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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3 10:42

영광의 재인 "진부한 시작, 그러나 참신한 재미, 기대해 본다!"

뻔하지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일단 시작은 흥미롭다. 죄가 죄를 낳고, 다시 죄로 인한 영광이 그를 죄의 수렁으로 빠뜨린다. HAL의 딜레마인 동시에 맥베스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처음 서재명(손창민 분)에게 친구인 윤일구(안내상 분)를 배신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사사로운 욕심에 비자금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것이 들통날 것 같자 절박한 마음에 차라리 함께 죽고자 시도했던 것이었고, 그래서 강으로 차가 빠지고 나서도 윤일구를 구하기 위해 무척이나 필사적이었다. 기껏 구해낸 사람이 윤일구가 아닌 운전기사 김인배(이기영 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허탈한 표정이란. 윤일구의 아내 여은주(장영남 분)이 역시나 추락사고로 실려왔을 때도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어쩌면 서재명을 더 큰 죄로 이끈 것은 정작 김인배였는지도.

사람이 정의롭다는 것은 지혜롭고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무지한 자가 정의로운 법은 없다. 약한 자가 정의로운 법도 없다. 무엇이 옳은가도 모르고, 설사 알더라도 그것을 관철할 의지가 없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이유로 윤일구를 배신하고 김인배를 감싸고, 어르고 달래는 서재명의 설득에 서재명을 도와 윤재인(박민영 분)을 세상에서 지우는 것에 협력한다. 마지막에 고아원에 맡겨지는 윤재인에게 원래 이름을 가르쳐주는 것은 자기기만이고 자기연민이었으리라. 

그것이 잘못인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연민하여 죄를 저지르는 인간과는 그래서 원래 상종하는 법이 아니다. 끊임없이 사과하며 잘못을 저지른다. 사죄하고 반성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그것으로써 자신이 저지르는 죄를 정당화한다. 가장 선량한 얼굴을 하면서도 정작 가장 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게 그런 유형들. 그로 인해 오히려 서재명은 자신의 양심에 솔직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렸으니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일까?

그러고 보면 김영광(천정명 분)의 성격은 아버지 김인배로부터 물려진 것 같다. 그의 자아도취적인 성격은 바로 자기연민에서 나온다. 과연 타고난 환경이 전부였을까? 어차피 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은 비슷한 환경, 비슷한 조건에서 훈련받으며 성장한다. 어느 정도의 실력 차이는 환경의 탓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아예 2군에서도 퇴출이 거론되고 있는 김영광과 1군에서도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치는 서인우(이장우 분)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단지 환경의 차이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뻔뻔함도 하나의 재능일 것이다.

서인우의 캐릭터도 꽤 재미있다. 서재명의 말이 맞다. 그렇게 하찮다면 굳이 서인우가 김영광을 자극해 그와 싸움까지 벌일 까닭이 무에 있겠는가? 수준에 맞지 않으면 무시하면 된다. 그렇게 한심하고 우습게 여겨진다면 아예 상대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면 항상 싸움의 시비는 서인우가 걸고 있다. 초등학생이다. 괜히 관심이 있는데 솔직하게 관심을 드러내기 쑥쓰러운 경우 아이들은 곧잘 상대를 괴롭히는 것으로써 표현하고는 한다. 어쩐지 서인우와 김영광이 친구가 될 것이 예상되는 것은 어째서일까?

어쨌거나 그렇게 김인배로 인해 서재명은 더 큰 유혹으로 빠져들고, 유재인의 어머니 여은주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말미암아 유재인은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인간이 되어 버린다.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되어 버리고, 자신은 뿌리조차 없이 고아로 자라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비극과 그로부터 이어지는 악과 죄, 그리고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우연한 만남으로 다시 시간은 흘러가게 된다. 마치 운명처럼.

유재인의 롤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유재인을 연기하는 박민영의 매력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흥미롭지만 그래서 그동안 너무 흔하게 쓰여 왔었다. 자칫 조금만 허술해지면 진부함이라는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 진부해지면 지루해진다. 지루해지면 재미없다. 아무리 가치있는 드라마라고 재미가 없어지면 누구도 보지 않는다. 얼마나 유재인이라는 캐릭터를 차별화시키면서도 대중과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가?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유재인의 캐릭터를 가까이에서 견인하는 것은 김영광과 서인우의 캐릭터일 것이다. 어떤 드라마에서도 홀로 존재하는 캐릭터는 없다. 상호관계속에서 캐릭터가 드러난다고 할 때 천정명과 이장우의 롤에 따라 유재인의 캐릭터도, 나아가 드라마의 성패도 걸려 있다고나 할까?

어찌 보면 참 흔한 설정인데. 진부하기도 하고. 그런데 흥미롭게 끌어가는 힘이 있다. 대본의 힘이고 연출의 힘이다. 너무 뻔하게 이후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조차 흥미를 가지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볼 수 있었다. 아직 보여진 것은 그다지 없지만 이만하면 조금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아도 좋겠다는 그런 예감마저 들었다. 아마 오늘 2회에서 드라마의 성패가 결정나지 않을까.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재미가 있었다. 진부한 것은 그만큼 수도 없이 반복되어 쓰여 왔기에 진부한 것이다. 수도 없이 반복되어 쓰여 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재미있겠다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아직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오늘을 기대해 본다. 아마 오늘 방송분을 통해 드라마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훌륭한 재해석인가? 아니면 무성의한 답습인가? 재미있겠는가? 재미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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