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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03 08:22

내사랑 내곁에 "고석빈, 봉영웅이 이영웅이 되는 건 참을 수 없어!"

가부장적 전통사회의 가족관에 대한 도전일까?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그렇게 어른들이 아이를 기르는 어려움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봉선아(김미숙 분)이 딸 도미솔(이소연 분)으로 하여금 아이를 지우라 하고, 끝내 낳은 아이를 자기 아이로 기르는 이유일 것이다. 도미솔이 임신했다는 말에 배정자(이휘향 분)가 바로 도미솔에게 아이를 지우라 강요하며 아들 고석빈(온주완 분)을 미국으로 도망치게 한 이유인 것이다. 도미솔에게 아이가 딸려 있다는 사실에 얼굴색이 달라지던 이소룡(이재윤 분)의 부모 이만수(김명국 분), 최은희(김미경 분)와 할머니 정말자(사미자 분)도 마찬가지다. 과연 이소룡의 고모 이주리(이의정 분)가 임신했을 때 주위는 그저 반기기만 했을까?

도무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지. 어느새 옆에서 고기잡던 아저씨의 낚시대에 걸린 물고기에 정신을 팔다가, 다시 쪼로로 달려가는 다람쥐에 이소룡이 당부한 말은 하얗게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그것을 쫓기 시작한다. 그래서 미아도 생기는 것이건만. 잠시 눈만 다른데 돌리면 그 사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과연 그런 것까지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이소룡이 이제까지 그저 말 잘 듣는 봉영웅의 모습만 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의 잘못은 이내 어른의 잘못이 되어 질책으로 돌아온다.

필자가 아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다. 아이들은 악의가 없다. 그래서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다. 아이들을 야단쳐도 그때 뿐인 이유이기도 하다. 전혀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잘못 야단을 치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억울하다는 생각부터 가지기 쉽다. 매가 아이를 망치는 대표적인 경우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고. 그저 자기가 알아서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지면 되는 어른과는 달리 더구나 아이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기가 잘못해서 길을 잃었어도 결국 걱정해주고 감싸주어야 하는 것이 어른인 것이다. 고양이 한 마리 기르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아이야.

어쨌거나 드디어 드라마가 가부장적인 기존의 가족관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한다. 하필 이소룡이 입양아 출신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다. 이소룡이 그토록 진실되게 봉영웅을 자기 아들로 기르겠다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막연하지 않다. 이소룡에게는 이미 경험이 있으니까. 피가 이어지지 않아도 부모이고 자식일 수 있다는 경험이 있다. 설사 태어난 순간에는 전혀 남남이었어도 인연이 부모자식으로 만들어준 지금의 부모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은 자신의 부모처럼 그리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주위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할머니 정말자부터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그 아이를 데려와 아들로 삼는 것이 탐탁치 않다. 그 부모인 이만수와 최은희도 마찬가지지만 단지 이미 아들의 뜻을 존주하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봉선아도 그 사실이 마음에 걸리고, 아예 배정자와 고석빈은 태어난 것도 모르고 내팽개쳐두고 있었음에도 봉영웅이 자기 아들이고 손자라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미 성이 '고'가 아닌 '봉'이고, 도미솔이 이소룡과 결혼하지 않은 채 자기 호적에 올려도 역시 '고' 대신 '도'라는 성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봉영웅이 이영웅이 되는 것은 보고 있을 수 없다. 이 무슨 오만인가.

하늘이 정해준 천륜이라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 정하는 인륜이라는 것도 있다. 태어나기는 부모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전혀 남남으로 살아왔을 때 그를 가족이라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성리학을 통해 강화된 전통적인 가부장적 질서는 부계의 계승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동기라는 것이다. 기는 아버지에게서 자식에게로 흐르고, 형제란 아버지의 기를 나누어 받는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동기'다. 모계는 그런 가운데 철저히 부정된다.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옳지 않겠나?"

