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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02 07:45

TOP밴드 "8강전 두번째, 톡식과 제이파워가 선택되다!"

밴드와 가족을 위한 가족PPL이 정겹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이번 <TOP밴드> 18회 8강전 생방송의 PPL은 다름아닌 가족이었다. 만일 필자가 제작진의 윗선에 있다면 보고 나서 한 소리 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내용을 예능에 내보낼 생각을 하는가?"

<슈퍼스타K>가 시청률 자체도 높기는 하지만 화제성에서 다른 어떤 오디션프로그램 - 아니 모든 방송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의 화제성을 갖는 이유가 그것이다. '악마의 편집'이라 부르는 그대로 어떻게 하면 대중의 관심을 끌고, 대중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를 안다. 당장 <슈퍼스타K>의 자극적인 편집을 비판하던 사람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는 그런 마력이 <슈퍼스타K>에는 있다.

평가야 90년대 평일저녁시간대 방영되던 가족드라마 쪽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별다른 자극적인 소재도 없고, 적절히 당시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적인 내용도 집어넣으며, 누가 보더라도 문제 없도록 무난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성실하지만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우애 좋은 누이, 배려심 깊은 아내,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 그러나 드라마로써 정작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은 이제 차라리 막장이라 욕을 듣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일 것이다.

아들이 음악을 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끝까지 화해를 거부하는 부모라든가, 혹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만나면 싸움부터 하고 마는 부부라든가, 정히 그런 건 심하다 싶으면 가족 가운데 누군가 병이나 사고로 잃은 아픈 사연을 방송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드라마를 바라니까. 만일 카메라 돌아가는데 실제 누군가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다면 그 날로 시청률은 당첨이다. 원래 기사도 좋은 일로보다는 안 좋은 일로 더 많이 난다.

그런데 이건 부러울 정도로 사람 좋은 부모님과 나도 과연 그랬었나 싶을 정도로 우애 좋은 남매, 더구나 질투가 나서 상대팀에 투표하려 봤더니 두 팀 다 멤버가 공중파를 이용해 아내자랑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그 가족들이 어떤 유명인의 가족인가 하면, 심지어 <TOP밴드>를 즐겨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다지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던 밴드 멤버의 가족이었다. 물론 김슬옹의 가족은 김슬옹이라는 이름 때문에라도 관심이 가기는 했었다. 볼 때야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라며 기분좋게 보겠지만 지나고 나면 과연 얼마나 기억에 남고 얼마나 이슈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겠는가.

어쩌면 이것은 프로그램 제작진 자신이 아닌 참가한 밴드와 그 가족들, 그리고 여전히 어려운 여건에서 음악이 좋아 힘겹게 버티고 있는 많은 밴드인을 위한 배려차원이 아니었을까? 말했듯 이런 밋밋한 사람 좋은 이야기가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그다지 없다. 누구도 별 일 없이 행복한 남의 가족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인기스타라도 그저 아무 탈 없이 무난한 가족 이야기는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TOP밴드> 참가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밴드인과 그 가족들일 것이다.

그토록 음악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피해다니며 인정받고 싶었다는 '톡식'의 드러머 김슬옹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나, 남편이 음악만을 고집하는 것을 좋게만 생각지 않으면서도 이제는 기쁘게 8강까지 오른 남편을 응원하겠다는 '라떼라떼'의 기타리스트 조동준의 아내 정은혜씨와 '제이파워'의 키보디스트 송우진의 아내 홍은지씨. 심지어 홍은지씨는 16강에서, 8강에서 떨어지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침내 인정받고 화해하고 응원까지 받고 있다. 아마 그것은 <TOP밴드>를 사랑하고 밴드음악을 사랑하는, 밴드음악이 처한 어려움을 조금은 들어 알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이야기일 것이다.

"모든 <TOP밴드> 참가자들, 그 가족들, 밴드음악을 사랑하고, 밴드음악을 하고 있는 모든 음악인과 그 가족분들 힘내세요!"

그런 의미 아니었을까? 가족이 있어 기쁘게 음악을 할 수 있다. 가족의 응원이 있어 오늘도 힘을 내 무대에 설 수 있다. 가족이 함께다. 진심으로 부러워서 '라떼라떼'와 '제이파워'에게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 어느 한 쪽 가족만 나왔으면 상대팀에 투표했을 텐데. 사실 두 팀 다 매우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아마 이번 회차에서는 매번 빼놓지 않던 PPL이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TOP밴드>를 있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후원자는 어느 특정한 기업도 아닌 밴드 자신이다. 그리고 그 밴드의 가장 큰 후원자는 가족이다. 그 가족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욱 밴드와 밴드음악을 사랑해달라고. 더불어 <TOP밴드>를 사랑해달라고. 받아들였다.

