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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09 06:56

TOP밴드 "이변, 베이스빠진 POE, 게이트플라워드를 이기다!"

POE와 TOXIC이 결승에서 맞붙게 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이래서 말한다. 음악이란 알 수 없다고. 음악이란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생각했다. 베이시스트 키뮤(김윤기)가 탈퇴했으니 4강 경연은 해보나 마나일 것이라고. POE의 음악에서 베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았을 때 아무래도 베이스가 없이 경연은 무리가 아니겠느냐고. 더구나 상대가 저 막강하 게이트플라워즈였다.

그러나 정작 경연이 시작되는 순간 필자는 그같은 섣부른 판단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두께는 얇아졌다. 깊이도 얕아졌다. 그러나 대신 선명해졌다. 조심스런 드럼의 배려에 힘입어 보컬 물렁곈의 목소리와 피아노는 더욱 투명하고 선명해졌다. 한 마디로 대중적이었다.

그동안 어쩌면 POE의 음악이 마니악하다는 평가를 듣게 된 데는 아마도 베이스 키뮤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필자는 키뮤의 베이스가 들어간 POE의 음악을 더 좋아한다. 더 음울하며 더 심연에 닿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중음악이라는 측면에서 지금과 같이 보컬과 멜로디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번 4강 경연에서처럼.

무척 즐거웠다. 여전히 음울했지만 순수하게 보컬의 목소리와 가사, 그리고 피아노를 즐길 수 있었다. 베이스를 듣는 재미는 없었지만 - 그래서 밴드음악으로서는 상당히 후퇴한 느낌이었지만 전혀 나쁘지 않은 그로서도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불운이었다.

필자로서는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1차예선을 마치고 필자가 주목하며 우승후보로 점친 두 팀이 바로 게이트플라워즈와 POE였다. TOXIC(톡식)은 2차예선을 거치면서 주목하게 되었다. 이 가운데에서 우승팀이 나오게 되리라. 다행히 TOXIC은 조가 갈려 다른 무대에 서게 되었지만 그러나 가조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게이트플라워즈와 POE가 4강전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불편한 진실'은 필자도 무척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이제까지의 경연과 분명 다른 점이었다. TOXIC이나 제이파워나 언급한 게이트플라워즈나 POE나 하나같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안정된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최소한 연주 자체에 있어서 심사위원들이 테크닉이나 앙상블에 대해 참가팀들에 지적한 것은 이번 경연에서는 없었다. 워낙에 4강까지 올라온 출중한 실력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자작곡이기에 곡을 만들고 그동안 연습해 온 시간 만큼 연주에 있어서의 완성도도 남달랐기 때문이리라.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 번의 콘서트를 위해서 프로음악인들도 몇 주 전부터 몇 십 년을 반복해 연주하고 불러 온 음악임에도 다시 한 번 연습하고서 완벽해지면 무대에 올린다. 그러고서도 정작 무대에 올라서는 전혀 뜻하지 않은 실수에 당황하고 하는 것이 바로 라이브인 것이다. 그것을 그동안 불과 몇 주만의 시간으로 새로운 노래를 편곡하고 무대에 올리라 했으니. 혼자서는 어떻게 새로운 노래를 편곡해 들려줄 수 있어도 그것을 밴드 멤버들과 다시 맞추어야 한다. 그에 비해서는 이번의 4강 무대는 자작곡이니 그 동안도 음악을 만들고 편곡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반복해 연주해 보았겠는가.

이제까지 가운데 그래서 가장 완성도 있는 연주였다. 물론 1차예선에서도 자작곡을 연주한 적이 있고, 조별경연에서도 POE의 Paper Cup과 마찬가지로 자작곡이 연주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방송 라이브 무대에서 자작곡을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심기일전, 결승진출이 걸린 토너먼트이기에 그 각오는 더욱 대단했을 것이다. 하기는 그런 것치고는 정작 떨어지고 나서 이기고 올라간 상대팀을 격려하는 모습에서는 진심이 묻어나고 있었지만 말이다. 생존을 겨루는 경쟁자가 아닌 이미 함께 음악을 하고 있는 동반자로서의 모습이었다.

음악에 대한 평가는 잠시 삼가도록 한다. 기성곡에 대한 편곡이 아닌 자작곡에 대한 평가는 그 팀의 정체성과 관계된 것이다. 어느 팀이 낫다, 어느 팀이 못하다, 그것은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음악인들에게 있어 하나의 폭거일 수 있다. 과연 경연에서 심사위원점수나 실시간문자투표점수 모두 POE가 이겼으니 POE가, 혹은 POE의 음악이 게이트플라워즈보다 나은가? TOXIC이 제이파워를 이겼다고 그들의 음악이 제이파워보다 확실히 낫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가수다>에 가왕 조용필이 나와서 말한 것처럼 이미 그들 자신과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있어 그들 자신의 음악이야 말로 최고인 것이다. 우열을 나눈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단지 토너먼트라는 제도의 특성상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오고 말았을 뿐.

