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2.10 07:54

펀치 16회, '이태준, 최연진의 배신을 마침내 눈치채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가난해서, 혹은 배우지 못해서. 힘이 없어서 힘을 가진 이들에게 휘둘리고 수모를 겪으며 살아야 했었다. 보증이 무언지도 모르는채 집을 빼앗기고, 자기보다 실력도 떨어지는데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도 지켜보아야 했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부당한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예로부터 자식이 공부 좀 잘한다 싶으면 법대에 진학시켜 판검사를 목표로 하도록 가르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신분사회에서 그 모든 것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더 높은 신분에 오르는 것 뿐이었다. 승자가 되고 강자가 된다. 힘있는 자에 속한다. 하지만 현실은 판검사라고 다 같은 판검사가 아니었다.

민주화 이후 공안검사의 전력이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잡을 줄이 있고 밀어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자기 살 길을 찾아 빠져나가고 있었다. 검사로서 인정받기 위해, 무엇보다 살아남기 위해 단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따른 것 뿐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그것이 흠이 되고 죄가 되었다. 윤지숙(최명길 분)이 자신의 상사로 와서 과거의 전력을 들추기 시작한 것만으로 하마트면 검사복을 벗을 뻔한 위기까지 겪게 된다.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아무거라도 힘이 될만한 것을 붙잡아야 한다. 법조계 명문가의 자손으로 이미 법조계에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던 윤지숙과는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 SBS 월화드라마 '펀치' ⓒHB엔터테인먼트

단지 가난을 이유로 더 공부도 잘하고 성적도 좋았음에도 지방의 3류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더 공부도 못하고 성적도 떨어졌음에도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에 친구들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들의 위에 서고 싶었다. 차라리 이태준의 손을 잡아서라도 검사로서 남아있고자 한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윤지숙이 그를 밀어냈다는 것은 윤지숙의 배경이 되고 있는 법조계 명문가의 영향력과 인맥이 그를 배척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같은 뜻일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박정환(김래원 분)에게 검사로서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그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 뿐이었다. 하필 그 누군가가 윤지숙과 대립하고 있던 이태준이었다.

둘다 초임검사 시절에는 정의감과 열정에 불타고 있었다. 바른 검사가 되겠다. 법과 정의를 지키는 올곧은 검사가 되겠다. 신하경(김아중 분)도 그리 증언하고 있었다. 처음 자신이 만난 검사 박정환은 무척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호성(온주완 분)도 극초반에는 무척이나 정의롭고 인정많은 이상적인 검사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윤지숙은 상징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의 정의와 명분을 혼자서 독점하려는, 그러면서도 이미 스스로 부패하고 타락한 이 사회의 기득권이다. 그렇게 그들이 만든 세상에서 검사들은 비틀리고 일그러진 흉측한 모습으로 자라나게 된다. 누구의 잘못인가?

그저 어머니의 유언대로 검사가 되고자 했을 뿐이었다. 끝까지 검사로서 남아있으려 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는 이태준을 위해서 그의 형 이태섭에게 몇 마디 조언을 건넨 것 뿐이었다. 이태준을 살리기 위해 형 이태섭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었다. 이태준을 살리기 위해 조강재(박혁권 분)는 이태섭에게 자살을 권할 수밖에 없었다. 조강재는 물론 멋대로 죽어버린 형 이태섭도 용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이제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멈출 수 없는 관성이 이태준을 막다른 곳까지 몰고 간다. 이제와서 자신이 지나온 길이 잘못되었다 인정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끊임없이 자기를 변명하고, 자기를 합리화하고, 윤지숙 역시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검사로서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법조계 명문가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 그 가운데 윤지숙 자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돌아갈 수 없다. 후회하더라도, 그래서 절망하면서도, 그래도 나가야 한다. 후회도 하고 갈등도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하나였다. 이태준이 아닌 그녀 자신의 선택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선택이었다. 이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울어주기를 바랐다. 자기가 상대에게 그만큼 가치있는 존재이기를. 차라리 그를 상처주어서라도 눈물흘리도록 만들고 만다. 조강재의 이태준에 대한 마음이 그와 같다. 차라리 자신으로 인해 아파하기를. 차라리 자신으로 인해 괴로워하기를. 미워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안쓰럽고 애처롭다. 이태준 자신은 자신만을 위해 살았는데 어째서 조강재는 지금껏 남을 위해 살았었는가. 그 선의가 독이 되어 이태준을 헤집는다. 인간이 그렇지 않을까.

조강재와 박정환이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박정환 역시 항상 자신을 위해서만 살았었다. 이태준은 그를 위한 수단이며 때로 박정환의 또다른 자신이었다. 박정환이 끝까지 이태준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박정환이 가장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다.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미움이든 미련이든 어떤 감정이든 내보일 법도 하건만 항상 냉정하고 침착하다. 차라리 이태준이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다. 당장의 앞만을 본다. 과거의 미련도, 미래의 희망도 아닌, 그저 살아있는동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만을. 그래서 그는 또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최연진(서지혜 분)의 배신을 이태준이 알아차렸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동안 너무 허술하게 넘어갔다. 이호성 역시 마찬가지다. 이태준의 인간적인 부분일 것이다. 타고는 음모가치고는 주위에 대해 너무 무르고 관대하다. 그 투박함이 악역임에도 이태준을 연민케 한다. 최연진의 배신을 알게 된 것을 이태준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박정환에게 어떤 또다른 위기로 다가오게 될까? 시간은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다급하다.

그래도 하나씩 진실은 밝혀진다. 어렵지만 조금씩 이태준과 윤지숙의 실체에 다가간다. 어찌되었거나 진실은 승리된다. 조금 늦고 조금 돌아갈지 몰라도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방향으로 역사는 나아간다. 한 걸음을 내딛을 의지와 용기만 있다면. 아마도. 긍정의 희망일 것이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