그래서 심지어 이제까지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살아갈 어머니와 자식이 같은 성을 쓰는 것마저 그리 문제가 되고 했었다. 어차피 부모자식이기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러나 성은 오로지 아버지의 것만을 써야 한다며. 그렇다면 과연 태어나는 것도 부정하고, 얼굴도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제 겨우 아는 형이라 부르기 시작한 대상조차 아버지라 우선해 여겨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사실 정말자가 걱정하는 것이 그 부분이다. 차라리 봉영웅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였다면 정말자도 무리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미 지난회에서 이소룡의 선택을 지지하는 말을 한 바 있다. 문제는 봉영웅의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친아버지인 고석빈은 자기 아들인 봉영웅을 찾으려 할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를 버릴 수 있어도, 아버지는 아이를 버릴 수 없다. 언제고 아이는 아버지를 찾아가야 한다. 그것을 친아버지도 아닌 이소룡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장차 도미솔과의 사이에서는 그의 아이도 태어날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혈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착이 봉영웅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서다. 친아버지를 찾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라 하더라도, 그렇다고 친아버지만 고집하게 되는 것은 환경의 영향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이소룡과 봉영웅 사이에는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이소룡은 끝내 봉영웅의 아버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흥미가 생기는 이유다. 봉영웅이 낚시터에서 그와 같은 터무니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만 이유일 것이다. 그로써 봉영웅을 하마트면 잃어버릴 뻔한 미래의 양아버지 이소룡과 그를 걱정하는 친아버지 고석빈이 대비된다. 더불어 이제까지 봉영웅을 방치해 온 고석빈과 배정자가 아버지이며 할머니로써 봉영웅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명분이 된다. 본격적으로 충돌할 요량이다. 고석빈과 도미솔이. 배정자와 도미솔이. 고석빈과 이소룡이. 배정자와 봉선아가. 그 결론이 아마도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일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아버지로서의 의무는 다 하려 하는 고석빈의 캐릭터를 통해서. 과연...

하여튼 드라마가 '막장'이라 불리우는 이유일 것이다. 다름아닌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까. 이제껏 어머니와 함께 살아 온 아이들이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것을 두고서도 그리 시끄러운 사회다. 아이 딸린 홀아비가 새장가를 갔을 경우에는 그런 문제가 없는데, 아이 딸린 홀어미가 새로이 가정을 꾸리면 아이들 호적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아마 이소룡의 경우도 고석빈이 방해하려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봉영웅을 자기 호적에 올리지도 못하는 경우마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임을, 할머니임을 주장하는 고석빈과 배정자의 주장이 더 먹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물론 고석빈의 아버지 고진택(김일우 분)은 상식선에서 이제껏 봉영웅을 낳고 길러온 봉선아와 도미솔 모녀의 입장을 고려하여 고석빈에 의해 태어난 데 따른 자연적인 의무만을 지려 하고 있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작 태어난 아이나 아이를 이제껏 길러온 당사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하기는 그래서 정작 아이를 이제껏 정성들여 길러 온 할머니보다 오래전에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간 부모의 손을 들어주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곧잘 뉴스를 타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단지 아이를 누군가의 귀속물로만 여기는 전근대적인 가부장제의 흔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드라마의 또 하나 장점이다. 벌써 44회를 지나가는데 단 한 번도 다음회 예고를 빼놓은 적이 없다. 그만큼 충분한 분량을 예비해두고 작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충실하게 감정의 디테일을 시청자에 전달해주고 있다. 하나같이 연기가 뛰어나 보인다. 실제로도 뛰어나다. 그리고 시청자는 예고를 통해 다음주를 기대하게 되고.

이번에도 봉영웅은 미운짓을 하게 될까? 고석빈과 배정자에게도 비난이 쏟아지게 되리라. 도미솔에 대한 동정과. 재미있어지는 방법을 아는 드라마다. 몇몇 드라마에게는 배우라 말하고 싶을 정도다. 얼른 행복해졌으면 싶지만. 그러나 행복해지기에는 아직 드라마가 조금 남은 모양이다. 그리고 지켜보아야 할 재미도 남아 있다. 마음껏 욕하고 비난하고 화를 내는 재미가. 그리고 그 끝에 행복해 하는 주인공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결말이 있겠지. 기대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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