확실히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은 시애틀 그런지에 닿아 있다. 그러면서도 그런지를 관통하여 70년대 아메리칸 하드록의 향기를 풍긴다. 미국 특유의 자유롭고 야성적인 록의 냄새가. TOXIC을 두고 유영석 심사위원은 2차 예선에서 감성이 아닌 본능을 자극한다 말한 바 있었는데, 게이트플라워즈는 듣는 이의 심장이 뛰고 피가 들끓게 하는 힘이 있다. 함께 괴성을 지르며 날뛰고 싶어지는 그럼 원초적 에너지가 그들에게는 있다. 처음 록이라는 장르가 세상에 처음 나타났을 때 모두를 향해 내지르던 그 원초적 함성이었을 것이다. 내가 록이다.

그런 한 편으로 POE에게서는 사이키델릭한 몽환의 느낌이 있다. 한 편의 절망적인 비극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세상엔 아무런 좋은 일도 없으리라. 희망따위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없이 슬퍼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창밖은 밝아 오고 어둡던 하늘도 개어 온다. 카타르시스일까? 어차피 누구나 슬프니까. 누구나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래도 슬퍼하고 좌절하고 절망하다 보면 다시 태양은 떠오르고 바람은 불어오게 된다. 문득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면 세상이 조금은 더 투명하게 보이지 않던가. 베이스가 빠지면서 그 심연과 수렁의 깊이가 더 얇고 더 얕아졌으므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대중적이 되었지만 마니아로부터는 멀어졌다.

TOXIC은 양파와도 같다. 그렇게 무겁고 강렬한, 그러면서도 시공을 뛰어넘는 스케일있는 음악을 하더니만, 자작곡에서는 그들 또래와 다운 풋풋함과 발랄함까지 느껴진다. 유쾌하고 즐겁다. 쓸데없이 심각해지지 않고서도 음악 자체로써 즐거울 수 있다. 원래 밴드음악은 축제에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음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그들 자신의 언어였을 것이다. 유영석의 말처럼 비로소 멤버들이 자기 나이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필자로서도 만일 TOXIX의 음악을 듣는다면 이번의 자작곡을 듣게 될 것 같다. 물론 이제까지 기성곡을 편곡한 음악들도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제이파워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하는 것이 미안하다. 필자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 연주에 대해서도 무어라 평가할만한 귀도 실력도 없다. 그저 잘하는구나 하는 느낌 뿐. 연주력 하나만 놓고 보았을 때 제이파워는 분명 <TOP밴드>에서도 TOP을 다툴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연주력을 마음껏 뽐내며 심사위원들에, 무엇보다 대중들에 들려주고 있었다. 그들의 자부심과 자의식을 읽었다. 그들은 천생 연주자들이다. 여전히 훌륭한 연주이고 음악이었다.

드디어 결승전. 개인적으로 밀던 게이트플라워즈가 떨어진 것이 너무나도 아쉽지만, 그러나 POE와 TOXIC 역시 필자가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무척이나 좋아하는 밴드들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기대가 크다. 과연 결승에서 그들은 어떤 연주를 들려줄까? 어떤 연주로써 다시 한 번 필자를 황홀경에 빠뜨릴까? 처음 고작 오디션이라 여겼던 것과는 달리 결승을 앞둔 필자의 마음은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팬의 그것으로 돌아가 버렸다.

결과야 어떠하든 그건 참가팀 자신의 사정이다. 누가 우승하고, 누가 준우승하고,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들 자신이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그것을 필자가 지켜본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을 무려 공중파를 통해서 집안에 앉아 지켜볼 수 있다. 세상에 다시 없을 호사일 것이다. <TOP밴드>를 본다는 자체만으로 누리는 특혜인 것이다.

벌써 일주일. 그리고 다시 일주일. 요즘은 일주일 가는 것이 너무 빠르고 너무 느리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과연... 과연... 그리고 그보다 게이트플라워즈의 공연일정을 찾아보게 된다. 공중파 서바이벌 오디션은 끝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공연은 계속되고 있다.

"토요일에는 드라마보다 TOP밴드!"

그리고,

"TOP밴드가 끝났다면 TV보다는 공연장을!"

이제 <TOP밴드>는 끝나가지만 <TOP밴드>로 시작된 인연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것을 기억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밴드야 말로 가장 큰 선물임을. 감사한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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