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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06 07:32

공주의 남자 "대미를 위한 마지막 숨고르기, 기다림이 시작되다!"

세령, 다시 김승유와 만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마침내 세령(문채원 분)의 아우인 의경세자(권현상 분)이 병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료에 전하는 당시 그의 나이는 19살, 공교롭게도 그의 아우인 예종 역시 1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세조가 저지른 살육에 대한 업보였을까?

다행히 드라마는 단종보다 뒤에 죽는다는 야사를 따르면서도, 의경세자를 죽인 것이 단종의 생모 현덕왕후이며, 꿈속에서 현덕왕후가 나타나 자신을 꾸짖으며 의경세자를 죽이자 세조가 형수인 현덕왕후의 릉을 파헤쳤다는 패륜적 상황까지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하긴 남은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당장 세조(김영철 분)의 앞에는 다른 원망을 돌릴 대상이 있다. 세령이 야사에서의 현덕왕후 대신이었을까?

그렇게 결국 세조는 야사에서 전하는대로 세령에 대한 모든 기록을 역사에서 지우고 그녀를 영영 노비로써 살도록 만든다. 그것은 단지 분풀이였다. 세령으로 인해 의경세자가 죽은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마지막 의경세자가 넋두리처럼 읊조린 문종과 단종에 대한 이야기를 못들은 척 외면하기 위해. 얼마나 의경세자가 사적으로는 사촌형제이기도 한 단종의 죽음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는가? 물론 실제 역사에서는 말했듯 의경세자가 단종보다 먼저 죽었다. 죽음에 이르러 문종과 단종을 보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희왕후(김서라 분)은 애써 염치불구하고 경혜공주(홍수현 분)를 찾아 그녀와 그녀의 아들 정미수를 면천시켜주마 화해를 청하고, 세조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진실로부터 도망치려 든다. 더구나 하필 그런 상황에 이시애의 난까지 일어나고 있었으니. 사육신에 의한 1차 단종복위운동에, 금성대군과 정종을 희생시킨 2차 단종복위운동, 그리고 다시금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함길도에서의 이시애의 반란. 딸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아들은 그렇게 비명에 죽고, 고독을 느낄만도 하다. 과연 그렇게까지 자기가 잘못한 것인가? 이제껏 옳다고 믿었던 모든 행동과 동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마지막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 또한 역사와는 다르다는 것이, 그렇게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고 반성했다고 하면서도 세조는 정작 살아생전 자신의 야심으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경혜공주의 아들을 보살폈다고 하는 것도 사실상 세상의 눈을 의식해 경혜공주의 아들을 빼앗은 것으로, 정작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는 단종의 미망인인 정순왕후 송씨의 양자로 입적되어 그의 아들이 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세조의 후대를 위한 마지막 정치쇼였던 것이다. 그런 만큼 모든 죄는 세조에게로 향하고 예종부터는 찬탈로 인한 모든 책임을 면하게 된다. 세조가 탁월한 정치가였다는 이유랄까?

아무튼 드라마는 세조에게도 동기를 부여하며 동시에 신면과 세령에게도 이유를 부여한다. 신면에게는 김승유와 마주하여 마지막을 맞이할 이유를, 그리고 세령에게는 마지막 순간 김승유와 함께 하도록 하기 위한 이유를, 하필 한명회(이희도 분)가 세령을 이용하여 김승유를 유인하려고만 하지 않았어도 세령이 굳이 신면에게서 도망쳐 김승유를 찾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러나 한명회의 그같은 의도는 세령으로 하여금 김승유를 위해서라도 김승유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을 만든다. 그야말로 24회 마지막회를 위한 치밀한 준비과정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사실 10월 5일 <공주의 남자> 23회는 별다른 내용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이시애의 난은 분량상 상당히 한 켠으로 밀려나 작게 묘사되고 있고, 세령과 세조의 갈등이나 세령과 신면의 충돌도 이제까지의 연장에 불과하다. 그런 한 편에서 의경세자의 죽음과 정희왕후의 경혜공주에 대한 화해시도는 또다른 변화를 예고한다. 세령은 마침내 신면을 떠나 김승유와 만나게 되고, 신면은 세령마저 빼앗긴 채 김승유와의 마지막 대면을 준비하고. 그것은 오늘 24회 마지막회 대단원을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어떤 결말일 것인가는 역시 기다려 보아야 알겠지만 말이다.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장에서 마침내 마주치는 김승유와 신면, 그리고 홀로 앉아 있는 세조에게 칼을 겨누는 김승유, 결론은... 예고편이란 그래서 때로 고문과도 같다. 나머지 시간을 어찌 견디란 말인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차라리 마지막편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차라리 보지 않으면 마지막은 오지 않으리라. 어린아이같은 생각이지만. 그러나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정말 공교롭다. 하필 - 물론 별개의 의도로 기획된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하필 <공주의 남자>의 마지막과 맞물려 <공주의 남자> 바로 전시대인 세종조의 이야기가 SBS에서 <뿌리깊은 나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다니. 그 이름들이 그대로 나온다. 김종서, 신숙주, 성삼문, 박팽년, 아마도 수양대군 역시. 아마 세령은 없을 것이다. 김승유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아니면 나오지 않거나. 후속드라마의 짐이 무겁다. 오히려 이쪽이 더 <공주의 남자>의 후속처럼 느껴지는 탓에. 아이러니일 것이다.

숨을 고른다. 마지막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조금은 설레기도 한다. 긴장도 한다. 어떠할 것인가. 후련할 것인가? 답답한 채로 끝날 것인가? 비극일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을 것인가? 예상하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눈물을 준비해야 하는가? 벌써 기다려진다.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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