어쨌거나 결국은 오디션이라고 하는 자체의 문제였을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의 기타리스트 염승식씨도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지만 이 오디션 - 아니 서바이벌이라고 하는 자체가 사람을 극도로 소모시킨다.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들조차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 서며 긴장하고 마침내 무대에 내려와서는 모든 힘이 빠진 듯 몸도 가누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라.

아무리 경력이 오래 되었어도 방송무대는 처음이고, 사실상 <TOP밴드>에 출연하기 전까지 바쁘고 싶어도 음악으로써 바쁠 일이 없었던 밴드들도 거의 대부분이었다. 익숙지 않은 일인데, 더구나 일정마저 타이트하다. 불과 몇 주다. 몇 주라 하니 길지 않은가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밴드 멤버들은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는 처지다. 직장인밴드가 따로 없다. 학교에 다니거나, 아니면 낮에는 다른 직장일을 하거나. 그러면서도 이미 하고 있던 공연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생업도 하며, 공연도 하며, 그리고 새로운 곡을 편곡하고 연습도 하며. 그에 비하면 예선에서 들려준 음악들은 상당히 여유를 가지고 만들었던 음악들이었다.

몸에 붙지 않았다. 확실히 '톡식TOXIC'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음악이 붙는 느낌이 없었다. '투스테이2Stay'의 보컬은 지쳐 있었고, '라떼라떼'는 아직 음악이 몸에 익지 않았으며, '제이파워'는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느니, 코치가 팀들을 망쳤느니 하는 말들까지 나오고 있지만 단지 보컬 혼자 열심히 연습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면 되는 솔로와는 달리 밴드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한 사람이 하나의 음악을 몸에 붙이는 것이야 그리 어렵지 않지만 모두가 음악을 몸에 붙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최고의 연주력을 자랑하던 '제이파워'마저 흐트러지고 있는 것을 보라.

가장 그것이 확실하게 드러나 보인 팀이 바로 '라떼라떼'였다. 마치 광장에서 남이 춤추는 것을 멀거니 보고 있는 남미의 축제를 보는 느낌이랄까? 원래 라틴음악이란 아우성치는 것이었을 터다. 제 흥에 겨워 혹시나 뒤질새라, 혹시나 남들에 밀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새라, 아니 설사 남들에 밀려 가장자리로 쫓겨나서도 그곳을 무대로 삼아 자기의 춤을 춘다. 자기의 노래를 부르고 자기의 음악을 들려주고. 그에 비하면 아직은 원곡에 주눅이 든 듯 한 발 물러서 관망하는 분위기다. 오로지 음악만을 쫓으며.

사운드가 11명이라는 인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비어 보이는 것은 그래서였다. 보다 부지런히 다른 파트의 빈 자리를 채워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았다. 싸움이라도 걸 듯 먼저 달려들어 소리를 가득 채웠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음악에 자신이 없다. 특히 타악기 소리가 흥겨웠지만 다른 파트들, 특히 보컬의 소리는 흥을 북돋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기가 흥이 나지 않으면 듣는 사람도 흥이 나지 않는다. 흥이란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차라리 앙상블이 깨지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으면. 문득 16강전에서 '라떼라떼'에 패해 떨어진 'S1'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들의 음악이 그랬었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제이파워'의 음악을 들으면서는 무언가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다. 기타와 키보드가 나란히 멜로디를 맡아 서로 주고 받으며 적절히 전체적인 사운드를 끌고 갔어야 했는데, 기타가 뒤로 빠져 사운드 전체를 끌어안을 때와는 달리 키보드는 여전히 뒤로 물러난 뒤에도 기타소리를 간섭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키보드의 톤을 지적한 것은 그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더불어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탓에 약간은 산만하게 들린 것도 있었다.

보컬은 가사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멜로디가 조금 산만하고 복잡해도 가사만 들리면 어느 정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음악은 그같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없다. 그렇다는 것은 보다 확실한 주제를 가지고 음악 그 자체만으로 대중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면 그것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거기에서 바로 밴드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일 테고 말이다. 그래도 워낙에 기본적인 연주력이 탄탄한 팀이기에 크게 문제는 없었다. 말하지만 16강전 이후 불과 4주만에 4강 토너먼트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브까지 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팀일 것이다.

