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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9 08:33

보스를 지켜라 "뜬금없는 4.2개월 후, 갑작스레 마지막은 찾아오다!"

그래도 마지막 마무리를 기대해 본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뭐랄까 뜬금없다. 그러니까 그러고 결국 "4.2개월 후"가 되는 것일까? 차지헌(지성 분)을 기다리던 3.5개월과 차지헌을 기다리지 않게 된 0.7개월, 그리고 나타난 이제까지와는 너무나 달라진 차지헌의 모습도. 그런데 중간이 없잖은가?

도대체 이제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어째서 차지헌은 그렇게 한심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었던 것이며, 주인공 노은설(최강희 분)은 그런 차지헌과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그렇게 아무런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도 불과 5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훌륭하게 될 수 있었던 차지헌이었는데. 그냥 사랑이야기? 하기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다. 힘이 빠진다.

결국은 바로 오늘이 마지막 18회라는 것이다. 일은 벌려 놓았고, 그러나 수습은 해야 하고. 아니 일도 제대로 벌려 놓지 못했다. 제대로 일을 벌려 놓지 못했으니 그 마무리도 어중간해지고, 그렇게 차지헌은 4.2개월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을 뛰어 넘어 엔딩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노은설은 버려진다. 리셋. 그리고 전혀 달라진 차지헌과 여전한 노은설과의 짧은 이야기가 시작되려 한다.

차무원(김재중 분)과 서나윤(왕지혜 분)의 사이에도 역시 중간은 없다. 하기는 아마 드라마의 분위기가 이렇게 갑자기 바뀌지 않았다면 필자는 오늘이 마지막회라는 사실마저 모르고 있었을 뻔했다. 그렇게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사건도 없었고 사건이 해결되려는 조짐도 없었다. 무언가 마지막에 어울리는 결정적인 변화나 전환점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계속 이어지려는 것처럼. 일본 드라마를 그래서 무척 싫어하는데. 10회, 혹은 11회 안에 이야기를 꾹꿀 눌러담다 보니 무리하게 마지막 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 제작진 역시 지난주 20회까지 이번주가 마지막회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갑작스러운 차봉만 회장(박영규 분)의 병과 그에 따른 차지헌의 변화, 그리고 노은설의 당황, 그와 함께 예고도 없이 한 순간에 4.2개월을 건너뛰고 모든 것이 달라져버린 상황. 잠시 멍해 있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과연 지난회까지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가?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맞는가? 그리고 내일이 마지막회라는 예고를 보았다. 아마 너무 넋놓고 드라마가 흘러가는대로 정신을 맡겨 버린 탓이었을 것이다. 너무 드라마에 몰입해도 안 좋다.

아무튼 이번 17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제까지의 이야기들에 대해 수습하려는 나름의 시도였을 것이다. 열심히 재벌을 소재로 풍자도 하고 비판도 하고 했었는데, 그러나 차봉만 회장의 간절한 아버지로서의 정은 그것이 결국은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었음을 역설해 보여주고 있다. 육식동물은 어쩔 수 없는 육식동물일까? 살아있는 것을 죽이는 것은 분명 죄악이지만, 육식동물은 살아있는 것을 죽여야 먹고 살아갈 수 있다.

"부탁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려. 제대로 일 좀 해. 너 이 꼴에 잘못되면 나 눈 못 감아. 큰 거 부탁하는 거 아냐. 그냥 뺐긴 네 자리라도 찾아. 아버지, 그 생각만 하면 맘편히 아프지도 못한다, 이놈아!"

즉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경영권승계마저도 손이 많이 가는 아들을 둔 아버지로써 당연한 걱정이고 마음씀씀이였던 것이다. 단지 워낙 가진 것이 많은 재벌의 총수이다 보니 그 걱정의 스케일이 남달랐을 뿐. 신숙희도 그래서 아들 차무원을 위해 이것저것 마음쓰며 준비하려 한다. 그러고 보면 그나마 상식적이던 차봉만의 어머니 송여사 손자인 차지헌에 대한 걱정을 경영권이라는 형태로 하고 있었다.

그냥 사는 세계가 다를 뿐이다. 아마 드라마의 결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차지헌은 비로소 아버지의 병 앞에 그러한 자신의 세계의 논리를 받아들인다. 재벌 2세이고 3세라는 이유로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전무라 불리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그들의 세계에서 당연한 상식이다. 노은설과 함께 있으며 보통의 처녀로 바뀌는 서나윤의 모습처럼. 그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이래 가장 실망이었다. 바로 지난주까지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그런데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급하게 끝나 버리고 말았다. 중간은 생략되고, 그에 따라 논리도 개연성도 모조리 생략되고, 그러니까 이제 마지막. 가게 문 닫을 때 되었으니 준비하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일까? 오늘 하루만 마저 보면 더 이상 불만을 가질 것도 없다.

과연 드라마의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신숙희의 마지막 의도가 차지헌과 노은설을 위기로 내모는데. 그러나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고작 한 회 남았다. 더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유일한 기대일 것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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