 긴 글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그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 대부분의 글은 평작에 그치고 만다.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핵심적인 리프와 프레이즈를 만들어내는 것은 거의 운에 관련된 것이다. 지식으로도 재능만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밴드라면. 다만 훌륭한 리프와 프레이즈를 찾아냈을 때 그것을 알아보는 안목은 필요할 것이다. 특히 톡식의 자작곡은 커버리메이크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재능이 있으니까.

톡식의 '잠시라도 그대'는 솔직히 그다지 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의미없는 발성의 느낌? 진심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어설픈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암울하기 이를 데 없는 사운드는 톡식이 곡에 대해 의도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었지만, 그러나 가사에 이르러서는 그다지 그 의미하는 바를 공감하지 못했었다. 말이 부족하다면 음으로써, 음이 부족하다면 이번에는 다시 말로써. 사운드메이킹에 비해 언어전달능력은 많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곡의 마무리가 부족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훈련이 필요하다.

POE는 베이스의 공백이 정말 뼈아팠다. 내내 느껴야 했다. 최대한의 인내를 보이고 있던 드럼에서. 베이스란 밴드에 있어 접착제와도 같다. 서로 다른 수많은 소리들을 밴드라는 정체성으로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바로 베이스다. 그런데 그 베이스가 빠지고 나니 당장 드럼과 키보드 겸 보컬이라는 최소한의 멤버 가운데서도 그 균형과 조화에 문제가 생긴다. 물렁곈의 피아노와 이현도의 드럼이 제대로 섞이지 못한다. 물렁곈의 피아노가 보컬과 더불어 멜로디를 맡아 전면에 나서야 하기에 드럼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고. 과연 키뮤의 베이스가 둘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물론 보컬만큼이나 목소리 크고 성가신 것이 키뮤의 베이스이기는 했다. 더도덜도 아닌 자작곡 'Fall'에 베이스만 더해졌다면.

지난 7월 제작진을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배철수의 참가는 거의 결정되었고 김창완을 타진하고 있다. 김창완밴드는 힘들지 않겠는가 싶었는데 <TOP밴드>의 진정성이 거기에까지 미친 모양이다. 오디션에 그토록 비판적이던 신해철마저 합류하고. 김창완밴드 역시 후배들을 위한 무대에 섰다. 그러고 보면 톡식의 경우도 짧은 리프와 프레이즈를 반복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센스라는 점에서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지만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도대체 지난 4개월 남짓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TOP밴드>를 보고, <TOP밴드>를 곱씹고, <TOP밴드>를 기다리고, 공중파를 통해서 이토록 좋은 밴드와 음악들을 즐길 수 있는 전파의 성찬이라니. 그런데 그것이 이것으로 끝. 앞으로도 도대체 어떻게 일주일을 버티고 지나라고. 벌써 슬퍼지려 한다. <TOP밴드>를 기다리려 한다.

배철수의 입담이 좋았다. 그러나 한결같은 이지애 아나운서의 정겨움이 살가웠다. 음악은 훌륭했다. 오랜만에 보는 16강 밴드들의 면면 역시. 이것이 밴드다. 이것이 밴드음악이다. 이것이 <TOP밴드>였다. 항상 감사한다. 최고였다. 다시 볼 수 있기를. 시즌 2를 기다린다.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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