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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5 07:25

TOP밴드 "8강 토너먼트, 게이트플라워즈와 POE가 4강에 안착하다!"

심사위원 자질 및 공정성 논란,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탑밴드, 아마 7월 무렵이었을 것이다. 한창 2차예선에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을 때 운이 좋게도 제작짐과 함께 자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때 PD가 필자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최소한 심사결과를 가지고 공정성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그리고 필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조언 아닌 조언을 했을 것이다.

"심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모든 시청자가 스스로 심사위원이 되고 싶어 하기에, 자신의 판단과 다른 판단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것이다."

문득 당시의 대화가 떠오르는 것은 필자 역시 9월 24일 <TOP밴드> 8강 토너먼트 생방송을 보면서 그와 같은 생각을 어쩔 수 없어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뭔가 부당하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심사위원의 판단에 사심이 들어갔다. 무언가 심사위원 스스로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흘러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고 보니 결국 필자 스스로 생각한 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책임을 묻자면 어쩔 수 없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써 <TOP밴드>의 가혹한 스케줄에 탓을 돌려야 할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서처럼 오로지 음악만 생각하며 살 수 있는 전업음악인도 아니고,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에서와 같이 데뷔의 기회를 갖기 위해 오디션에 올인하고 있는 처지도 아니다. 각자가 생업이 있고, 또한 서야 할 무대가 있다. 생활인이면서 또한 자기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이다. 몇 주의 시간이 주어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 기간 동안 하나의 노래를 완벽하게 편곡하여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아이씨사이다'가 그렇게 허술하게 음악을 하는 팀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별경연까지 '게이트플라워즈'의 연주력이나 앙상블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POE'의 천재적 감성이나, 'WMA'의 보컬 손승연이 들려주던 놀라운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씨사이다'는 그 에너지를 잃었고, 손승연의 목소리에서도 힘이 빠졌으며, 게이트플라워즈는 무대에서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POE'의 공연은 아직 미완성으로 보였다. 어째서?

하기는 그저 적당히 원곡을 손보는 수준에서 편곡을 하고 자신의 연주력을 돋보이고자 하는 무대였다면 그렇게까지 무리할 까닭은 없었을 것이다. 에너지 넘치는 펑크를 들려주던 '아이씨사이다'가 메탈리카의 리프를 빌려 헤비메탈을 들고 나오고, 힙합에 더 가깝던 손승연은 어느새 하드록 밴드의 보컬이 되어 있었다. 차라리 롤링스톤즈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세계적인 록그룹 U2와 경쟁하고자 했던 '게이트플라워즈'나 전혀 새로운 시도로 놀라운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던 'POE'.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도 자존심이거니와 경쟁자들이 하나같이 무시할 수 없는 강자들이었다. 섣부르게 편곡했다가는 그대로 당한다.

토너먼트만의 재미다. 단순히 후보자 모두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한 사람씩 떨어지는 기존의 오디션 방식대로라면 최소한 꼴찌만 면하면 다음 무대까지 그대로 보장받는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앞서도 바로 눈앞의 상대에 뒤지면 그대로 떨어지고 만다. 지지난주 미리보는 결승전이라고까지 불리웠던 '톡식'과 '브로큰발렌타인'의 경연이 그랬다. 다른 거의 모든 16강 진출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브로큰발렌타인'은 바로 '톡식'을 이기지 못해 끝내 8강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사위원 봄여름가울겨울의 김종진씨의 말에 반박할 수 있다.

"토너먼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겨야 한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 지난주 신해철이 'S1'에게 어쩌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리한 시도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아마추어로써 모든 면에서 뒤지는 'S1'이 전공자들로 이루어진 경쟁자 '라떼라떼'를 이기기 위해서는 비장의 한 수가 필요하다. 'S1'만이 아닌 모든 밴드의 각오였으며, 이번주 무대에 오른 모든 밴드들의 다짐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겨서 올라가기 위한 비장의 칼을 갈고 무대에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고작 최대 4주라는 짧은 시간으로.

단지 보컬 혼자서 노래에 맞춰가면 되는 솔로가수가 아니다. 보컬만이 아니라 모든 파트가 각자 자기 소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궁극적으로 하나로 모아야 한다. 자기 혼자 연습해서 무대에 설 수 있게끔 만드는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데, 여러 다른 파트들이 모여 조화까지 이루어야 한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보컬은 목이 갈라지고, 드러머는 손가락에 부상을 입고, 무대는 아직 미완성인 채고. 아직 더 연습이 필요하거나, 필요한 때 필요한 정도의 라이브를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익지 않은 채이거나. 결국 그런 것들이 라이브를 통해 드러난다.

