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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1 08:33

포세이돈 "드라마의 시청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아직 아무것도 시청자로 하여금 동의할 수 있도록 보여주지 못했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흔히 영화의 성패는 시작후 5분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대중이 영화를 접하는 최초의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시청자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 영화에 대한 흥행이 결정되는 것이다. 충분히 영화에 동의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재미없다.

드라마는 더구나 매주 방영된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얼핏 짧지만 하나의 기억을 깨끗이 지워버리기에는 오히려 너무 긴 시간이다. 그다지 인상도 강하지 않은 기억따위 누군가 일부러 일깨워주지 않으면 단기기억에서 말끔하게 휘발되며 새로운 기억을 대비하게 되는 것이다. 어지간히 특별한 경험이 아니고서는 하물며 실제 있었던 이야기도 아닌 허구의 이야기가 일주일씩이나 기억에 남아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끔 하지는 않는 것이다.

영화는 5분이다. 그 5분의 집중이 120분이 넘는 긴 시간을 집중하여 스크린을 보도록 만든다. 그러면 매주 140분씩 기본으로 최소 몇 주 이상 방송되는 드라마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겠는가? 5분이라는 시간은 다음 날까지 기억하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또 일주일이 지난다. 그러고서도 여전히 그 기억은 남아 있겠는가? 아무리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었어도 일주일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시청자로 하여금 TV 앞에 기다려 앉을 정도로 충분히 길들이기에는 부족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해야겠는가?

드라마 <포세이돈>이 벌써 7회를 넘어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도저히 몰입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드라마속의 상황에 도저히 동의하지 못하겠다. 경찰로써 당연히 흉악한 범죄자인 최희곤과 그가 이끄는 범죄조직 흑사회를 잡으려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어떤 절실함이나 간절함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경찰이 범죄자와 범죄조직을 하나 쫓고 있겠거니. 더구나 그 과정조차 너무나 순조롭다. 별다른 긴장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란 비극인 것이다. 연민이고 공포다. 원망이고 증오다. 어째서 그러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어째서 드라마속의 인물들은 그리 말하고 그처럼 행동하는가? 그래서 흔히 극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마치 드라마속의 이야기처럼 비일상적인 놀라움과 감동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비일상의 놀라움과 감동이 관객들에 대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충분한 개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드라마속 인물들이 그같은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수사 9과 과장 권정률(이성재 분)의 아내가 최희곤과 흑사회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바 있었다. 한때 해경특공대의 기대주였던 김선우(최시원 분) 역시 동료여경을 흑사회에 잠입시켰다가 도리여 정체가 들통나며 참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뿐. 이수윤(이시영 분)의 아버지 이정웅 전해양경찰특공대 대장의 죽음 역시 그저 말로만 나올 뿐 최희곤과 흑사회의 실체를 전하기에는 미약하다. 안동출(장원영 분)의 경우는 같은 범죄자라는 점에서 그다지 시청자들에 강한 충격을 주지 못한다. 그저 범죄자이며 범죄조직일 뿐이다.

그만한 범죄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범죄조직이라면 회당 70여 분, 총 16부작을 예정하고 있는 미니시리즈에서 전편을 통해 다루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작다. 더구나 고작해야 경찰의 함정에 빠져 상당히 강적으로 묘사되던 흑사회의 핵심인물 정덕수(김준배 분)가 잡히고 있을 정도의 조직이라는 것이다. 벌써부터 강주민(장동직 분)의 정체도 드러났고, 해양경찰조직 안에서 암약하던 하수인 서의준의 존재마저 밝혀지고 말았다. 하나하나 수사 9과에 의해 일방적으로 순조롭게 파헤쳐지는데 과연 더 이상 긴장하며 안타까워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말이다.

미련이 없으면 기다림도 없다. 기다림이 없는데 새로운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 안에서 새로운 기다림을 만들고 기대를 만들어야 한다. 안타까움을 만들고 미련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드라마의 전개상 매번 그럴 수 있으니 초반에 그럴만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것을 시청자의 기억에 깊숙이 각인시킨다. 어째서 그리 해야만 하는가? 어째서 그리 할 수밖에 없는가?

