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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12.15 09:41

나쁜녀석들 12회 "기대어린 시작과 실망스런 마무리, 시즌2를 예고하다"

증오와 복수, 정의를 핑계삼은 단지 배설에 불과함을 말하다

▲ OCN '나쁜 녀석들' ⓒOC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과연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흉악한 범죄자들로 하여금 감형을 미끼로 자신의 장기를 살려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이용한다."

물론 기자 역시 처음에는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장기밀매조직을 일망타진할 때까지 실제 그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드라마의 주제가 바뀐다.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인 경찰이 복수를 위해 특수수사팀을 만들어 감옥에서 범인을 꺼낸 뒤 그와 함께 3년 전 연쇄살인사건의 진짜 진실을 밝혀간다."

그래서 화연동 연쇄살인사건이 표면으로 떠오른 뒤 정작 정태수(조동혁 분)와 박웅철(마동석 분)의 비중은 삭제되다시피 했다. 오로지 화연동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형까지 확정된 이정문(박해진 분)과 그 마지막 희생자의 가족인 오구탁(김상중 분)의 이야기뿐이었다. 심지어 이정문과 오구탁이 오재원의 함정에 빠져 도주하는데 그를 뒤쫓는 과정에서조차 정태수와 박웅철은 어떤 자신만의 개성이나 장점을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억울하게 누명을 쓴 두 주인공 이정문과 오구탁을 쫓는 여러 조역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오재원의 범죄를 밝히는 과정에서도 정태수와 박웅철은 단지 싸움을 잘하는 조역에 불과했었다. 두 사람만의 아무런 개성이나 장점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액션의 비중마저 구색이나 맞추는 정도다. 그 대부분이 오구탁과 이정문의 대사와 사연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정문이 화연동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야 했던 이유와 그 과정에서 오구탁이 어떻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농락당했는가의 내막이 중심을 이룬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런 내용의 드라마였다면 그 자체로 흥미로웠으련만. 남구현이 살해당하고 유미영(강예원 분)이 다시 오구탁들을 돕는 과정이 상당히 억지스럽다.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해가며 서울경찰청장을 살해할 동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미영 경감을 도발하고는 전혀 아무런 경계도 보이지 않는다.

일개 검사가 어떻게 그만한 힘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 역시 부실하다. 상당한 규모의 조직까지 자신의 지시 아래 두고 있었다. 서울을 평정한 전국구 폭력조직의 두목이 감히 이정문을 죽이라는 오재원의 요구를 거스르지 못하고 차라리 형제와도 같은 박웅철을 포기하려 했을 정도였다. 오히려 급하게 그쪽으로 몰아가려는 듯 한 느낌마저 받게 되었다. 하필 연쇄살인의 피해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갇힌 범죄자들의 가족이었는데 조금만 조사해도 나오는 그 같은 너무나 분명한 공통점을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이정문을 범인으로 확신하면서도 어째서 사이코패스인 이정문이 살인자의 가족들만을 찾아가 죽이는가에 대해 심지어 오구탁조차 어떤 설명도 않고 있었다.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내린 결론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일단 어떻게든 예정된 분량 안에 끝을 내야 한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는 이유다. 너무 빨리 너무 크게 키운 탓에 이정문의 누명이 밝혀지는 순간 드라마 역시 함께 끝나 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시즌1 자체가 옴니버스 방식이 아닌 화연동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는 단일구조를 지향하고 있었다. 오구탁도, 정태수도, 박웅철도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을 정도로 너무 쏟아낸 탓에 새삼 기대하거나 궁금해할만한 것이 거의 없는데 무엇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갈까? 전혀 새로운 인물들일 가능성이 있다. 유미영과 오구탁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전혀 새로운 얼굴들로 새롭게 시작한다. 정태수나 박웅철은 이제는 식상하다. 비밀이 없는 캐릭터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일단 무죄가 거의 확실시되는 이정문은 합류하지 않을 듯하다.

아무튼 증오는 그냥 증오다. 정의도 무엇도 아니다. 분노와 증오가 다른 이유다. 분노에는 끝이 있다. 분노가 해소되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증오에는 끝이 없다. 원래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에게 똑같이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살인범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오재원은 어떤 위로도 만족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더 큰 갈증만을 느낄 뿐이었다. 오재원과 함께 이정문을 함정에 빠뜨린 당사자인 정신과 의사 김동호(남성진 분)의 고백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정작 살인범이 체포되어 감옥에 있으니 원망할 대상조차 없이 자신만 망가질 뿐이었다고. 끊임없이 원망하고 증오하며 그것으로 살아갈 의미를 얻는다. 살인범이 사형에 처해도, 그 가족에게까지 연좌를 물어도, 그 증오는 끝나지 않는다. 어떤 희생으로도 이미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또 한 사람을 죽인다. 살인자도 아닌 그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살해한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살인범 역시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가족을 살해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자기만의 만족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같은 괴물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죄를 짓고, 그 죄를 덮으려 또 다른 죄를 짓고, 무고한 한 개인을 단지 사이코패스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만들고, 그리고 혹시 자신의 죄를 쫓을지 모르는 오구탁을 막기 위해 역시 자신의 증오와는 별 상관도 없는 남구현 청장까지 살해한다. 어쩌면 이미 미쳐 있었을 것이다. 아내가 살해당하고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웃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처벌이고 누구를 위한 응징인가?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실망스런 전개였고 마무리였다. 차라리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면 그냥 드라마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 그랬다면 이렇게 마지막 회까지 일부러 알뜰하게 찾아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실망할 정도로 기대가 컸었다. 장점을 가릴 정도의 단점들만 남아 있다. 아쉽다. 괜한 기대가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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