'투스테이'의 음악을 단정하자면 성실하다. 그래서 아마 필자가 예전 채로 거르면 하나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한 것이리라. 아마 곡을 쓰면 매번 고치고 또 고치고 하면서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해 나가는 타입이 아닐까. 번뜩이는 영감에 의지하기보다 자기가 알고 배우고 경험한 바에 충실하려 든다. 놀라운 것은 없지만 그 대신 착실한 것이 있다. 어쩐지 어떻게 해도 나쁜 음악은 하지 않을 것 같은 팀이다. 대신에 조금 심심하기는 할 것이다. 철저히 '불티'의 원곡에 충실하면서, 그리고 정석적인 밴드사운드와 함께, 개인적으로 추측이지만 아마 '투스테이' 멤버들이 <TOP밴드> 참가밴드 가운데 가장 착할 것 같다. 그냥 추측이다. 착하고 성실한 음악이었다. 앙상블도 좋았고. 거슬리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고. 칭찬같지 않은 이유는 뭘까?

'톡식'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결같은 편곡스타일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이런 식으로 반격하는가 놀라고 말았다. '게이트플라워즈'가 밖으로 터뜨리는 에너지를 안으로 가두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만 할 것이다. 한 가지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할 줄 안다. 그리고 그것도 아주 멋지게 해낸다. 아마 처음 기타리스트 겸 보컬 김정우가 노래를 부르며 이펙터를 사용한 것은 노래가 갖는 어떤 스산한 절망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 '톡식'이 새롭게 편곡한 'Shock'를 듣는 순간 원곡자인 김창훈의 목소리로 듣는 '황무지'를 떠올려 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야말로 메마른 황무지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아득한 심연에서 지르는 비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마치 추도곡처럼. 망자의 굿판처럼. 차라리 소음처럼 들리던 그 이펙터 소리가 어째서 들을수록 그리도 몽환적으로 들리는 것일까. 마치 이펙터는 이렇게 쓰는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참고로 필자 역시 많은 리스너와 마찬가지로 기계로 조작된 목소리를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도 좋게 들렸다. 좋은 음악은 이유야 어떻든 항상 좋게 들린다. 진리일 것이다.

아무튼 과연 이번 8강전 무대에 오른 팀들의 진짜 실력이 어떠한가를 알고 싶다면 먼저 음원을 구입해 들어 볼 것을 권해주고 싶다. 그동안 가장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무대들도 음원을 듣고 나면 평가가 달라지곤 했었다. 음원은 편곡과 평소의 기본기에 좌우되고, 라이브는 그것을 얼마나 자기 몸에 익히느냐에 좌우된다. 수십년을 반복해서 연주해 온 음악도 실제 라이브에서는 틀리기도 한다. 고작 몇 주 연습한 것으로 단정짓기에는 무리 아닐까? 심사평 역시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 나온 것이리라. 김종진의 말처럼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나온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해질 필요도 있는 것이다. 단지 TV를 통해 보여진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모습을 전부라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훌륭했고, 서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과 가혹할 정도의 일정까지 고려했을 때 기대 이상으로 나와 주었다. 과연 600여 개 팀 가운데 혹독한 시련을 거치며 지금까지 올라온 8강팀다운 연주였다. 그리고 지난주 '아이씨사이다'가 말한 것처럼 이번에 탈락했다고 그들의 음악이 끝난 것도 아니다. 지금도 그들은 홍대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무대에 서서 관객 앞에서 그들의 음악은 연주하고 부르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TOP밴드>란 그를 위한 그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김도균의 말처럼 졸업한 사람과 한 두 학기를 더 다니게 된 사람과. 모두가 훌륭한 밴드들이었다.

이제야 말하는 것이지만 <TOP밴드> 편집의 가장 큰 미덕이자 매력, 그것은 밴드가 연주를 할 때 분할편집으로 각 파트를 고루 보여주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기타리스트가 기타를 칠 때 옆에서 드러머가 드럼을 치고, 그 아래에서는 베이스가 베이스를 퉁긴다. 보컬이 노래하는 모습과 키보디스트가 키보드를 치고 있는 손가가락과. 그래서 <TOP밴드>일 것이다. 어느 한 사람만이 아닌 밴드 전체를 보여주려는 노력. 밴드가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든다고 하는 깊은 이해와 배려. 어찌 이런 프로그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냥 더 좋아졌다. 원래도 좋았지만 회가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음악인에 대한 배려와 그리고 대중에 대한 겸손함. <TOP밴드>가 사람이라면 당장 달려가 친구삼고 싶을 정도다. 베스트프렌드일 것이다. 항상 최고였다. 앞으로도 최고일 것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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