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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2.05 06:37

하이드 지킬 나 5회, '로빈과 장하나의 로맨스, 의외로 평범하게 진행'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자기가 자기를 연기한다. 자기가 자기인 척한다. 그 기묘한 아이러니가 현실이 된다. 로빈과 구서진(현빈 분)은 전혀 별개의 존재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다. 구서진을 보며 로빈에게 말한다. 구서진을 앞에 두고 심지어 로빈에게 고백까지 한다. 술이라고는 한 번도 마셔 본 적 없는데 로빈과 마찬가지로 어지간해서는 취하는 법 없는 술고래 중에 술고래다.

그래서 더 싫어하는 것일 게다. 자꾸만 자기의 영역을 넘보려 한다. 자기와 주위의 일상마저 오염시키고 만다. 어찌되었거나 구서진이란 자신이 그동안 힘들게 만들고 지켜온 자기 자신인 것이다. 자기를 지키고자 하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공유하는 본질과 같은 것이다. 구서진 자신조차 너무 쉽게 로빈이 된다. 로빈이 되고자 전혀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자신을 너무나 간단히 로빈이라 믿어 버린다. 그조차 불편하고 불쾌한 것은 자기가 마치 진짜 로빈이 되어 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 SBS 드라마 '지킬 하이드, 나' 포스터 ⓒ에이치이앤엠

그럼에도 두 사람이 전혀 별개의 존재라는 것이 구서진이 하지 못하는 것을 로빈은 한다. 로빈은 하지 못하는데 구서진은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서로 쌓아온 서사가 다르다. 구서진은 그림이라는 것을 그려 본 적이 없다. 로빈은 구서진처럼 대기업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수업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다.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동이라도 성장과정이 다르면 결국에는 외모마저 달라진다. 같은 인간이지만 전혀 별개의 독립된 인격으로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자신을 분리해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나 성공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가에 드라마의 성패는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를 위한 과정일 것이다. 둘은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다. 로빈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고 어색하기만 한 구서진의 모습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존재인가. 그럼에도 주위의 어느 누구도 구서진이 로빈이 아닐 것이라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장하나가 구서진에게 고백한다. 로빈을 향한 고백이다. 로빈을 사랑하는 것은 구서진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서진을 향한 고백은 구서진을 향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두 사람은 다시 하나가 된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사라지거나, 아니면 둘이 합쳐지게 되거나그를 위한 전제다. 굳이 로빈이 아니더라도 구서진은 계속 장하나를 향해 심상치 않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악역일 수 있는 류승연(한상진 분)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무엇이 진짜 자신인가? 항상 남의 눈을 의식한다. 그래서 그를 위해 온갖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베컴 헤어스타일은 그런 그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같은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저 눈치를 보고 기회를 살피는 것 뿐이다. 그의 빈곤한 자아가 구서진의 분열된 인격과 함께 드라마의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휩쓸리며 살아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가 마침내 이르게 될 종착점은 무엇일까? 분열일까? 파멸일까? 아니면 진실인까?

로빈과 장하나의 로맨스는 의외로 평범하게 진행된다. 지루할 정도다. 단지 과정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장치로써 장하나와의 사이에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구서진과 로빈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시작된다. 그 갈등의 중심에는 분명 장하나가 있다. 강희애(신은정 분) 교수의 실종은 사족과 같다. 로빈과 구서진, 장하나를 위험에 빠뜨리기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 주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진행되고 나면 절박함도 함께 드러나게 될까? 어느 순간 두 사람이 손잡게 되는 때가 온다.

배우 현빈은 구서진을 연기하고, 드라마속 구서진은 로빈을 연기한다. 구서진과 로빈을 함께 연기해야 한다. 현빈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연출의 어설픔에도 한지민의 매력 역시 드라마를 뚫고 나온다. 아직은 조역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권영찬(이승준 분)을 제외하고 윤태주(성준 분)조차 많이 미미하다.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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