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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2.17 07:23

펀치 18회, '죄의 근원과 이유, 무엇이 그들을 죄짓게 만드는가'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그래, 내도 이런 일 할 놈 아니었데이."

모든 것을 잃게 된 순간 이태준(조재현 분)과 박정환(김래원 분)의 의도가 다시 한 번 일치한다. 그동안 모든 것을 걸고 적대해 온 서로보다 더 증오스러운 진짜 '적', 그들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원흉일 것이다. 누구인가? 무엇인가?

정상적인 사회였더라면? 제대로 된 나라였더라면? 체제를 위협하는 대상을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감시하여 체포하여 처벌하는 것은 국가라고 하는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적극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그래서 공안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태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 여기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잘못되었다며 이태준에게까지 책임을 물으려 하고 있다. 그가 지키려 했던 국가는 단지 불의한 수단으로 권력을 장악한 '정권'이었고, 자신이 적대하던 불순한 세력은 그에 반대하던 선량한 국민이었다.

▲ SBS 월화드라마 '펀치' ⓒHB엔터테인먼트

그러고보면 사법부까지 정권의 시녀가 되어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던 불의한 역사에서 법조계 명문가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겠는가. 윤지숙(최명길 분)이 선대의 인연까지 들먹이며 끌어들인 법조계의 원로들도 하나같이 역대 정권에서 고관을 역임한 이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이태준은 위에서 시키니까 공안부로 간 것이고, 공안부의 일이니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훌륭히 처리하려 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윤지숙이 그의 상관으로 오더니 그의 과거를 물어 책임을 지우겠다 한다. 그대로 순순히 윤지숙이 시키는대로 이태준은 물러나야 했던 것일까? 하지만 그대로 버티기에는 순혈이라 할 수 있는 윤지숙의 배경이 너무나 큰 벽으로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단지 검사로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범죄사실을 밝히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윤지숙의 아들 이상영이 걸려들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아들 이상영을 살리기 위해 윤지숙은 그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몰아 징계하려 하고 있었다. 법조계 명문가 출신으로 막강한 배경과 인맥을 자랑하는 윤지숙을 상대로 박정환은 일개 햇병아리 초임검사에 불과했었다. 과연 윤지숙이 의도한대로 박정환은 순순히 징계를 받고 검사복을 벗어야 했을까?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법을 어겼다는 오명까지 쓰고서 모든 야망과 꿈을 포기해야만 했을까?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이가 이태준이었기에 그는 기꺼이 그 손을 잡고 있었다.

이호성(온주완 분)이라고 처지는 다르지 않았다. 이호성이 초임검사이던 시절 이태준은 검찰청내 모든 악과 비리의 온상 그 자체였다. 이태준을 몰아내는 것만이 검찰을 바르게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박정환의 일갈에 바로 고개를 숙이고 마는 지검장들의 모습에서 보듯 검찰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패하고 타락해 있었다.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그것을 이루기에는 이호성은 아직 너무 미약했고, 그의 뜻에 동의해준 고위검사는 윤지숙이 유일했었다. 윤지숙을 위하는 것이 자신의 이상을 위하는 것이라 수도 없이 양보하고 타협하고 희생해 왔는데. 마침내 그 원망이 윤지숙을 향해 쏟아진다.

"어째서 특별검사님은 아무것도 희생하려 하지 않습니까?"

바로 그것이 기득권일 테니까.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졌기에 더 가지기 위해 남들처럼 발버둥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높은 곳에서 굽어보며 평가하고 판단하고 심판할 수 있다. 자기는 항상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신만큼은. 자신의 자식 만큼은. 지켜야 할 것이 생기고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 신하경(김아중 분)은 단지 만나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여길 것을 윤지숙은 신하경을 향해 차를 달림으로써 해결하려 한다. 권력이란 무오류하며 완전한 것이다. 그 약점이 드러난 순간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 차라리 그 순간에조차 이태준에게 모든 원망을 돌리려는 것은 자기에게 잘못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지숙과 이태준의 차이다. 이태준은 자기가 잘못하는 것을 안다. 자기가 죄를 짓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 모든 것이 자기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윤지숙은 모른다. 알려 하지도 않는다. 자기의 죄를 분리한다. 자기의 잘못을 자기로부터 떼어놓는다. 그리고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운다. 자기는 항상 고결하며 정의롭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윤지숙을 증오하는 이유다. 윤지숙이 이태준을 혐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죄를 짓더라도 그 죄를 향한 자세가 다르다. 태생의 차이다. 수없이 죄를 지으며 세상과 싸워 살아남아야 했던 이태준과 자신의 죄마저 다른 사람에게 대신할 수 있었던 윤지숙. 하지만 그것이 이호성을 매료시킨 것이기도 하다. 윤지숙만이 이태준을 검찰에서 몰아낼 수 있다. 그 다음은? 이제는 아마 잊었을 것이다.

이제 윤지숙에 의해 이태준의 모든 죄가 드러나고, 이태준은 검찰총장의 자리에서마저 물러나야 할 상황에 놓인다. 모든 것을 잃었다. 거꾸로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두려워 할 것이 없어졌다. 마지막 윤지숙 하나만 잡으려 한다. 자기를 이렇게 만든 원흉을 거꾸러뜨리려 한다. 그야말로 발악이다. 이호성이 배신한다. 그는 돌아갈 곳이 없다. 윤지숙마저 사라지면 그는 살아온 모든 의미를 잃게 된다. 이호성의 차에서 사고 당시를 찍은 동영상을 확보한 박정환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이호성과 눈을 마주친다. 박정환은 이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한 회 남았다. 이호성의 회한은 깊고 크다. 그에게 다시 돌아갈 곳이 생겨날까? 마지막 주제다. 이호성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죄를 짓도록 만드는가. 그렇게밖에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있다. 그렇게밖에는 간절히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그렇게 밖에 지켜야 할 것을 지킬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윤지숙 역시 그런 자신을 먼저 넘어서야 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지켜온 신념과 양심을 저버리려 한다. 어쩌면 그 자체가 예정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마지막회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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