결국 어찌해도 <TOP밴드> 역시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일 것이다. 음악프로그램이라면 음악인들이 최대한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끔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는 순간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요구라 할 수 있다. 단지 그럼에도 <TOP밴드>의 취지에 동의하기에 밴드는 무대에 오르고, 시청자는 무대에 오른 그들에 열광하고 싶을 뿐. '아이씨사이다'의 말처럼 진짜 공연을 보고 싶다면 그들의 진짜 무대를 보려 홍대로 가면 된다. TV는 말 그대로 '홈쇼핑'일 뿐이다. 이런 밴드도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그런 점에서 필자 역시 이내 납득하고 말았다. 아주 단점이 없는 무대도 아니었고, 그 단점들에 대한 판단은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다. 특정한 부분에 대해 무척 중요하게 여겨 엄격하게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는 실수 그 자체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단 심사위원들이 지적하는 부분들에 대해 밴드 자신도 납득하고 있기에, 그것은 단지 판단기준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어쩌면 심사위원이 더 옳을 지도 모르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은 단지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 그래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스스로 직접 문자투표에 참가하여 결과를 바꾸면 된다. 실제 어제 경연의 결과는 심사위원 점수 241:229, 230:208로 '아이씨사이다'와 'WMA'가 우세했지만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다시 466:603, 483:554로 '게이트플라워즈'와 'POE'가 역전시키고 있었다. 그러라고 있는 것이 시청자 문자투표인 것이다. 심사위원의 판단은 전문적인 심사위원들에 맡기면 좋을 것이다. 공정성 논란은 그들이 이제까지 쌓아 온 커리어와 음악인으로서의 긍지와 명예에 대한 모욕일 수 있다. 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무대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솔트송 송홍섭 심사위원과 그 기준이 상당부분 일치한다. 노래는 결국 가사다. 설사 가사 없이 들려지는 연주곡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음악인이 대중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말로 차마 다 하지 못할 때 사람은 노래를 부르게 되고, 노래로도 다 하지 못하면 비로소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가사 없이 연주만 들리고 퍼포먼스만 보이고 있어도 그 안에서 가사가 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들리는 가사만이 가사의 전부가 아니다. 가사와 연주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송홍섭 심사위원의 지적에 그래서 그 취지에 대해서는 그래서 동의한다. 다만 그 적용에 있어서만큼은 감수성의 차이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아이씨사이다'의 무대에 대해서는 과연 '메탈리카'의 트리뷰트를 한 것인지, '한대수' 선생님의 노래를 들려주려 한 것인지 상당히 모호한 무대였다. 밴드음악이란 단순히 보컬의 가사나 멜로디만이 아닌 밴드의 연주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노래는 '한대수'인데 연주는 모두 '메탈리카'라면 이것은 과연 '한대수'의 노래인가? '메탈리카'의 노래인가? 더구나 '메탈리카'의 경우 트리뷰트라는 말 그대로 거의 모든 리프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었다. 문제였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결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한대수' 특유의 처절한 절망을 딛고 그럼에도 희망과 사랑을 찾고자 하는 잿빛 의지와 얼마나 '아이씨사이다'의 편곡이 어울리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여전히 너무 밝고, 너무 가벼웠다. 차라리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이 '물좀 주소'를 불렀으면 어땠을까? '멜탈리카'의 묵직한 리프는 오히려 그에 거슬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필자 자신이 '한대수'의 노래를 너무나 좋아하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게이트플라워즈'는 한 마디로 놀라웠다. 그들이 선 자리만 짙은 잿빛의 커튼이 드리워진 것만 같았다. 암울한 잿빛 연기와 짙은 피비린내. 그리고 한없는 절망. 차라리 60년대 70년대는 희망이 있었다. 낙관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 과연 그와 같은 낙관과 희망은 남아 있는가. 오히려 당시보다 더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젊은이들일 것이다. 풍요는 오히려 젊은이들로부터 젊은이다움을 빼앗아 버렸다. 그런 점에서 송홍섭 심사위원과는 달리 필자는 마지막 절규에 동의하고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직전 기타리스트 염승식과 베이시스트 유재인이 박근홍의 앞으로 나서며 그를 가리는 것도 그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기는 문화예술이란 텍스트보다는 해석이라 하니까.

