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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8 07:29

포세이돈 "최희곤의 정체누설, 실수인가? 아니면 또다른 반전인가?"

흑사회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필자가 최희곤의 정체를 추리란 근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미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 그 모습을 보인 이들 가운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의심이 가지 않는 한 사람이 결국은 모두가 쫓고 있는 범인일 것이라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

한 마디로 반전이었다. 과연 누가 최희곤일 때 시청자는 가장 큰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겠는가? 처음부터 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를 시청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기 위해서다. 아직 아무런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범인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채로 시청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어느새 시청자들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범인의 드러난 모습은 누구도 그를 범인이라 의심하지 않을 가장 선량하고 가장 평범한 모습일 것이다.

용의자는 금새 좁혀졌다. 일단 고위급 간부는 아닐 것이라 여겼다. 해양경찰내 정보가 새나가고, 조직의 세포들이 해양경찰조직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의심받게 되는 것은 누구일까? 그러나 정작 직위가 높아지면 그만큼 직위라고 하는 장벽으로 인해 일선의 디테일한 정보들로부터 유리되기 쉽다. 더구나 직위가 높아지면 높아진 만큼 공식적인 업무나 일정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만큼 행동에 제약을 가져 올 수 있다. 오히려 일반 평경찰인 쪽이 정보에 접근하기고, 행동의 자유를 얻기에도 더 유리할 수 있다.

공식적인 업무나 일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평경찰에, 해양경찰 안 곳곳에 조직원을 심어두거나 포섭하고 있을 정도의 넓은 인맥에, 더구나 해양경찰의 기밀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력, 그리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그런 무존재한 평범한 캐릭터로 가장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선량하고 성실한 모습으로써. 사실 등장인물 프로필을 보는 순간 어느 정도 감이 왔었다. 만일 이 가운데 범인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일 것이다. 그것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이 사람 말고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같은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 9월 27일 화요일 방영된 <포세이돈> 4회차가 문제였다. 설마 작가가 터무니 없이 서툰 것일까? 아니면 이 또한 시청자를 유혹하기 위한 함정이었던 것인가? 안동출(장원영 분)이 김선우(최시원 분)와 이수윤(이시영 분)에 의해 구출되어 수사9과에 도착했을 때 그 순간 이미 장덕수(김준배 분)는 최희곤의 하수인으로부터 전화를 건네받고 있었다. 그때는 아직 수사 9과 이외에는 누구도 안동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였다. 한상군(최정우 분) 정보수사국장이 안동출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장덕수가 전화를 받고 난 다음이었다. 그렇다면 그 전화는 누구로부터 온 것이겠는가?

더 확실한 단서는 다름아닌 옛흑룡강파 조직원 박칠성(조상구 분)을 쫓고 있는 장덕수와 최희곤의 부하들일 것이다. 권정률(이성재 분)이 박칠성을 만나 그로부터 최희곤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계좌번호를 받은 사실을 아는 것은, 그가 그 사실을 은밀히 털어 놓은 오용갑(길용우 분)과 김선우 두 사람 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조상구가 장덕수의 추격을 피해 겨우 권정률에게 연락을 하고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최희곤의 부하가 나타나 직접 그를 제압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과연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

그래서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서툴다고 이와 같은 종류의 이야기를 쓰면서 벌써부터 그 단서를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드러내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수이거나, 아니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직까지는 최희곤의 정체를 흑막 뒤에 깊숙이 숨긴 채 보다 시청자로 하여금 누가 범인가 오해하게 하고 헷갈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와 같이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자체가 어떤 트릭이 아니겠는가. 명확히 한 사람을 가리키는 듯한 이와 같은 장면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오판하여 함정에 빠뜨리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따로 있다.

머리싸움이 시작된다. 만일 그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범인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분명 그와 같은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입수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주 사소하지만 등장인물 주위에 자주 접촉하며 흘리는 정보를 주워듣는 이가 있다.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가장 의심이 가지 않으면서 그렇기 때문에 가장 용의선상에 올릴만한 인물은 누가 있는가? 차라리 위의 상황들이 함정이 아니기를 바랄 정도로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과연 시작부터 범인에 대한 단서를 노출시켜 버린 졸작으로 끝날 것인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모두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는 보기 드문 걸작으로 완성될 것인가? 작가와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인물들의 표정 하나, 말 한 마디 놓치지 않으며. 작은 몸짓이라도 수상한 것은 놓치지 않는다. 모니터를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의외의 인물이기를. 정신이 멍해지도록 믿기지 않으면서, 그러니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도록 철저한 개연성을 갖는 그런 인물이기를 바란다. 시청자인 자신마저 그로부터 배신을 당한 것 같다. 누구일까?

아무튼 또 하나 단서라면 원래 최희곤의 흑사파가 단순한 탐욕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은 아닐 것이라는 정황이다. 최희곤을 만나는 자리에서 강은철(유노윤호 분)이 거의 절규하듯 따져묻는 장면이 바로 그 근거일 것이다.

"이것이 회장님의 본모습이군요. 목적을 위해 관련없는 약자도 희생시키는..."

마치 무언가에 굉장히 실망한 것처럼. 강은철의 캐릭터 역시 단순히 개인의 이기적 욕심을 위해서 흉악한 범죄조직에 협력할만한 그런 인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희곤의 흑사파가 전국의 범죄조직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던 당시 해양경찰에서도 흑사파와 전쟁을 벌이던 범죄조직들 소탕에 나선 것도 그 한 정황일 것이다. 어쩌면 어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진 경찰내 비밀결사가 아니었을까. 그것이 마침내 힘을 갖고 이익을 탐하면서 변질되어 버렸다. 강은철의 그러한 반응은 그같은 추리를 가능케 한다. 역시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선우와 이수윤의 러브라인은 조금 뜬금없는 것이 있다. 도대체 중간이 없다. 어느 순간 이수윤은 김선우에게 연민을 느끼고, 김선우는 그런 이수윤에게 호감을 갖는다. 아무리 사랑이란 운명처럼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이라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노골적이라 무어라 반응해야 할 지 아직 기준이 서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수사 9과라기에는 유독 그 부분에서 둘만 따로 있는 듯한 느낌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고. 속도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액션연출은 굳이 말할 필요 없이 좋다. 최근 KBS의 액션들이 하나같이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는 것이 보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현역복서이기도 한 이시영의 복싱액션은 상당히 사실감 있었다. 다만 타격감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전혀 맞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확실하게 맞고 뻗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투닥거리는 느낌? 아마 복싱에는 익숙해도 액션연기에는 익숙지 않은 때문인 듯도 보이고. 나아지리라 믿는다.

어쨌거나 반전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 또한 역반전이었을 것이다. 설마 그럴까 하는 때 다시 시청자의 뒷통수를 친다. 도대체 누구인가? 이토록 짙은 연막을 뿌리며 시청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최희곤이라는 존재는. 누가 이토록 짙은 추악한 악의의 악취를 풍기고 있는 것일까?

다른 드라마의 영향을 받았다 하기에는 장르적 전형성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본다. 장르가 유사하면 전체적인 플롯도 유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르 안에서 얼마나 충실히 완성도있게 만들어내는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 본다. 긴장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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