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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4.12.11 19:08

[리뷰] '상의원', 한류열풍에 잘 어울리는 퓨전사극

주·조연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 돋보여.. 사운드 디자인은 다소 아쉬워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24일)에 개봉하는 사극 '상의원'(감독 이원석)은 한국, 이어 케이팝과 한류열풍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훌륭한 영화이다.

하나 더 보태자면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성이 돋보인다. 다소 아쉬운 장면도 일부 있지만, 주·조연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 덕분에 올 해 극장가에서 선보인 국내 사극들 중 돋보인다.

▲ 오는 24일 개봉하는 '상의원' 메인포스터 ⓒ ㈜와우픽쳐스 / ㈜영화사 비단길

'상의원' 조선 왕실의 의복을 놓고 벌어지는 암투.. 

영화 '상의원'은 조선 제 21대 왕 영조를 모티브로 왕실의 의복과 재물을 제작·공급하고 관리하는 상의원(尙衣院)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조돌석(한석규)은 천민의 신분으로 입궐해 30년 동안 왕과 왕비의 총애를 받으며 왕실 의복을 만들어온 상의원 최고의 어침장이다. 그를 중심으로 조선 왕(유연석), 왕비(박신혜), 그리고 궁궐 밖에서 탁월한 손재주로 의복을 만들어 명성이 자자한 이공진(고수)이 등장하면서 조돌석의 자리를 위협한다.

왕실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은 "옷에는 예의와 법도, 계급이 있다"라며, 권력 관계를 주요 가치로 여긴다. 더구나 6개월 뒤면 종 6품으로 진급하고 양반 신분이 될 조돌석이 모시는 군주란 자신과 가족을 지탱하는 생명의 끈이다.

반대로 궁궐 밖 기방에서 옷을 만들다 왕비(박신혜)의 요청으로 입궐한 이공진(고수)은 조선 최고의 의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졌다. 조돌석은 이공진의 소박한 꿈을 바라보며 부러움을 넘어 시기 질투를 하고, 나아가 권력자와 이공진을 놓고 갈등한다.  

연출을 넘어선 배우들의 명연.. 그래서 더 아쉬워   

'상의원'에 출연한 배우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의 연기력은 단연, 올 해 사극 영화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한석규가 연기한 상의원 어침장 조돌석은 상명하복과 복지부동에 얽메인 채 목숨만 부지하는 관료들의 모습을 빼닮았고, 고수가 연기한 이공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풍류를 즐기며 사심없이 모든 이들의 의상을 만들어주는 낙천적인 예술가를 닮았다.

또한 공포물 '전설의 고향'(2007) 주연 이후, 두 번째 사극 '상의원'에서 왕비로 분한 박신혜는 그녀 연기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유연석이 연기한 조선 왕은 무수리의 자식으로 형을 누르고 왕이 된 자의 설움과 열등감 그리고 고독함이 눈빛과 대사에서 베어 나온다. 아울러 유연석은 작품을 거듭할 수록 연기가 대범해지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여기에 왕비(박신혜)의 정적 후궁 소의를 분한 이유비의 표독스러운 연기는 마치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한 양반가 권력의 상징처럼 드러난다.

이 뿐 아니라, 궐내 관료 '판수'로 분한 마동석과 어침장 조돌석의 하인으로 나온 조달환(대길), 당대 최고의 기녀 월향으로 분한 신소율의 절제된 감초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위처럼 '상의원'(감독 이원석)에서 비춰진 배우들의 연기는 역대급으로 볼만큼 뛰어난데 반해, 연출은 다소 낯설다. 물론 영화 중반부터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사운드 트랙은 사극이라면 당연히 등장할 전통 국악을 대신해, 전자 음악이 일부 등장해 극의 흐름이 끊기고, 잠시 몰입이 안되는 등 거슬렸다.

또한 조돌석과 이공진이 밤길을 걷던 중 상상 씬으로 나온 '민화'는 외화 '바라 : 축복'처럼 익숙했지만, 극 중 초반 몇 몇 장면은 사극에 현대물이 섞인 것처럼 부조화가 눈에 띈다. 

▲ 영화 '상의원' 스틸컷. 이 작품에서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유연석이 눈에 띈다. ⓒ ㈜와우픽쳐스 / ㈜영화사 비단길

'상의원', 해외에서 만큼은 주목받을 듯 

하반기 마지막 한국 영화 '상의원'(영화사 비단길 제작, 쇼박스·와우픽처스 배급)은 전통 한복을 소재로 만든 첫번째 영화이다. 

이 작품은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소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매 년 개최되는 런던, 파리, 피렌체, 토론토 한국 영화제에서 한국과 한국의 전통을 알리는데 가장 적절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 해 국내 개봉된 사극으로는 '역린', '군도',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명량'이 있다.

이들 네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왕실 안팍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과 굶주린 백성들의 민란, 그리고 임진왜란과 같은 전쟁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명량'을 제외한 세 작품은 독창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상의원'은 독창적인 면에서 올 해 개봉된 그 어떤 사극 보다 뛰어나다.

영화 '상의원'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사용설명서를 제시한다면 출연 배우들의 조선시대에 대한 탁월한 재해석과 연기다. 스토리를 넘어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의 절제된 대사와 속앓이 끝에 폭발하는 감정선이 압권이다.

영화는 조선시대 권력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고립과 고독을 선택한 조선 왕실과 이를 바라보는 백성의 애틋한 시선이 느껴진다. 런닝타임은 127분, 개봉은 오는 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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