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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08 07:28

위대한 탄생 "오디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위대한 탄생만 장땡인가요? 그냥 자기 음악 하세요. 지금 톤도 신기한 색깔이 되게 많구요, 공연해 나가면서 천천히 인지도를 높여가도 좋을 것 같아요."

순간 공감했다. 그렇지 않은가?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디션을 통하지 않고서도 음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하려고만 한다면 그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상론이다. 예전에는 분명 그런 것들이 통하던 때도 있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로지 음악만 파며 고생하다 보면 음반회사나 연예기획사에서 그를 발굴해서 주류무대로 올려보내는. 그러나 거대기획사를 중심으로 철저히 대중음악과 연예계가 재편된 이후로 그같은 통로는 거의 사라지가시피 하고 있다. 과연 최근 주류무대에 모습을 보인 대중음악인 가운데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올라온 이가 몇이나 되던가?

언제부터인가 언더그라운드와 주류무대가 완전히 단절되다시피 하기 시작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아예 주류무대로 올라가기를 포기하고, 주류무대에서는 언더그라운드로부터의 수혈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위대한 탄생> 시즌1에서도 멘토 방시혁이 말한 그대로 이미 한국 대중음악의 엘리트는 거의가 거대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소속되어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가수가 되고자 하니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차근히 시작하라면?

실제 <위대한 탄생> 시즌2나 <슈퍼스타K> 시즌3, 나아가 <TOP밴드>를 통해서도 언더그라운드는 물론 주류무대에서 활동하던 음악인들이 대거 오디션이라는 통로를 찾아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공연을 할 줄 몰라서 오디션장을 찾은 것일까? 자기 무대와 음악이 없어서 굳이 오디션의 결과에 집착하고 했었던 것일까? 자작곡을 가진 밴드도 있었고, 이미 자기 음반을 내고 권위있는 상까지 수상한 팀도 있었다. 나름대로 팬덤을 확보하고 있던 이들도 적잖이 출연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들은 오디션이라는 치열한 경쟁장을 찾았는가?

기회가 없으니까. 그나마 케이블과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는 오디션프로그램이 아니면 아예 기회가 없다시피하니까. 아무리 권위있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하고, 또 권위있는 대중음악상을 수상하고, 그러나 방송이라는 미디어권력을 통하지 않고서는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조차 없다. 악의적인 편집에 희생당하고, 때로는 오디션에서의 모습이 전부인 양 폄하당하더라도 그래서 그들은 오디션이라는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사람이라면 아예 오디션에 모습을 보이지도 않겠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 있어 그것은 그들이 음악으로써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통로다. 다름아닌 거대기획사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창구다. 그를 통해서만이 주류무대로 나갈 수 있다.

이미 주류무대에서 성공한 인기가수의 넘치는 자신감이었을까? 그러한 얼마 되지 않는 기회를 잡기 위한 가수지망생 - 스타지망생들의 절박함을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말투였다. 언더그라운드에서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음악생활이란 고되고 힘들다.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이, 자기 음악을 들어주는 이조차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음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그래서 오디션에도 출연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 그리고 사실 그러한 지망생들의 절박함을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오디션프로그램을 만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얼마나 절실하고, 얼마나 간절한가.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떤 드라마가 있는가.

다만 흥미롭다면 성시경의 그러한 발언이 있던 <위대한 탄생> 시즌2 지역예선 마지막날의 방송에서 그다지 간절하다거나 절박한 출연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위대한 탄생>이어야 한다. 어쩌면 그런 담담함이 <위대한 탄생>의 매력일 것이다. 혹은 젊었을 적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되새기기 위해, 지금이라도 잊었던 꿈을 일깨우려, 혹은 어린아이 특유의 치기어린 패기로써. 그나마 가수가 되고자 하는 이수연씨나 달콤한 목소리의 김성진씨도 그다지 애절하다거나 안타까운 느낌이 덜하다. 그래서 상당히 부담없이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시즌1에서 위대한 캠프까지 갔다가 안타깝게 떨어졌던 차여울씨의 사연이 조금 가슴을 울컥하게 했을까?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리 편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오디션답지 않게 부대끼는 느낌이 없어 좋았다. 순수한 열정이 좋았고, 그 열정이 쫓는 개개인의 꿈들이 좋았고, 무엇보다 그를 위해 주어진 무대를 아낌없이 즐기는 모습들이 좋았다. 결과는 그 다음이랄까? 물론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무척 절박하게 느껴졌을 테지만, TV모니터란 원래 생명이 없는 차가운 것이다.

역시 주목할만한 참가자라면 심기일전 마치 복수의 칼날을 꽂듯 자작곡으로 심사위원들을 매료시킨 차여울씨와 놀라운 미성의 소유자 김성진씨, 그리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수연씨, 뜻밖의 훈남 캐릭터인 에릭 남, 물론 이 가운데 몇 명은 끝내 위대한 캠프를 넘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리라. 아니 모두가 떨어지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지 않은가? 그럼에도 꿈을 쫓는 열정이 있고, 무대를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다. 여유라기보다는 그만큼 더 간절하고 절실하기 때문이었을 테지만.

어떻게 보면 이 또한 최근 한국대중음악계의 왜곡된 현실이기도 하다. 기성가수들조차 어떻게든 대중들에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예능에 얼굴을 내비쳐야 하는. 과연 이미 프로인 가수들의 노래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타당한가? 하지만 제대로 된 무대에서 제대로 된 노래를 주말황금시간대에 대중들에 들려주고 싶다는 목마름이 그것마저도 감수한다. 하물며 데뷔할 기회조차 제한된 신인들이야. 그리고 그러한 한 편으로 마치 오디션 자체를 즐기려는 듯한 참가자들은 음악이 아직 우리의 일상과 가까이 있음을 말해준다.

누구나 음악을 좋아하고, 그래서 음악을 꿈꾸고, 그러나 그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그 기회를 얻기 위해 자신의 꿈과 열정마저 미디어를 위해, 그리고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내놓는다. 성공으로 가는 줄을 어떻게든 움켜쥐기 위해. 그래서 서바이벌이라는 것이다. 의외로 서바이벌이라는 취지에 어울리지 않게 그저 즐기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마침내 지역예선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대망의 '위대한 캠프'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또 위대한 캠프를 통해 어떤 반전이 있을 것인가? 그리고 작년 시즌1에서와 마찬가지로 서혜인, 장솔, 차겨울, 정재익, 심은영의 다섯 참가자가 멘토의 선택에 의해 부활하고 있었다. 멘토 자신에 의해 선택된 참가자이기에 이들이 과연 위대한 캠프를 통해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 마침내 자신을 선택해 준 멘토를 만족시키고 멘티로써 선발될 것인가, 벌써부터 그 기대를 모으게 된다. 지난 시즌1에서도 위대한 캠프를 통해 많은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담담했다. 그러나 유쾌했다. 바로 이런 것이 오디션이로구나. 물론 오디션다운 절박함과 치열함도 항상 그 바탕에 깔려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들 가운데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누가 될까? 아직 지켜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재미있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성시경의 그 말이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참가자들에게 <위대한 탄생>이란 어떤 의미인가? <슈퍼스타K>나 <TOP밴드>란? 그럼에도 그들은 오디션장을 찾는다. 한 번 떨어졌음에도 다시 칼을 갈아 또 한 번 도전한다. 나는 그것을 본다. 호기심과 기대로써. TV란 항상 가장 즐겁고 유쾌한 유희의 도구다. 아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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