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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02 08:32

내사랑 내곁에 "고진택, 아들 고석빈을 위해 형 고진국에 무릎을 꿇다!"

가장 큰 죄는 가족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해 가장 절실하게 깨닫는 때가 자신의 죄로 인해 부끄러워하는 가족을 볼 때라고 한다. 부모가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고 자식이 부끄러워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이보다 더 큰 응보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말한다. 가장 큰 효도는 부모로 하여금 자식인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큰 불효는 자식인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하는 것이다. 자식이 부끄러운 것은 단지 자식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자식을 그렇게밖에 기르지 못한 부모 자신이 부끄러운 것이다. 자식 입장에서야 부모의 일은 부모의 일이라 여길 수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자신이 한 일을 듣고 당장 화를 내며 야단치는 아버지. 하지만 그보다 더 고석빈(온주완 분)을 아프게 한 것은 자신을 위해 형인 큰아버지 고진국(최재성 분)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초라한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는 끝내 부축하는 자신을 뿌리치고 홀로 비틀거리며 자기 방으로 찾아들어간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것을 모른다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부끄러운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반성할 줄도, 그것을 바로잡을 줄도 모른다.

다만 문제라면 고석빈의 경우 지나치게 자신만을 바라보며 자신만을 위해 온 어머니 탓에 자아가 이상하게 꼬여 있다는 점일 것이다. 부끄러워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을 자기 위주로 부끄러워한다. 죄의식을 가져도 그것을 자기 식대로 풀려 한다. 상대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이 고석빈이 항상 자신의 죄로 인해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결국 그것을 항상 문제를 키우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든다. 이번에도 오히려 도미솔(이소연 분)을 납치하려 들었으면서도 그 책임을 도미솔의 엄마 봉선아(김미숙 분)와 결혼하려 한 큰아버지 고진국에게 돌리려 드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자신이 궁지로 내몰아 끝내 집을 나가고 만 아내 조윤정(전혜빈 분) 앞에서도 그녀의 배속의 아이를 들먹이며 자신의 입장만을 챙기려 하는 것이 그래서다.

본바탕은 착하다. 나쁘지 않다. 어머니를 사랑할 줄 알고, 아버지를 걱정할 줄 알며, 도미솔에게 저지를 잘못을 알고 그것을 보상하려 하며, 아들 봉영웅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의 애정과 책임감마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잘못 꼬이면 이렇게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 그 미묘한 선을 절묘하게 연기로써 표현해 보여주고 있는 온주완에게 찬사를 보낸다.

결국 아내로부터도 아들로부터도 소외당한 무력한 남편이자 아버지 고진택(김일우 분), 사실 그도 그렇게 떳떳한 입장은 아니다. 무능해서 아내를 고생시켰고, 무기력해서 아들 고석빈을 방치했다. 말이야 항상 옳고 바르지만 그러나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자식만은 남부끄럽지 않기만을 바랬다. 자기는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는 자기를 남편으로써 인정해주기를. 아마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닐까. 자식에게 엄격하려 하지만 그러나 자식이기에 엄격할 수만은 없다.

아무튼 최근에 또 필자가 들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 사이인데 그런 정도도 못 봐주는가. 우리 사이가 어떠한데 그런 것 가지고 문제를 삼는가. 은근히 드라마가 냉소적이며 비판적이다. 한 사람을 납치해 협박한 명백한 범죄인데도 고진국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없었던 것으로 덮으려 한다. 그리고 그의 부탁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한국사회의 어떤 만연한 비리현장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도 당사자나 누구나 전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미혼모 문제에, 입양아 문제에,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드라마 안에 넣어 보여준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전혀 문제없이 여기는 그 자체가 그 원인이라는 것을 강변하듯이. 상당히 인상깊게 보았던 장면 가운데 하나였다. 자식이기에 감싸주어야 한다는 어머니 배정자(이휘향 분)와 아내의 말에 끝내 아들을 위해 형 고진국 앞에 무릎을 꿇던 고진택과, 그리고 그같은 동생의 부탁에 끝내 봉선아와 도미솔의 입장마저 한 쪽에 젖혀둔 채 고석빈을 위해 사건을 덮으려 전화를 거는 고진국. 그에 비하면 밥을 먹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사래가 들리는 고석빈의 동생 고수빈(문지은 분)은 얼마나 솔직한가.

가장 비중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드라마에 자기 이름을 받고 출연하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어느 정도 자기 롤이 있고 역할이 있건만, 그러나 고수빈의 드라마에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철없는 딸로조차도 거의 비쳐지지 않고 있으니. 배우 입장에서도 안타까울 것이다.

어쨌거나 역시 드라마를 보는 재미란 이런 것일 게다. 세상에 다시 없는 악당도 나오지만, 그러면서도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착한 바보들도 나온다. 도미솔을 사랑하자면 아들인 봉영웅도 사랑해야 하기에, 아버지로써 진정으로 봉영웅을 사랑할 자신이 있을 때 도미솔에게 청혼하려 한다. 아무리 봐도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 바보스러움 때문일까? 악역들은 분명 현실에 있을 것 같은데, 이소룡은 전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봉영웅을 구하기 위해 차가 있는데도 몸을 던지고서도 태연하게 이제 아버지가 될 자신이 있다며 도미솔에게 청혼하는 모습이라니.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

결국 그런 바보스러움이 도미솔을 녹이고 가족의 반대마저 누그러뜨린 것이 아니던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각오가 섰다는 말에는 더 이상 품안의 자식으로 여길 수는 없는 것이다. 부모가 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된다. 아마 그같은 이소룡의 단호한 모습에 끝내 설득되고 만 엄마 최은희(김미경 분)가 순간 짓고 있던 표정은 더 이상 그가 자신의 아들만은 아니게 되었다는 상실감이었을 것이다. 비로소 그의 결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침내 조윤정은 고석빈과 이혼하려 하고. 강정혜(정혜선 분) 앞에서, 고석빈과 배정자가 보는 가운데 더 이상 고석빈과 함께 살 수 없음을 고백한다. 또 한 번의 위기다. 고석빈과 배정자 모자의 수난시대다. 반전은 있을까? 차근차근 파멸을 향해 간다는 것이.

그렇더라도 완전한 인과응보는 아닐 것이다. 완만하다는 것은 그 끝이 극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대하게 된다. 이처럼 완만하게 그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은 어떤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일까?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더 재미있다. 기대하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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