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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8 23:56

슈퍼스타K 시즌3 "예리밴드의 무단이탈과 여러 문제들에 대해..."

악마의 편집이 가져온 예고된 헤프닝, 그러나...

 
결국 위태위태하더니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의 <슈퍼스타K> 시즌3 제작진의 악의적인 편집에 분노한 참가팀 예리밴드가 TOP10에까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박차고 무단이탈하여 기자회견까지 열려고 하고 있는 탓이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하긴 지난주 방영된 <슈퍼스타K> 시즌3 슈퍼위크 2주차 방송분을 보니 심하기는 했었다. 원래 밴드란 - 아니 음악인이란 그런 정도 음악적 고집도 있고 자존심도 있는 것이라 여기는 필자조차도 상당히 무례하고 경우없는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무어라 말도 꺼내기 전에 '반대'라는 말부터 꺼내고, 결국은 함께 라이벌경연을 하기로 되어 있던 상대팀 헤이즈와 따로 연습을 하기까지 하고.

그래서 실제로도 지지난주 슈퍼위크 1주차 방송의 영향으로 독선적인 이미지로 네티즌의 비난을 한 몸에 받던 신지수보다도 더 진상이고 개념이 없다며 불쾌해하는 여론이 그동안도 적지 않았었다. 아마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씨도 그런 네티즌의 여론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던 모양이었다. 악플이 일상화되어 있는 인기연예인이라면 모를까 인디씬에서 연주만 하던 사람으로써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번 예리밴드의 무단이탈이 단지 예리밴드만의 유별난 경우였는가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김그림이 있었다. 올해도 부산예선에서의 최아란씨의 탈락에 불복하여 난동을 부리는 헤프닝이 있었고, 톱스타의 리더 김한상 씨 역시 편집의 희생자로써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도 한승오씨와 함께 미션 중 이탈행동을 보임으로써 화제를 모았던 김소영씨 또한 단지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이라며 제작진의 의도적으로 이탈한 김소영씨를 찾는 장면을 연출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즉 단지 이번 한 번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악마의 편집"이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는 <슈퍼스타K>의 말초적 재미를 추구하는 편집방향의 문제가 아닐까. 실제 그것을 시청자 자신이 좋아하기도 한다. "악마의 편집"이란 <슈퍼스타K>가 주는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재미에 대한 시청자 입장에서의 경의이며 감탄이다. 그렇게 <슈퍼스타K>는 심지어 <슈퍼스타K>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하는 마력과도 같은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재미라는 한 가지에 있어서만큼은 보증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어지간한 공중파 프로그램도 이르지 못하는 시즌2의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어차피 일반인이 참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전문예능인도 아니고 항상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그같은 자극적인 장면을 아무런 인위나 작위 없이 항상 잡아낼 수 있는가가 문제로 남을 것이다. 악마의 편집이라 할 정도라면 그같은 장면을 항상 시청자가 지루해 할 틈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참가자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만으로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당장 그보다 조금 일찍 공중파인 MBC를 통해 방영되는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참으로 지루할 정도로 평이하다. 그저 사소한 헤프닝 정도만 있을 뿐이다.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자면 어찌해야겠는가? 더구나 후발주자인 <위대한 탄생>이 공중파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어느새 추월하려 들고 있는데.

그래서 일이 여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시청자의 동의 아래. 매번 끊이지 않고 논란이 있어 왔지만 시청자들은 어차피 그런 프로그램이라며 <슈퍼스타K>가 보여주는 자극적인 영상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에 재미를 느끼며, 그 제물이 된 참가자를 마찬가지로 제물로 삼으며. 지지난주에는 신지수씨가, 지난주에는 신지수와 더불어 예리밴드의 한승오씨가, 그것을 인터넷도 안 되는 숙소에서 모르고 지내다가 마침내 알게 되고 예리밴드는 마침내 TOP밴드라고 하는 힘들게 얻은 기회마저 박차고 싸움을 시작하려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만일 이번 예리밴드의 무단이탈과 기자회견이 <슈퍼스타K>라고 하는 프로그램과 그 제작진에 타격을 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자면 무엇보다 <슈퍼스타K>를 보는 핵심시청자층을 동요시켜야 한다. 그들로 하여금 <슈퍼스타K>의 편집방향에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그를 비판케 하며, 나아가 프로그램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겠는가. 말했듯이 이미 알면서도 그 점이 좋아서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같은 자극적인 연출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라면 이미 이탈해서 프로그램을 돌아보지조차 않는다. 얼마나 <슈퍼스타K>와 제작진에 타격이 갈 것인가? 글쎄...

무엇보다 한국사람들의 일반적 성향이 이런 식으로 성급하게 일을 벌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영리하지 못하게 일부터 벌리는 것도 상당히 싫어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꾸준히 실력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는데 TOP10에까지 올랐다고 하는데 대한 자격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그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고 동의하고 출연한 것이 아닌가. 세상에 공짜란 없다. <슈퍼스타K>에 출연하여 대중에 자신을 알리고 장차 스타로써 성공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희생은 당연한 것이다.

