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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6 08:00

내사랑 내곁에 "모성vs모성, 그 엇갈림에 대해..."

어린 봉영웅이 그리 밉상일 때...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이래서 필자가 아이들을 싫어한다. 악의없이 도대체 몇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인가. 한순간에 누나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으니 삐지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더구나 아이답게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이 다 풀리고 있다. 누나엄마와 엄마, 엄마가 둘이어서 좋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금 나이를 먹고 했으면 엄마 도미솔(이소연 분)이 형아 고석빈(온주완 분)을 싫어하는 눈치는 챌 수 있었으련만. 둘 만의 여행이라고 떠났는데 그새 장난감로봇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바로 고석빈에게 전화를 걸어 버린다. 그리고는 다음날 도미솔을 찾아 여행지까지 찾아온 이소룡(이재윤 분)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다시 자기는 고석빈과 함께 차를 타고 돌아가겠다 말하고. 하마트면 이제 겨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도미솔과 이소룡의 관계가 영영 틀어져 버릴 뻔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운 녀석이었는데. 엄마인 도미솔이야 미워하지 못하더라도 필자는 남이니까 마음껏 미워해도 된다. 도무지 말썽이 끊이지 않는 녀석이다. 눈치없고 생각없고 가리는 것 없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민폐인가. 그래도 아이가 사랑스럽다니 모든 아이들은 부모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남의 아이란 그렇게 성가실 수 없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봉영웅을 위해서라면 고석빈까지 용납할 수 있는 도미솔의 모성이란. 하기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뱃속의 봉영웅을 끝까지 지켰고, 지금도 늦기는 했지만 다시 봉영웅을 자신의 아들로 되돌리고자 하고 있었다. 그 모든 수모와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냈는데 고작 고석빈따위야. 고석빈이란 지금의 도미솔에게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원망조차 시간이 흐르면 퇴색해 버린다. 고석빈은 그것을 모르는 모양이지만.

아들 봉영웅을 위해 고석빈을 용납할 수밖에 없다는 도미솔과 바로 그런 딸 도미솔을 위해 고석빈을 용납할 수 없다는 엄마 봉선아(김미숙 분), 그리고 아들 고석빈과 손자 봉영웅에 대해서만큼은 자신과 같은 수모를 겪으며 살지 않도록 하겠다며 온갖 억척을 떨어대는 또다른 엄마 배정자(이휘향 분), 그토록 완고하던 이소룡의 엄마 최은희(김미경 분) 역시 도미솔이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이소룡의 말에 한 발 물러서고 만다. 그러고 보면 조윤정(전혜빈 분)이 끝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난 것도 뱃속의 아이 때문이었다.

서로 다른 모정과 모정. 하나같이 자신의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기에. 자기 아이만은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래서 그를 위해서는 어떤 악도 기꺼이 무릎쓸 수 있다. 도미솔은 아들 봉영웅을 위해 연인 이소룡에 잔인해지려 하고, 봉선아는 딸 도미솔을 위해 친구 배정자에 따지며, 배정자의 악행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토록 살갑던, 그리고 어려워하던 시어머니 배정자에게 조윤정이 단호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랑하는 제자 도미솔에게 그토록 최은희가 차가워질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어쩌면 다들 경우만 다를 뿐 같은 상황이었다면 모두가 배정자처럼 되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도미솔에 대한 소문만으로도 봉영웅과 놀지 말라며 아이에게 다짐하던 다른 엄마처럼.

여성은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그러나 때로 강해도 너무 강하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강함이야 말로 가장 강한 강함일 것이다. 아이 앞에 약해지며 흔들리려는 자신에 대해 굳건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 도미솔은 그것을 엄마 봉선아에게서 배웠고, 고석빈은 엄마 배정자로부터 그것을 배우지 못했다. 이소룡이 그토록 해맑을 수 있는 것은 부모의 사랑이 그리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이제까지 길러주었기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일 것이다.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자랐는가. 어찌 보면 제대로 사랑받고 자란 사람처럼 세상에 무서운 사람이 없다. 허술한 점은 있을 지 몰라도 사람이 강하다. 어쩌면 가장 약하면서 가장 강한 사람이 이소룡이다. 도미솔의 강함도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 어찌되었거나 삼촌 봉우동(문천식 분)이나 엄마 봉선아나, 이제는 아들 봉영웅마저 모두 그녀를 사랑한다.

아무튼 참 싫어하는 말이다. 천륜. 그러나 가족이란 비단 혈연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유전적으로 고석빈에게 아버지로서 끌릴 수 있을 지 몰라도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이제 와서 강정혜(정혜선 분)가 외할머니라고 나타난다고 과연 이소룡은 강정혜에게 정말자(사미자 분)에게보다 더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가족이란 서사다. 도미솔이 봉영웅으로부터 엄마로 인정받기까지, 아니 그나마 도미솔이 봉영웅으로부터 엄마로 인정받는데에도 그동안 누나로써 함께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마 예고편의 내용으로 비추어 다음주쯤 그에 대해 고석빈에 한 방 크게 먹이는 장면이 나오게 될 것 같은데. 더구나 고석빈이 저지른 도미솔납치마저 마침내 큰아버지 고진국(최재성 분)에게 들켜 버리고 말았다. 꼬이고 꼬인 관계. 막장이라는 오해마저 들을 정도로 얽힌 관계 가운데 과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쩍 예뻐 보이기 시작한 배우다. 이소연이라는 배우는. 이휘향이 연기하는 배정자는 애처롭기보다는 안쓰럽다. 되도 않는 욕심을 부리느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버지 온주완의 표정연기는 어느새 드라마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주제가마저 어울린다.

이제 그 끝에 다가와 가는 것 같다. 그러자면 이제까지 벌려 놓은 일들을 수습해야 할 것이다. 얽히고 섥힌 관계를 풀어야 할 것이다. 해피엔드이면 좋을 것이다. 그것을 예감하고 있다. 마무리를 잘해야 비로소 좋은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한다.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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