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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12.14 11:27

미생 18회 "주제넘는 장그래, 준비되지 않은 판단을 탐내다"

장백기와 안영이, 그리고 장그래, 사랑 또한 현실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이래서 신입에게 함부로 판단을 맡기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직급에 따라 책임과 권한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허락되고 용인되는 판단과 결정이 다르다. 하물며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고, 따라서 아무런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 일개 신입사원임에야.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려면 먼저 무엇이 정상인지를 알아야 한다. 비정상이 있고 정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으로부터 벗어나 있으니 비정상인 것이다. 더구나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세계에서 정상이란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용인될 수 있는 오차 이내라면 그것은 정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어디까지는 용인되고 어디서부터는 용납되지 않는가. 경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방법이란 처음부터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자기가 가지고 시작하는 것 뿐이다. 자기의 판단과 결정이 곧 규범이 되고 규준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 판단과 결정을 따라야 하니 상황이 전혀 다르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tvN '미생' ⓒtvN

과연 성대리(태인호 분)의 판단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니 과장 역시 성대리의 제안대로 결제를 해주었을 것이다. 자기가 주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업무를 맡아서 처리해 본 경험이 일천하다. 그렇다고 그동안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는가 모든 경우를 다 꿰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 장그래(임시완 분)와 잠시 인연이 있었던 박대리 역시 거래처의 계약불이행에 대해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의견은 말할 수 있어도 확실한 근거 없이 상사와 상사의 일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중대한 월권행위다. 하물며 일개 신입사원이라면 주제넘는 것이다.

최전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그가 과연 어떤 사람이고,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그저 스치듯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을 뿐 최전무와 불편한 관계인 영업 3팀에 속해 있으며 그동안 받아왔던 주관적인 인상이 그가 가진 정보의 전부였다. 고자 1년, 그러나 최전무는 그 수십배의 시간을 회사에 몸담아왔고 회사를 위해 실적을 올려왔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사람을 위해 전무의 자리까지 허락하기에는 대기업의 시스템이란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 최소한 어떤 확실한 근거가 눈에 보이기 전까지는 그동안 회사를 위해 보내온 시간들을 함부로 단정짓거나 폄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그래에게는 바로 그 1년 남짓한 시간이 전부다. 우물 안에서 보는 하늘은 참으로 작고 동그랗다.

물론 나름대로 고민도 있었다. 아니 정확히 그 역시 오상식 차장의 책임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 최전무의 잘못이기도 하다. 확신을 주지 못했다. 먼저 흔들려 버리고 말았다. 당장 자신의 상사가 의심하고 불안해하는데 경험까지 부족한 말단 신입이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 최전무 자신이 먼저 오상식 차장에게 일을 맡기면서 확실하게 납득시켜주지 못했다. 어째서 오상식인가. 오상식에게 기대하는 것과 오상식이 지불해야 하는 댓가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 정치적인 해석을 기대하기에는 그동안 오상식은 정치와 너무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그것이 오상식에게 불안과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오상식의 불안과 의심은 말단에 시입인 장그래의 동요로 이어졌다. 이대로 괜찮은가.

자기로 인해 오상식이 이처럼 위험한, 평소 자기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떠맡게 되었다. 죄책감 비슷하게 부채의식까지 느끼고 있었다. 비정상적인 지금의 상황을 다시 원래의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과 압박마저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그 정상이란 무엇인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최전무로부터 일을 받기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닐까? 최전무로부터 받은 일을 멈추거나 아예 백지화할 수 있다면 오상식 차장도 자기가 원하는 자기의 스타일에 맞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실수가 많다. 어설프게 생각이 많으면 반드시 실수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 역시 오상식 차장의 잘못이었을 것이다. 일개 신입사원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허락했다. 일개 신입사원이 철학자가 되려 하거나 팀장이 되려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단은 시키는 일부터 한다. 회사에서 과연 무엇이 정상인가부터 직접 겪으면서 알아간다. 판단은 그 다음이다. 어째서 대기업 임원들이 장그래와 같은 사원을 부담스러워하는가.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까지 판단하려고 한다. 한 마디로 겉넘든다. 관리하기가 무척 곤란하다. 그 책임은 온전히 상사인 관리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장그래가 저지른 모든 실수와 잘못은 그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오상식 차장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 사실을 먼저 인지시켰어야 했다.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도, 천관웅(박해준 분) 과장도 너무 사람이 좋았다. 강해준(오민석 분) 대리는 그래서 장백기가 실수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야멸찰 정도로 철저히 가르치고 있었다. 각자에게는 주어진 선이 있고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좋은 상사다.

아마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트라우마일 것이다. 여전히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한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 아버지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분노하면서도.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원작에서처럼 단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자 머리도 자르고 남자처럼 행동했었다. 누구보다 강해지려 했었다. 그동안 안영이(강소라 분) 그렇게까지 자신을 낮춰가며 자원팀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이유도 그래서 납득이 간다. 과장은 아버지 대신이었다. 팀은 가족 대신이었다. 약한 자신을 비로소 인정한다. 기대고 위로받는 법을 안다. 원작에서는 원래 장그래의 몫이었을 테지만.

어쩌면 그조차 쓰린 현실의 반영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자기에게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는가. 아직 계약직이다. 당연히 계약연장은 안될 것이다. 정규직으로는 곤란하다 여겼기에 굳이 계약직으로 고용한 것이다. 일정기간 이상 계약직으로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고졸학력에, 더구나 검정고시 출신에, 아직 외국어 한 마디 할 줄 모른다. 계약이 끝나면 당장 재취업부터 걱정해야 한다. 일단 장백기(강하늘 분)는 정규직이다. 다른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정년을 맞게 될 것이다. 안정감일 것이다. 여유가 생긴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아버지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하지만 안영이 역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월급을 받게 될 것이다. 장그래의 불안함이 급격한 감정변화로 이어지고 결국 사고로까지 번지고 만다. 사랑도 이제는 현실이다. 청년독신자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리더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일 것이다. 신뢰다. 믿음이다. 확신이다. 이길 수 있다.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금 하는 행동들이 전혀 의미없지 않다. 가치가 있다. 자기란 가치있는 일을 하는 가치있는 존재다. 자발적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십이란 그런 것이다. 복종조차 자신의 자발적 선택으로 여긴다. 그렇게 믿도록 만든다. 최전무는 오상식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오상식은 장그래에게 납득시키는데 실패했다. 신입사원으로서 회사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는 장그래의 존재는 시한폭탄과 같다. 자기 때문이라 여긴다. 그조차도 결국 오상식 차장 자신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 회사는 조직이다.

장백기와 안영이의 관계가 조금은 진전되는 듯하다.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한석률(변요한 분)은 알 수 없는 함정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장그래는 사고를 크게 친다.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신입사원들이다. 드디어 마지막이다. 다음주다. 아쉬움만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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