'POE'의 무대를 보면서는 두 가지를 떠올렸다. 사실 필자 역시 비지스의 'Holiday'를 들으며 상당히 암울한 느낌을 받고는 했었다. 가사를 읽으면서는 더 그랬다. 사랑의 기쁨과 환희와 함께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어떤 두려움이며 격정일 것이다. 사랑이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인가? 사랑하는 그 순간이 아름답기에 오히려 그에 따른 불안과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시기와 질투, 의심, 그리고 불길한 상상들. 사랑하기에 그 사랑이 아름답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러한 불길한 예감이 연인들로 하여금 악몽을 꾸도록 만든다.

그리고 더불어 비지스의 'Holiday'라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사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80년대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강헌 사건이었다. 수백억의 죄를 지은 이는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고, 불과 수백만원도 되지 않는 죄를 지은 이들은 보호감호라는 명목으로 다시 언제 세상의 햇볕을 보게 될 지도 모르고. 그같은 절망이 만들어낸 가혹하고도 잔혹했던 탈옥극. 당시 지강헌이 경찰들에 요구했던 노래가 바로 이 비지스의 'Holiday'였다. 정작 현장에서는 경찰측에서 잘못 알아들어 스콜피온즈의 'Hollyday'를 틀어줬다 하지만. 2005년에 이성재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POE'만의 유영석의 표현을 빌자면 매우 세련된 우울함이 어울린다 여긴 이유였다. 일단 가사부터가 단순히 사랑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하고 있지 않았다. 더구나 배운여자 물렁곈이라면 어느 정도 사회적 메시지를 노래에 담으려 시도하지 않았을까. 'Holiday'라 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지스가 불러서보다 지강헌 사건과 관련되어 더 유명하다.

'WMA'의 'Born to Be Wild'는 손승연의 보컬이 약간 아쉬웠던 무대였다. 곡해석은 오히려 2011년에 어울리게 잘 했다. 스테픈울프가 활동하던 60년대와 70년대는 사이키델릭이 지배하던 저항의 청년문화의 시대였다. 시대의 암울함에 대한 저항과 그를 이겨내고자 하는 젊은 특유의 에너지가 록과 사이키델릭이라는 양식을 통해 대중과 공유되던 시대였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의 정서일 뿐. 같은 젊음이라 해도 지금의 젊음은 당시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굳이 정의하자면 당시 스테픈울프의 'Born to Be Wild'가 자신과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였다면, 'WMA'의 노래는 보다 자기 자신에 들려주고 싶은 그런 노래가 아니었을까?

다만 역시 무리한 스케줄의 탓인지, 아니면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를 소화하기에 힘에 부쳤다. 그에 비해 오히려 밴드는 더욱 성장해 그녀를 떠받치고 있었다. 비록 탈락하기는 했지만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밴드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무슨 생각으로 불과 하루만에 서로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밴드로 하여금 하나의 노래를 협연해내라는 미션을 준 것인지. 이렇게나 힘들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밴드 하나가 하나의 노래를 소화해내는데도 몇 주의 시간이 너무 짧다. 다시 한 번 남궁연 코치가 말미에 예리밴드에 대해 언급한 것을 가슴 따뜻하게 떠올리며. 밴드에게 갈 곳은 결국 <TOP밴드> 아니겠는가. "토요일엔 드라마보다 TOP밴드!"

이제는 아예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아이씨사이다'에 이은 아직은 어리기만 한 고교생밴드 'WMA'까지 PPL전선에 나섰다. 이렇게 노골적인 PPL도 드물지만, 오히려 노골적이기에 더욱 귀엽고 정겹게 느껴진다. 그럴 수 없는 사정을 출연자들이나 시청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램이 제작되기 위해서는 스폰서가 필요하다. 그들이 있어 시청자는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시즌2까지 지켜 볼 수 있다.

다음주는 대망의 '톡식'이 등장한다. '게이트플라워즈'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꽃미남 겸 실력파 밴드. '투스테이'와 '제이파워','라떼라떼'의 공연도 기대된다. 힘들지만 열심히 하기를. 그들의 무대에 감동받아 잠을 설치는 이들도 있다. 감사한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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