충분히 설명해주었어야 했다. 어째서 최희곤인가? 어째서 흑사회인가? 최소한 해양경찰 전체가 긴장하며 나설 수 있는 존재임을 시청자들에 설득해 보여주었어야 했다. 더 많이 죽이고, 더 많은 것들을 파괴하며, 심지어 시청자 자신마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도록. 그같은 흑사회와 싸워야 하는 수사9 과를 연민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고서야 시청자는 비로소 기다리며 긴장하며 드라마를 집중해 보게 된다. 수사 9과에 대해 연민하면서 동의하며 그들이 느끼는 공포와 더불어 절박함에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비로소 재미있다.

그런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초반 잠깐, 그것도 스치듯 다루어진 것이 전부이고 이후의 내용은 그저 일방적으로 수사 9과가 최희곤과 흑사회를 쫓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최희곤과 흑사회가 대단하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지 조금 성가신 범죄조직에 불과하다. 두렵지도 그렇다고 증오스럽지도 않다. 수사 9과에도 연민도 공감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최희곤을 잡고 흑사회를 일망타진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느끼는 쾌감이란 무엇이 있을까? 어떤 성취감이 있어 시청자는 드라마를 기다리며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

결국 대본의 문제다. 작가의 문제다. 인터뷰에서 보았다. 이제 조금씩 흑사회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시청률이 오를 것이다. 시청률이 오르게 만드는 흑사회의 실체란 경찰 앞에 무력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굴욕을 당하는 흑사회가 아닌, 경찰조차 비웃을 정도로 공포스럽고 증오스러운, 경찰을 오히려 동정하고 연민하게 만드는 흑사회인 것이다. 선량한 사람을 죽이고, 성실한 이들을 희생시키며, 시청자 자신의 삶까지 위협하는.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흑사회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뿐이다.

조금 더 바짝 조일 필요가 있다. 시청자도 바짝 조일 수 있도록 드라마를 조일 필요가 있다. 몇 사람 정도 더 죽어야 한다. 익숙한 얼굴 가운데, 그래서 그 죽음이 충격적일 몇 사람이 이 가운데 죽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강주민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챈 듯한 김선우가 이번 기회에 희생된다면 드라마의 극적 긴장을 최고조로 높일 수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 수사 9과도 너무 순조롭다. 보다 극적인 어떤 계기가 준비되어야 한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 게다. 첫회에서 나는 무언가 피를 싸늘하게 식게 만드는 어떤 서늘한 공포를 기대했었다. 증오조차 두려운 거대한 적을. 그래서 안타까워 하면서도 간절하게 그를 잡고자 하는 이들을 연민하고 동정하기를. 그러나 지금은 단지 지켜볼 뿐. 김선우의 이수윤의 러브라인조차 이제는 시들할 뿐이다. 드라마에서도 실제로 시들하다.

후보자가 하나 더 늘었다. 고위층은 아니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 생각을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극중 현해정(진희경 분)이 말한 공교롭게도 최희곤과 흑사회에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수사 9과 한 곳에 모이게 되었다고 하는. 과연 수사 9과를 만들도록 지시한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그러한 인물들이 수사 9과에 모이게 된 의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미없는 추측이기는 하다. 역시 누군가 죽어야 한다. 최희곤과 흑사회의 악의가 드러나도록.

피가 흘러야 재미있는 드라마다. 시체가 쌓일수록 드라마는 재미있어진다. 켜켜이 쌓인 시체와 시체와 더불어 쌓여 있는 공포와 증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연민. 아직은 부족하다. 피 한 방울에 물을 한 바가지 부어 놓으면 피냄새는 나지 않는다. 피냄새가 나지 않으면 두려움도 연민도 없다. 재미도 없다.

안타깝다. 드라마의 이야기가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안타깝다. 드라마속의 인물을 연민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를 연민하게 된다. 그것이 필자로 하여금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미련일 것이다. 과연... 아직 드라마는 많이 남아 있지만. 많이 어렵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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