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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3 08:08

보스를 지켜라 "차지헌, 노은설의 유치한 사랑싸움..."

때로 서로 사랑해서 시작된 싸움으로 헤어지게 되기도 한다.

 

원래 사랑싸움이라는 것이 그렇다. 뭐가 그리 유치한지. 결국은 응석을 부리는 것이다. 보아달라. 들어달라. 알아달라. 이런 정도는 사랑한다면 당연히 들어주어야 되는 것 아닌가. 사랑하는 사이인데 어떻게 이런 정도도 못해 주는가.

"이럴 거면 그렇게 들이대지나 말지. 세상 다 줄 것처럼 굴지나 말지."

사랑하니까. 믿으니까. 그래서 차지헌(지성 분)은 노은설(최강희 분) 사귀는 것을 잠정휴업하자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노은설 또한 차지헌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노은설의 반응에 이번에는 차지헌이 자기 생각을 전혀 알아주려 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하고.

원래 삐진다고 하는 것은 화가 났다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이를테면 시위다. 보아달라. 들어달라. 알아달라. 이해해달라. 전혀 애정도 신뢰도 없는 상대에게 삐지는 일은 거의 없다. 애정도 신뢰도 없다면 먼저 화를 내고 원망부터 하게 된다. 아무리 크게 삐져 있어도 결국 그 이유가 된 요구만 들어준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 다만 대로 그것이 지나쳐 너무 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사랑하는데 헤어지고 마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너무 사랑헤서 너무 믿었고 그래서 무심결에 선을 넘어 버린다. 차지헌의 잠정휴업이 그렇고 노은설의 폐업이 그렇다. 처음 차지헌의 잠정휴업은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서 노은설을 위해 한 말이었지만, 서로 엇갈리는 감정이 삐짐으로 발전하고, 삐짐이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려 버렸다. 그렇다고 여전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자존심을 굽히기에 어쩐지 자신이 아깝다. 그러다 헤어지고 마는 연인들을 적잖이 보아 왔었는데. 이번에는 차무원(김재중 분)과 김비서가 큐피드 역할을 해 주고 있지만.

결국은 차지헌은 너무나 혼탁한 자기의 세계로부터 노은설을 잠시 격리하여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노은설은 그런 차지헌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에. 그러나 따지고 보면 차지헌이 노은설을 지키기 위해 잠정휴업을 선택한 자체도 노은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이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응석을 부리게 만들고, 그러다 적절한 선을 지키지 못하고 넘어서고. 나중에는 후회라는 것도 하게 되지만 그때는 뭔 쓸데없는 자존심이. 헤어지는 과정에서의 상처입은 자존심이 더욱 자신이 내뱉은 말에 고집하며 집착하게 만든다.

참 한심한 것이다. 그래서 고작 하는 일이란 이불 가지고 토닥토닥. 그러면서도 서로 불 대신 덮으라며 점퍼를 양보하고, 그리고서는 깨어나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그냥 눈 딱 감고 자존심을 굽히면 좋은데, 그게 또 좋아하는 만큼 체면을 차리느라 도저히 솔직해지기가 힘들다. 그런 점에서 아이처럼 자존심이라고는 없이 차무원에 매달리는 서나윤(왕지혜 분)의 바보같을 정도로 저돌적인 순수함은 대비가 될 것이다. 하긴 그녀 역시 처음 차지헌 앞에서 체면 차리고 자존심 내세우다 차이고 만 아픈 기억이 있다. 조금 더 깨달아야 할까?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과 소녀 같다. 그렇게 불같이 타오르고, 그같은 자신의 감정을 서로가 주체할 줄을 모른다. 적당히라는 말도 알아야 할 텐데. 그러나 너무 전적이다 보니 그렇게 엇갈림이 생기고 만다. 그래봐야 하는 모습처럼 한 바탕 우스운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 테지만 말이다. 너무 길어지면 드라마가 재미없어진다. 일방적인 차무원과 서나윤 커플과 비교되어 차지헌과 노은설 커플의 위기 아닌 위기가 드라마에 흥미를 더한다. 그러고 보면 그 끝을 뻔히 알면서도 괜히 비장해지고 심각해지는 것이 또한 사랑싸움일 것이다.

아주 닭살이었다. 제대로 염장이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짐짓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심각해지고. 아직 생각이 너무 많다. 실연을 당한 자기 자신에 취해 있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아마 노은설의 첫사랑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러나 그래서 귀여운 것이다.

확실히 드라마에서 기업 관련해서는 거의 배경처럼 여기면 되겠다. 그다지 진지하지도 심각하지도 심오하지도 않다. 그냥 대충 이런 것도 있구나. 그보다는 차지헌과 노은설, 차무원과 서나윤의 멜로가 드라마의 중심이지 않을까. 차봉만 회장(박영규 분)의 코믹연기가 그나마 기업이야기의 분량을 담보하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황관장(김청 분)의 음모마저 이렇게 쉽게 해소되고. 신숙희(차화연 분)의 바람도 이토록 손쉽게 이루어지고.

그에 비하면 차지헌과 노은설, 차무원과 서나윤의 관계는 디테일하니까. 그러나 바로 그러한 기업과 재벌의 이야기가 있어 이야기가 깊어지는 것은 있다. 차지헌이 재벌아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황관장의 음모가 아니었다면 이번과 같은 곡절이 가능했을까? 너무 일찍 이루어져 순탄하기만 한 밋밋한 사랑도 재미가 없다.

물류회사에서 일하는 노은설의 모습은 비서실보다는 더 잘 어울리기는 한데. 이제는 또 어떤 식으로 두 사람 관계가 서로 화해하며 진전을 이루게 될까. 예감처럼 서나윤과 노은설, 이명란(하재숙 분)이 좋은 친구가 된 듯 해서 기분이 좋다.

결국은 이번주로 끝내지 못하고 다음주로. 과연 다음주에는 마침내 두 사람이 서로 화해하게 될까? 이미 서로에 대한 감정은 분명하다. 단지 노은설의 자존심이 그것을 막고 있을 뿐. 지성에게는 바보같을 정도의 순수함과 저돌성이 있다. 기대해 본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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