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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8 12:15

공주의 남자 "세령과 김승유의 실제 나이는?"

문득 상상해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문득 궁금해졌다. <공주의 남자>의 주인공 세령(문채원 분)의 실제 나이는 어떻게 될까?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비교대상이 되는 주위의 인물들 거의가 역사상 실재했던 실존인물들이기에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과연 어떠했을까?

먼저 세령의 실제 나이의 상한과 하한을 정하자면, 일단 하한으로는 그녀를 누이라 부르는 동생 의경세자(도원군 숭)보다는 최소한 한 살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상한의 경우는 여전히 공주가 되고서도 그녀에게 하대를 하는 경혜공주(홍수현 분)보다는 어리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과거의 신분이야 어찌되었든 수양대군(김영철 분)이 왕이 되고 세령이 공주가 되었다면 그녀는 경혜공주와 동격이다. 그런데 너무 대하는 것이 스스럼없다. 타당하게 항렬상으로도 그녀가 경혜공주보다 아래라 여기면 이해가 된다.

즉 의경세자가 태어난 해가 1438년, 경혜공주가 태어난 해가 그로부터 2년 전인 1436년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의경세자로부터 누이라 불리고, 경혜공주에게 하대당할 수 있는 생년은 공교롭게도 하나 밖에 없다. 바로 말한 상한과 하한 사이, 의경세자보다 한 해 이르고, 경혜공주보다 한 해 느린 1437년일 것이다. 문종이 죽고 단종이 즉위하던 1452년에는 15살, 단종으로부터 세조가 양위받고 사육신이 죽던 1455년에는 18살이 된다. 딱 지금 나이다.

그러면 과연 세령과 짝을 이루는 남자주인공 김승유(박시후 분)의 나이는 어떻게 되는가? 실존인물인 김승유는 일단 배제한다. 그렇게 되면 세령은 지금 아이까지 딸린 유부남을 사랑한 것이 된다. 그것도 꽤 막장스러운 흥미로운 설정일 테지만, 그러나 드라마는 김승유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허구의 김승유는 나이가 어떻게 될까?

일단 김승유의 경우는 딱히 비교해서 유추해 볼 만한 대상이 주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승유와 친구로 나오는 신면과 정종의 경우만 해도 죽은 해만 나왔지 언제 태어났는가는 사료에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김승유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그가 처음 세령을 만나던 무렵의 관직을 통해서 오차범위가 크기는 하지만 얼추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승유가 처음 세령을 만날 당시의 관직이 정 5품 종학직강, 그런데 당시 조선에서 관직에 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과거를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과거급제자 가운데 갑과장원이 처음 받게 되는 품계가 종 6품, 딱 참상관의 말석이다. 그리고 한 품계 올라가는데 평균 7년 정도가 걸렸으니 김종서의 후광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조정의 기강이 살아있던 조선전기 그렇게 빠른 승진은 어려웠을 것이다. 최소 몇 년은 잡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거급제의 경우 평균이 35세, 수양대군이 인정한 인재라는 점에서 나이를 낮추어 잡더라도 성삼문과 신숙주가 각각 과거에 급제한 것이 20세와 22세 때였다. 당대 최고의 인재라는 성삼문과 신숙주에 비해서는 조금의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대충 추측해 보는 것으로 과거에 급제한 나이가 20대 초반 정도, 그리고 갑과장원을 기준으로 종 6품에서 정 5품까지 오르는데 아버지 김종서의 후광을 더해 수 년 정도를 최소한으로 잡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하면 최소 2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 20대 후반이기 쉬울 것이다. 세령의 나이 당시 15살, 그리고 김승유의 나이 20대 후반. 그러고 보면 당시 김종서의 나이가 1390년생으로 62세였으니 얼추 나이가 맞아떨어진다.

그야말로 놀기 좋아하는 날라리 교사와 순진한 여중생의 만남이었달까? 결혼상대라 해서 호기심에 만나 보았는데 하필 그 자리가 종학직강으로 공주를 가르치러 온 자리. 잘 생긴데다, 더구나 어른이고, 학식에, 관직까지 높다.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아이가 혹할만한 조건이다. 여기에 그 어른 교사는 노는 방법마저 해박하니. 딱 15살이면 정신없이 불타오르기에 좋은 나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점차 여자아이는 어른인 교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배워가고.

사춘기였을 것이다. 그토록 존경하고 사랑하던 아버지가 더 이상 존경할수도 사랑할수도 없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첫사랑의 선생님이 그 아버지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자신도 죽을 뻔 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어려서는 단지 철이 없어 자신과 잘 놀아주는 능숙한 어른스러움에 마음을 배앗겼지만 어느새 그같은 선생님의 처지를 모성으로 감쌀 수 있게 된다. 더불어 한 사람의 성인으로써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비유하자면 군사독재정권시절 운동권 선생님과 군사정권 고위인사의 딸과의 금단의 사랑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우연히 중학교에 부임해 온 운동권 출신의 교사, 여전히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그를 세령의 아버지는 그대로 보아 넘기지 못한다. 결국 그의 집안까지 풍비박산나고, 더 이상 아버지를 존경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게 되어 버린 딸은 마침내 집을 나와 함께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게 되는데. 그러고 보면 이와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김승유와 세령이 저리 죽고도 못 사는 이유가 이해가 간다고나 할까? 그렇게 홀리기 좋은 나이의 어른이었고, 홀리기 좋은 나이의 어린 소녀였다. 그를 통해 세상을 알고 세상을 배우고.

참고로 조선시대 여성의 결혼적령의 상한이 20세. 조선시대 여성 가운데 20세에 결혼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은 이 때를 지나면 노처녀로 취급되어 더 이상 좋은 혼처 찾기가 어려워지는 때문이었다. 20세는 넘기지 않아야 한다. 수양대군이 그리 세령의 결혼에 집착하는 이유일 것이다. 18살이면 우리나이로 19살, 요즘으로 치면 결혼적령기의 턱밑에 다다른 나이다. 얼른 할 수 있을 때 혼처를 찾아 결혼을 시키면 좋다.

물론 재미일 것이다. 과연 실제 그러했는가? 하지만 그 전에 단종이 즉위하고 사육신이 죽기까지 단 몇 달 사이에 모든 일이 벌어진 것처럼 묘사된 자체가 극적인 재구성이라는 것이다. 허구다. 역사대로 18살이 되었을 것이라 하는 것인데, 그러나 고작 몇 달 지났을 뿐이면 아직까지 세령은 15살에 불과하다. 이건 범죄다. 그냥 그렇다는 것일 게다. 이렇게도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아무튼 결론은 성장드라마라는 것. 15살짜리 어린 소녀가 20대 후반 당시로 보면 한참 어른인 선생님을 만나 세상을 배우고, 그리고 어느새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와 사랑을 찾아 떠나게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남자는 여전히 위험한 일에 뛰어들고. 머리 깎이고 방안에 갇히는 것이야 무에 대수일까. 억지로 결혼에. 노비에. 그래도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여성은 다시 아이로 돌아갈 수 없다. 바로 그런 이야기였을 것이다. 다름 아닌 인간 이세령의.

점점 흥미로워진다. 바로 오늘이다. 신면의 노비가 될 처지에 놓인 세령과 세조가 된 수양대군을 제거하기 위해 마지막 큰 일을 꾸미려 하는 김승유, 그리고 후회만이 가득한 신면.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즐거움은 즐거움, 그러나 재미는 재미다. 벌써 흥분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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