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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7 07:38

위대한 탄생 "따뜻한 남자 윤상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주목한다."

지나치게 성실하고 다정하여 오히려 무정하고 냉정하다.

 
사람에게는 항상 두 가지 심리가 공존한다. 누군가 내게 야단을 쳐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누군가 나를 위해 위로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이승철의 독설이 화제를 모았고, 김태원의 명언이 사람들을 울렸던 것이었다. 대중의 욕구이며 무의식이었던 것이다.

헤겔은 말했다. 정과 반이 만나 합을 이룬다고. 손자는 정과 기가 순환하는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독설이 넘쳐날 때는 그래서 위로받기를 바란다. 마냥 야단만 맞고 있기에는 무언가 억울하지 않은가. 그러나 또한 위로가 지나치면 이제는 야단을 듣고 싶어진다.

더구나 이번의 합은 스타일마저 다르다. 일반적으로 독설이라 하면 어느 정도 공격성이라는 것이 보이게 된다. 나는 이 사람에게 야단을 쳐야겠다는 의도가 표정이나 자세에서 그대로 읽힌다. 그러나 윤상은 다르다. 정작 독설을 하면서도 그에게는 전혀 어떤 공격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전히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까지 보인다. 냉정하고 이성적이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굳이 단정지어 말하자면 이제까지의 독설이 어느 정도 남이 야단맞는 것을 즐기는 독설이었다면 윤상의 독설은 바로 내가 야단을 듣는 것 같은 독설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것은 독설조차 아니었다. 야단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가 잘못한 것을 전혀 흥분하지 않은 채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반발할 여지조차 없이 설득되도록 만든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문제였다.

사실 그것은 배려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은가. 실력도 재능도 미치지 못하는데 동정으로 더 위로 올려 놓아봐야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에 다시 떨어지고 말 것이라면 그 동안의 시간과 노력과 감정들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겠는가. 지금도 가능하지도 않은 꿈을 쫓느라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 차라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포기하게 만드는 쪽이 그를 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불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예의다.

하기는 윤상만이 아니었다. 여타 다른 심사위원들도 그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단지 취미로나 즐기는 것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프로가 되기에는 당장의 실력도, 앞으로의 가능성도 너무 부족하다.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데 마냥 좋은 소리만 하고 있을 수 있을까? 다만 윤상의 경우 그 표현방식이 너무 독특해서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평소 그의 이미지처럼 젠틀하고 차분하다. 야단을 치려 해서가 아니라 단지 사실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잘못인가. 모든 방어가 해제된 채 그저 그것을 듣게 만든다.

시즌1이 '김태원의 <위대한 탄생>'이라면 시즌2에서는 최소한 '윤상과 <위대한 탄생>'이 될 것을 예견하는 이유다. 바로 그것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권위다. 이해할 수 있게. 납득할 수 있게. 그래서 받아들이고 따를 수 있게. 너무 설명이 부족하다. 설명을 하더라도 악의가 먼저 앞선다.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잘못인가? 지난 시즌1에서의 방시혁은 그런 점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있었다. 독설로 실패한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들이었다. 이번에는 윤상의 존재가 있어 윤일상의 독설 역시 큰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하여튼 음악인은 음악인이었다. 그것도 음악인이 인정하는 진정한 음악인이었을 것이다. 그리 성시경과 농담을 할 때는 유쾌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면서도. 속으로 인정하는 참가자에 대해서는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할 때에는 해야 할 말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음악에 대한 예의로써. 상대에 대한 배려로써. 이 또한 윤상만의 이성적인 배려이고 따뜻함이었을까?

매력적이었다. 내내 윤상만 보았던 것 같다. 윤상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오는가. 윤상은 과연 바로 앞의 참가자에게 무슨 말을 하게 될 것인가. 그가 웃으면 잘 된 것 같고, 그의 표정이 심각해지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고. 내가 듣기에는 이만하면 훌륭한데 역시 프로의 귀는 달랐다. 권위에 눌리고 만 것이다. 스스로 윤상이라는 권위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는 음악인이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이며 심사위원이다. 너무 심사위원이 부각되어서는 시즌1을 답습하고 말 뿐인데.

하지만 위대한 캠프 전까지는 아직은 심사위원이 중심이 되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테니까. 오히려 스타심사위원 겸 멘토의 존재는 시청자를 프로그램에 끌어들이는 미끼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은 그 다음이 문제다. 스타 멘토에게 그대로 멘티까지 먹히고 마는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티 자신이 대중에 각인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참가자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실력자는 적었지만 최소한 주목하도록은 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1에서의 실패를 철저히 분석한 모양새다.

아무튼 역시 문제라면 <위대한 탄생>만의 멘토제라는 것인데. 지난 시즌1에서도 수많은 실력자들을 어이없이 떨어지게 만든 것이 바로 이 멘토제였다. 멘토들은 단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만을 심사하여 뽑는 것이 아니다. 그 전에 자기가 가르칠 멘티를 가려내야 한다. 그것은 윤상만이 아닌 이선희, 박정현, 이승환 등도 마찬가지다. 항상 사람좋은 웃음을 웃고 있으면서도 그래서 이들 역시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다. 조금 더 온정적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과연 멘티로써 나머지 기간 동안 경연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멘티의 가르침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래도 윤상을 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따뜻한 훈기가 도는 것 같다.

실력자가 너무 없었다. 의도한 면도 없잖아 있겠지만 내내 탈락자만 보여주다가 거의 끝에 가서야 몇 명 건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오디션이라면 실력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그들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기대가 생겨야 하는데 그런 기대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버렸다. 그나마 몇 안 되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합격자들의 면면이 상당히 뛰어나서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달까? 특히 유럽예선에서 발견한 몹쓸 엄친딸 현직 회계사인 배수정씨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지금 당장 앨범을 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오디션은 합격자 위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예선이 남아 있으니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탈락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한 즐거움이겠지만, 결국 <위대한 탄생>이란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재목을 뽑는 오디션이었을 것이다. 지난주의 티타니아나 샘 카터, 신예림 같은 기대주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 주어야 한다. 탈락자는 단지 멘토가 될 심사위원들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러면서도 <위대한 탄생>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칭찬해 줄 만하다. 아무리 시청율을 노린다고 일부러 자극적인 연출을 않는 것은 공중파라는 최소한의 제약이며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지루할 정도로 음악 그 자체를 파고든다. 참가자의 인생과 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심사위원들의 냉철한 음악적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긴다. 그러면서도 요소요소 과연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한결 친절해진 모습은 인간은 발전하는 동물이구나. 영리한 제작진이다.

이승환의 엉뚱함이 좋다. 이선희의 포근함이 좋다. 박정현의 다정함도. 윤일상의 엄격함도. 그러나 역시 윤상의 냉정함일 것이다. 가장 엉뚱하고, 가장 포근하며, 가장 다정하고 가장 엄격하다. 오히려 윤상의 기세를 어떻게 꺾을 것인가.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외삼촌을 닮아 원래부터 좋아하던 음악인이기도 했다. 그를 주목한다. 그가 무섭다.

조금은 지루했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이 원래 <위대한 탄생>의 맛이었을 것이다. 지루한 대신 일단 집중하기 시작하면 위화감 없이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된다. 멘토에 대한 애정과 멘티에 대한 관심. 그러기에 충분한 연출이었다. 아쉬움은 있지만. 재미있었다. 더욱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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