한예슬의 경우가 그랬던 것처럼 무단이탈 자체를 문제삼고 나오는 경우마저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주위에 폐가 되지 않게 끝까지 참고 견뎠어야 했다.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억울함 그 자체보다 억울함을 토로함으로써 일어나는 결과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지게 만든 당사자가 잘못한 것이다. 어느새 예리밴드가 겪은 억울함은 사라져 버린다.

아니 오히려 <슈퍼스타K>의 입장에서는 기회일 수도 있다. 원래 그런 프로그램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비호감 이미지가 박혀 있는데 행동마저 한국사람들의 정서에는 상당히 요란스럽고 시끄러운 달갑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으니, 그렇지 않아도 <위대한 탄생> 시즌2로 인해 시청률마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대중들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이름이든 나쁜 이름이든 중요한 것은 화제가 된다는 것이고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는 것이니. 실제 인터넷상에서 <위대한 탄생>의 이야기는 없어도 <슈퍼스타K>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고 있지 않던가.

워낙에 누군가를 비난하며 욕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한국 네티즌이다. 그들의 요구가 어쩌면 그와 같은 강하고 자극적인 편집을 유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항상 <슈퍼스타K>가 생산한 이슈를 더욱 크게 재생산하여 확산시킨 것은 네티즌 자신이었다. 그들에 힘입어 <슈퍼스타K>는 케이블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공중파와도 견줄 수 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어느새 <슈퍼스타K>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표브랜드가 되어 버렸다. 단지 이번에는 네티즌으로 비난을 듣게 되는 대상이 <슈퍼스타K>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중요한 것은 물어뜯을 수 있는 무언가이지 누가 옳고 그르고 한 것이 아니다. 과거 "타진요 파동"의 경우에서 타블로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바로 타진요와 왓비컴즈를 비난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처럼 말이다. 송지선 아나운서를 비난하던 사람과 임태훈을 지금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비난하고 욕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의 불안하고 두려운 자신을 달래줄 장난감으로써. 그리고 그 역할을 <슈퍼스타K>는 꾸준히 훌륭하게 수행해 왔었다.

항상 적절하게 네티즌이 물어뜯을 수 있도록 먹잇감을 던져주고, 그를 통해 화제를 모으고 시청률을 확보해 왔다. 이번에는 자칫 <슈퍼스타K> 자신이 그 타겟이 될 수 있지만 <슈퍼스타K>비판이 가해지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같은 화제성이 <슈퍼스타K>가 케이블이라는 한계와 시청률에서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탄생>에 앞설 수 있는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최소한 화제성이라는 한 가지에 있어서만큼은 <슈퍼스타K>가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 한참 앞서 있다.

따라서 어찌 보면 그같은 대중의 속성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불러온 것인지도 모른다. <슈퍼스타K>는 충실히 그같은 대중의 요구에 부응했고, 그 결과 작년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같은 학습효과가 <위대한 탄생>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와 만나면서 이같은 무리수로 이어지게 되지는 않았는가.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더 많은 시청자들과. 단지 그들은 신지수나 예리밴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물어뜯을 수 있는 대상을 요구할 뿐이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 현실다.

다만 그럼에도 주의를 환기시킬 수는 있지 않겠는가. 너무 지나치면 자칫 출연자가 반발하여 이탈할 수 있다. 과연 그것을 더욱 강한 내용의 동의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억압하려 들 것인가? 아니면 무엇이라도 교훈을 얻고 바로잡으려 할 것인가? 물론 그렇더라도 이제까지의 <슈퍼스타K>만의 악마의 편집이 약해지는 것을 기대하는 시청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악마의 편집은 건재한 상태에서의 약간의 개선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는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결국은 이슈를 통해 <슈퍼스타K>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경쟁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슈퍼스타K>만의 정체성이 각인되는 것이다. 독하다. 그러나 재미있다. 이같은 이슈 자체도 소비된다. 확실히 케이블이기는 해도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악동스런 이슈메이커가 하나쯤 있어도 좋을 때가 되었다.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이미 고정시청자층이 확실하고, 그같은 이슈로 입장을 바꾸기에는 이미 그런 것들까지도 감수하며 프로그램의 일부로써 즐기는 시청자층이다. 오히려 이것은 <슈퍼스타K> 제작진 입장에서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단지 방송국에 의도대로 휘둘리는 참가자만 있는 것은 아님은 환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조금은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아주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해도 그래도 최악의 사태로까지 발전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의미가 없지 않다.

조금은 상당히 뜬금없는 뉴스였다. 황당했고,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해가 갔다. 그 무모함에 혀를 차기도 했다. 어찌 해결될 것인가. 잘 해결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이지만. 지나치게 자극에 길들여진 시청자와 그들에 편승하려는 방송, 어쩔 수 없이 방송국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스타지망생들, 그같은 모순된 구조가 만든 헤프닝이 아니었을까. 입맛이 쓴 이유다. 결국은 모두가 공범자였다.

잘 해결될 수 있기를. 비록 일과성이더라도 그로 인해 정도를 넘어선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바람이다.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대중은 대중대로. 그리고 참가자는 참가자대로. 유념해 지켜보고 있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관심이 크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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