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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4 08:54

영광의 재인 "무난한 출발, 윤재인의 캐릭터에 힘이 부족하다!"

서인우와 김영광의 캐릭터와 관계가 흥미롭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차라리 그 장면에서 노숙자의 임종을 지키고 그로부터 목걸이를 유물삼아 받도록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수녀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니. 서재명(손창민 분)의 눈에도 보이고, 윤재인(박민영 분)의 눈에도 보이고, 주위의 모두의 눈에 보이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마치 예언자처럼 내뱉는 그의 말들이. 아예 드러내 놓고 드라마가 스포일러다.

너무 안이하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설정에 너무 안이한 설정을 가지고 와 버렸다. 그래서 어떤 초자연적인 신비한 힘이 서재명에 대한 벌을 예고하고, 윤재인이 마침내 고난을 딛고 성공할 것을 예언한다. 그리하여 17년 전 서재명이 버린 그 목걸이마저 윤재인에게 전한다. 물론 아니더라도 그 끝이야 누구나 짐작하는 바일 테지만, 이런 식으로 아예 드라마에서 드러내 놓고 스포일러해버리면 드라마가 무슨 재미이겠는가 말이다. 동화에서 신비한 힘이 곧잘 등장하는 이유는 그 분량이 짧기 때문이다.

서인우(이장우 분)와 김영광(천정명 분)은 친구 맞다. 그렇게 정면으로 솔직하게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릴 수 있는 상대는 오로지 친구 뿐이다. 원수와는 그렇게 못한다. 경멸하여 무시하는 상대와는 더욱 그러지 못한다. 하물며 윤재인이 말리는 말에 동시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라. 실제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서인우의 캐릭터 자체도 어울리지 않게 소심하면서 순진한 모습이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어 갈까? 이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터인데. 윤재인이 저조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지난회에서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에서 윤재인의 롤이 갖는 비중이 무척 크다. 윤재인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드라마는 그저 그런 뻔한 드라마가 되어 버리고 만다. 밝고 활달하다. 착하고 적극적이다. 서로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서인우와 김영광에게 바로 물을 끼얹을 정도로 왈가닥적인 기질도 있다. 병원을 나가겠다며 윤재인을 다그치는 김영광에게 틈을 노려 체온과 맥박, 혈압을 체크하는 강인함도 보인다. 그리고 부모를 알지 못하는 고아의 우울함까지. 그러나 이런 캐릭터는 너무 흔하지 않은가 말이다.

당장 70년대 캔디 이후 수도 없이 반복되어 사용되어 온 캐릭터였다. "빨간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도 비슷한 타입이었다. 그만큼 그런 성격의 캐릭터가 보편적으로 인기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앞서의 거지꼴을 한 신령 만큼이나 지나치게 안이한 설정이 아니었는가. 이래서야 또다시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착한 주인공이 주위로부터 비롯된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공을 이루는 흔한 이야기밖에 더 나오겠는가 말이다. 다행이라면 그나마 신지우와 김영광의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여 윤재인과의 상호관계에서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으리라는 점이랄까?

어쩐지 오래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아련함일까? 분명 HD영상인데 구닥다리 흑백TV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김영광의 아버지 김인배(이기영 분)의 캐릭터에서. 예전이라면 참 착하고 안쓰러운 캐릭터로 여겨졌겠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이 모든 혼란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결국 그의 선택 아니던가. 윤일구가 그렇게 오명을 쓰고 죽은 것도, 서재명이 그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된 것도, 윤재인이 부모의 존재조차 모르고 고아로 자라게 된 것도. 서재명의 캐릭터도 그 과정 전혀 다르지만 어쩐지 그린 듯한 악역의 모습이고. 유독 신지우와 김영광의 주변에서만 다시 HD화면으로 돌아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하기는 그래서 드라마일 것이다. 드라마의 주시청자층을 고려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과연 지금의 윤재인의 캐릭터에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 시청자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동안 줄곧 자주 쓰여왔다는 것은 말한 것처럼 그만큼 대중들이 그것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심하고 자신을 이입할 수 있는 대상으로써. 마음놓고 연민하고 당연하게 그를 동정하며 그로부터 위로를 얻는다.

모두는 선량하고 싶어하다. 선량한 피해자이고 싶어하며, 그러면서도 선량한 채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비록 동화이고 판타지일지라도 모두가 무의식, 혹은 의식 속에서 바라고 꿈꾸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다. 색다른 재미도 좋지만 스탠다드한 정석도 나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그 묘사에서 어떠한 차별성을 보여줄까? 아직까지는 신지우와 김영광 말고는 없었다. 아마 당분간 이 두 사람이 드라마를 끌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시 드라마를 끌어가게 되는 것은 주인공 윤재인이 아닐까?

힘이 부족하다. 진부하더라도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보다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그것이 결국 주위의 역할일 테지만 말이다. 간호부장(최란 분)의 롤이 그런 윤재인의 캐릭터를 자극하고는 있지만 악의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미치지 못한다. 당장은 서인우와 김영광이 중심을 이루더라도 언제고 윤재인이 힘을 갖고 드라마를 끌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 준비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흔한 설정에서도 흔한 재미는 나온다. 흔한 재미라도 재미있기에 흔한 재미가 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아무튼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특히 김영광의 비애와 그로부터 비롯된 서인우와 윤재인과의 난장판이 좋았다. 윤재인과 김영광이 만나는 과정 역시 지난 첫회에서 김영광이 윤재인과 만나는 과정과 대비되며 상당히 흥미로운 시작을 열고 있었다. 조금 더 왁자할 수 있으면. 그러면서도 우울한 밤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박민영을 기대해 본다. 무난한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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