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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칼럼
  • 입력 2015.01.17 06:45

빈곤한 시대의 유산, 연예인 혐오의 이유

연예인 '까기'의 이유와 원인을 생각하다

▲ 장근석, 바비킴, 노홍철 연예 만평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근대 이전 세계는 항상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19세기까지도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1알의 밀알로 고작 4알의 밀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 뿐이었다. 다음해 농사를 위해 종자로 따로 빼놓아야 할 1알을 제외하면 실제 사용할 밀의 양은 3알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16세기까지 유럽 인구의 거의 9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을 정도로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었다. 다시 말해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인구를 부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밀에 비해서 지력소모나 생산량에 있어 훨씬 유리한 벼를 주식으로 삼고 있던 아시아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멜서스의 인구론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식량생산이 늘어나면 인구도 역시 따라서 늘어나게 되는데, 정작 경작지의 면적은 그에 비례해 늘어나기가 힘들었다. 전근대사회의 기술력 역시 생산의 비약적인 증가를 기대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생산을 더 늘릴 수 없다면 소비를 더 줄이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인류사회에서 검약을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던 이유였다. 한정된 생산을 최대한 나누기 위한 방법이었다. 한 사람이 하나를 더 누리려 하면 그만큼 다른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통사회에서 상업을 꺼려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상인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다. 스스로 힘써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생산한 것을 이용해 더 큰 이익을 누린다. 정작 농사를 지어 생산을 하는 것은 농부인데, 그 생산물을 사들여 더 큰 이익을 얻는 것은 상인이다. 사들이기는 더 싼 값에 사들이고, 팔 때는 더 비싼 값에 판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농민 자신이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되고 궁핍해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상인들이 이익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직접 땀흘리며 생산에 종사하는 농민을 찬양하고 교묘한 말 몇 마디로 더 큰 이익을 얻으려는 상인을 공격한다. 다만 상인이 누리는 부는 그들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권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찬가지로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연예인에 대한 한국사회 전반의 뿌리깊은 멸시와 적개심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한류가 세계로 널리 퍼지고, 더구나 그것을 국민적 자긍심으로까지 연결지으면서도, 그러나 정작 그 첨병에 서 있는 연예인에 대해서는 조롱과 비하를 서슴지 않는다. 2008년 대한민국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타진요'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건일 것이다. 고작 '힙합'이나 하는 가수 주제에 미국 '스탠포드대학'을 그것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한다. 고작 '힙합'이나 하면서 제대로 일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자기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 흔히 그것을 '열폭'이라 부른다.

흔히 듣게 되는 말일 것이다. 하는 일에 비해 너무 쉽게 너무 많은 돈을 번다. 그깟 노래나 하면서. 그깟 춤이나 추면서. 기껏해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전부 아닌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 다일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취직해서, 혹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서 직접 창업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신과 비교해서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이면 그깟 서류작업이고, 그깟 영업이며, 기껏해야 기업경영이 아니겠는가. 하기는 80년대 운동권 가운데는 기업경영자들을 두고 하는 일도 없이 노동자의 이익을 빼앗는 악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장에서 기름때 묻혀가며 구슬땀을 흘려야 일하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일이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재화가 같은 가치를 가지지 않는 것과 같다. 실제 필요하기는 당장 먹을 빵과 밥이 더 요긴할 테지만, 그러나 현실에서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은 먹지도 못하는 다이아몬드다. 물론 식량이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면 빵과 밥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른바 한계효용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스타를 바라고, 혹은 스스로 스타가 되기를 꿈꾸지만, 그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많고, 노래를 잘 만드는 사람도 많지만, 그러나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과 같다. 노래도 못부르고, 춤도 못추고, 연기도 못하지만, 그 존재로 인해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과연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일까?

가수는 많지만 그 가운데 진정 스타라 일컬을만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배우 가운데 누구나 알만한 스타배우란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그들로 인해 사람들은 다른 누구에게서도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그래서 '팬'이라는 것도 생겨난다. 이 사람이어야 한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 그 고유성을 인정한다. 그에 대한 비용이다. 그의 존재로 인해 사람들이 기쁨과 즐거움을 얻고 누리는 댓가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위해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것은 그를 통해 그 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결코 공짜가 아니다. 안타깝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연예인은 더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아마 한류야 말로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싸이 전까지 과연 한국인 가운데 누가 있어 세계인을 기꺼이 춤추게 할 수 있었겠는가. 한국드라마를 보기 위해 일본인들이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직접 한국을 찾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우호적인 친한파가 되기도 한다. KOREA라는 이름과 함께 한국의 문화 전반이 전세계로 소개되고 침투해들어간다. 문화의 힘이다. 어느날 떠나간 사랑을 떠올리며 흥얼거리게 되는 어느 대중가요처럼.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며 사랑하고 헤어지는 모든 일상을 대중문화가 함께한다. 오로지 스타만이 그 많은 사람들을 울게 하고 웃게 할 수 있다. 그 비용으로 그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와 인기가 너무 비싼 것인가.

인도와도 세익스피어를 바꾸지 않겠다. 인도조차 세익스피어 한 사람을 대신하지 못한다. 5천만의 인구가 있으니 그들을 다 모으면 조용필 한 사람 정도 대신할 수 있을까? 혹은 5천만의 인구가 힘을 모으면 서태지 한 사람 정도는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조용필은 하나였다. 서태지보다 더 노래도 잘하고 음악도 잘 만드는 음악인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태지는 오로지 서태지 한 사람 뿐이었다. 송창식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가수가 있어도 송창식과 같이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송창식 한 사람 뿐인 것과 같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한 멸시와 비하와 조롱은 당연하다 말한다. 그나마 위에 언급한 이름들은 원로라 대우받는 편이다. 현역의 젊은 연예인이라면 '까기'란 이미 인터넷에서 하나의 문화와도 같다.

문득 게임에 대한 현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떠올리게 된다. 게임이란 전혀 생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빈곤하던 시절에는 그것이 통용되었다. 노래를 들을 시간에 들에 나가 일해야 했었다. 노래를 부를 시간에 공장에 나가 다만 얼마라도 받고 기계를 돌려야만 했었다.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나라에 내다팔고, 그래야지만 달러가 들어오고 경제도 성장했다. 그를 위한 노래여야 했고, 영상이어야 했다. 그를 위한 수단이어야 했다. 열악한 조건과 부족한 대우에도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내일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하지만 그런 국민들이 여는 지갑으로 한국의 스마트폰시장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풍요의 시대이고 따라서 그에 맞는 가치와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물론 연예인 자신이 잘못하여 이슈로까지 번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연예인 자신의 잘못을 고려하더라도 그 공격이 지나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스포츠와도 같다. 누가 더 격렬하게 집요하게 연예인을 공격하는가. 그마저도 연예인이 받는 댓가에 비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주장한다. 자신들이 갑이다. 자신들이 연예인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결국은 너무 쉽게 돈을 번다. 그 이유를 생각한다.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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