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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9 08:07

내사랑 내곁에 "도미솔의 위기, 젊은 엄마의 싸움이 시작되려 한다!"

봉우동과 이주리, 두 닭살커플의 행복을 응원한다!

 

비로소 미혼모 도미솔(이소연 분)의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되었다. 얼마전 누군가 그리 말한 것을 들었는데. 미혼모가 늘어나게 되었으니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진 증거다. 과연...?

사랑을 잃었다. 그리고 일자리마저 잃었다. 고등학교 때 아이를 임신하고 낳았던 전력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이이던 이소룡(이재윤 분)과도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고 말았다. 직장에서도 단지 그와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정직처분을 당하고 말았다. 말이야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지만 결국은 그녀의 과거가 빌미가 된 것 아니겠는가.

차라리 태어난 아이를 원망할 수 있었다면. 그때 아이를 낳기로 한 것을 후회할 수라도 있었더라면.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뻔히 불리한 결과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끝내 한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모성이란 지극히 판타지적이다.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그리고 아이들이 그로 인해 지금도 상처와 고통 속에 서로를 다치게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결손가정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런 결손가정을 보는 주위의 눈이 더욱 그들을 다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미솔은 참으로 착하면서도 강한 여자다. 아니 강하지 않으면 착하지도 못하다. 오로지 강한 사람만이 착할 수 있다. 강하지 못한 고석빈(온주완 분)이나 조윤정(전혜빈 분)이나, 심지어 이소룡조차 강하지 못하기에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만다. 아들 봉영웅을 위해서라면 그토록 원망스러운 고석빈조차 봉영웅의 아빠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연기해낼 수 있는 이소연이라는 배우의 깊이에 새삼 감탄하고 만다.

그에 비하면 조금은 강해진 탓인지 갈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고석빈이나, 결국은 약해질 수밖에 없기에 도미솔을 제외하고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소룡, 그런 점에서 배정자(이휘향 분)는 꿋꿋하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태연히 도미솔을 궁지에 빠뜨리고 자기를 합리화한다.

참 재미있는 내면을 갖는 캐릭터일 것이다. 그렇게 불안불안하게 가짜 공씨 아줌마를 만났다고 찾으려 드는 강정혜(정혜선 분)에게 다시는 공씨아줌마와 외손자를 찾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하면서도 정작 포기하겠다 하는 순간 떠오르는 연민과 죄책감의 표정이라니. 뿐만 아니라 자기로 인해 곤란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8시 뉴스 앵커에 발탁되었다가 취소되었고, 심지어 정직까지 당했다고 하는 사실을 며느리 조윤정으로부터 전해듣게 되자 역시나 불안해하며 애써 자기합리화를 시도한다. 최소한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는 기본적인 양심과, 그럼에도 그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본능적인 에고가 그녀의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는 결과다.

생각해 보면 작심하고 나쁘게 일을 꾸미는 경우는 그다지 없었다. 오히려 고석빈이 도미솔을 납치했다고 했을 때 설마 그런 흉측한 일을 했겠느냐며 고개를 젓던 배정자다. 다만 그 적절한 선을 모른다. 어디까지는 되고 어디서부터는 안 되는지. 단지 충동적으로 일을 꾸미고 항상 그 결과에 자신이 지레 놀라 수습하느라 분주하다. 바로 배정자가 아직은 유아적인 내면을 갖고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악의없이 악을 저지르고, 그것이 악임을 알면서도 당연한 본능으로 악이 아니라 애써 믿으며 고집한다. 인간의 죄란 어디에서 오는가. 흥미로운 연구소재일 것이다.

하여튼 배정자만 보고 있으면 그렇게 재미있다. 쉴 새 없이 바뀌는 표정과 무언가 영악하게 일을 꾸미는 듯 하면서도 한 쪽에 크게 휑하니 비어 있는 허술함이. 그것이 너무나 생생하게, 납득이 가도록 보여진다는 점에서 이휘향이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감탄하게 된다. 진짜 최고다.

아무튼 그러면서도 또 하나 이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것이 다름아닌 도미솔의 외삼촌 봉우동(문천식 분)과 이소룡의 고모 이주리(이의정 분)의 알콩달콩한 로맨스일 것이다. 거의 코믹한 양념 수준으로 묘사되고 있으니 그리 여겨지는 것이지 최근 드라마 가운데 이만한 멜로가 따로 없다. 전셋방도 필요없다, 결혼식도 안 해도 된다, 그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창고를 개조한 좁은 문간방도 괜찮다, 얼핏 푼수처럼 보여지는 그같은 순애보적인 사랑을 요즘 어떤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말 그대로 푼수다. 바보. 워낙 사람들이 영악해진 탓에 예전의 그런 바보스런 우직함을 드라마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봉우동과 이주리는 단지 드라마에 재미를 더하는 양념 역할의 조역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있어서 드라마가 더욱 알콩달콩하게 재미있지 않은가 말이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그런 바보같은 솔직함과 진지함이 무척 부럽기도 하다. 바보가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아무리 바보스러워도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표정이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그래서 이주리가 지금 쓰는 드라마 대본을 한 번 보고 싶다. 어쩌면 지금 방영되고 있는 <내사랑 내곁에>라고 하는 드라마가 극중 이주리가 쓰고 있는 드라마일까? 그녀의 원고에 대해 "사랑 한 번 해보지 않은" 원고라며 평가하던 방송국 PD의 말이 복선이기를 기대한다. 이제 진정으로 사랑도 하고 임신도 하게 되었으니 제대로 드라마 극본이 나올 수 있을까? 어쩐지 이들 연인을 보고 있으면 반드시 행복해졌으면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마침내 조윤정은 배정자의 허튼 잘못으로 인해 고석빈과 봉영웅, 도미솔과의 관계를 알아차린 것 같고 - 확실히 배정자가 저지른 모든 행동은 자기 자신에게로 바로 돌아오고 만다. 그야말로 권선징악의 주제에 어울리는 코믹캐릭터일 것이다. 다만 이 경우는 도미솔과 봉영웅에게도 민폐가 되기 쉬운 터라. 과연 도미솔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당당하게. 자신있게. 그녀가 자신의 운명과, 특히 주위의 편견과 싸워나가는 모습을 기대하며 응원해주고 싶다. 그녀는 매력적인 여자다. 이번에 더욱 그것을 느꼈다. 이소연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느꼈다. 참으로 아름다운 배우일 것이다.

비로소 주제를 드러내려는 것일까. 지금처럼 드라마로써의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주제의식 또한 놓치지 않는 절묘한 균형감을 주문해 본다. 물론 알아서 잘 할 것이다. 기대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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