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0 08:16

위대한 탄생 "괄목상대 일취월장, 전편보다는 확실히 속편이 낫다!"

많은 것이 바뀌고 새로워졌다. 진정한 스타탄생의 등용문을 다시 기대해 본다.

 
확실히 프로들이다. 선비는 사흘만 떨어져 있어도 눈을 부비며 보아야 한다더니만, 프로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란 이전과 이후과 이렇게 확연히 다르다.

깔끔하다. 시원하다. 잡스러운 느낌 없이 간결한 것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마치 뱀이 먹이를 조이듯 조여가는 연출이라니.

시즌1과는 다르다. 참가자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이려 해도 그에 대한 드라마가 있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참가자 가운데 유독 한국어 가사를 멋지게 소화해내는 티타라우가 그렇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로써 능숙하게 한국어 발음을 들려주고 있는 샘이 그러했다. 튜닝조차 안 된 기타에, 오히려 기타가 마이너스처럼 여겨지고 있을 때 역시나 튜닝도 안 된 기타를 들고 나온 김태극씨의 경우도 그랬다. 역시 이전의 기타와 관련한 트러블들은 그의 등장을 위한 연출이었던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이야기만 해도 들리는 멋진 비브라토. 거기에 따박따박 심사위원의 말에 한 마디도 지지않고 말대답을 하는 되바라짐. 멋진 노래와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을 훌륭하게 자기식대로 편곡한 감각, 그러나 정작 기타가 튜닝이 되어 있지 않아 노래는 거기서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기타로 음정까지 맞추며 여유롭게 합격을 받아내는 분방함과 당당함은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그 자신감을 넘어선 자유로운 마이페이스가 튜닝되지 않은 기타와 절묘히 매치되며 또한 기막힌 반전을 이루고 만다. 역시 기타가 튜닝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웃음을 터뜨렸고, 그럼에도 훌륭한 노래솜씨와 그보다 더 매력적인 이승환이 록커의 에티튜드라 표현한 개성넘치는 모습에 감탄하고 말았다.

박정현을 동경하는 출연자의 끝에 나타난 이소영씨의 애국가 모창은 어떠한가. 박정현을 동경하다 못해 그녀의 모창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지만, 정작 그녀가 부른 노래는 체리필터의 "파이브"였고 그 창법은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박정현을 동경하는 출연자를 통해 박정현의 모창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키고 그 고조된 관심을 그녀의 훌륭한 노래솜씨로 감탄으로 바꾸어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소영이라는 이름과 그녀의 노래솜씨, 무엇보다 박정현 모창은 기억에 남았다.

시즌1에서 사람을 빨아들이는 놀라운 무대매너로 화제가 되었던 믹키를 동경하여 출연했다는 이찬에 이어진 신예림의 등장도 아주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리고 서툴지만 열정과 끼가 넘치는 이찬과 이어 나타난 실력까지 겸비한 신예림.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 이찬의 모습이나, 자기 무대를 위해 MR을 트는 타이밍을 요구하던 신예림의 되바라짐이나. 이찬도 유쾌한 재미가 있었지만 신예림에게는 놀라움과 감탄이 있었다. 더구나 둘 다 나이가 어리다.

정말 군계일학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참가자였다. 시즌1에서의 김정인을 떠올리게 만든다고나 할까? 더 나이가 많은 만큼 노래며 춤이며 도저히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안경을 쓴 만화 <닥터 슬럼프>의 주인공 아라레를 닮았다는 귀여운 외모조차 기믹으로 보일 정도였다. 노래를 할 때면 그리 애절하더니 춤을 출 때는 어쩌면 그렇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하는가. 그리고 합격하고 나서는 다시 해맑은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장래가 두려운, 모든 것이 신선한 충격이고 놀라운 반전이었던 요주의 참가자였다. 반드시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으리라.

하지만 역시 정점은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이나래에 이어 쏟아지는 윤일상의 독설행진 끝에 나타난 무려 두 달 사이 74킬로그램을 강량했다는 고필준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고, 모든 음악인들이 그렇거든요. 절박한 심정에서 음악을 시작했고 이것 아니면 죽겠다는 생각으로도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러니까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좋은 멘티들이 많았으면 조겠습니다."

다른 것 필요 없었다. 물론 노래도 훌륭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윤일상의, 아니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음악을 위해 무려 두 달이라는 시간을 그 고통을 참아가며 74킬로그램이나 감량할 수 있었던 의지 아니었을까? 필자 역시 다이어트라는 것을 해 보아 안다. 말이 74킬로그램이지 그것이 보통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단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으니.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밝았다. 마치 그를 위해 준비된 무대처럼.

어차피 모든 사람이 음악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위대한 탄생>을 통해 1위를 하고 데뷔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찌할 것인가? 그럼에도 끝까지 음악을 놓지 않는 사람과 그런 어려움 앞에 금새 주저앉고 마는 사람들. 윤일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을 데다. 이승환과 박정현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독설 몇 마디에 포기하고 말 사람이면 그것으로 좋다. 그러나 음악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 재능이 없다는 독설은 일찌감치 자기 길을 알아보라는 것이기도 그럼에도 반드시 하고자 한다면 더 노력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목숨을 걸으라. 음악인 선배로써.

아무튼 잡다하게 이것저것 여러 참가자들을 그저 나열하듯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다 이유가 있었고 필요가 있었다. 잔인한 말이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바로 그 참가자를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다시 참가자들을 배치했다. 티타라우에 이은 샘과, 샘과 친분을 나누던 김예훈. 적절히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청자에 그들의 존재를 각인한다. 결국 이들 출연자들이 끝까지 시청자의 눈과 귀를, 관심을 잡아둘 존재임을 명심하며.

오디션이란 그렇다. 오디션이란 스타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또한 그래서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 <슈퍼스타K 시즌2>와 <위대한 탄생> 시즌1에 대한 대중와 관심이나 기억에 차이가 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슈퍼스타K> 시즌2에는 장재인과 허각, 존박, 강승윤, 김지수라는 걸출한 스타들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위대한탄생> 시즌1이 배출한 백청강이나 이태권, 데이비드 오, 권리세 등은 많이 약하지 않은가. 특히 TOP4까지 올라갔던 손진영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 강승윤처럼 인상적인 한 방을 남기지도 못했다.

물론 참가자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다. 실력이 부족했거나, 외모가 미치지 못했거나,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었거나. 하지만 그것을 포장해주는 것오 역시 제작진의 능력인 것이다. 지난 <위대한탄생> 시즌1에서 유독 김태원의 멘티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팬덤까지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김태원과 외인구단이라는 캐릭터를 넘어서는 캐릭터란 없었다. 김태원의 후광에 기댄 그들의 스타성을 넘어서는 참가자도 없었다.

그래서 그것을 인지하고 참고한 것이 보인다. 한 사람 한 사람, 특히 주목할만한 출연자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분량을 아끼지 않고 할애하여 대중들에 선보인다. 선보이고 각인시킨다. 나머지는 단지 그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과연 <위대한 탄생>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무엇이, 누구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가를 비로소 깨닫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굳이 멘토들의 후광에 기댈 필요 없이도 그들 자신이 가진 매력으로써 대중들에 스타로써 각인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난잡하게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보여주는데만 급급했던 것에 비해 이번 시즌2에서 더욱 집중해서 간결하면서 효과적으로 최소한의 사람들만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이번 시즌2에서 바뀐 것으로 멘토간의 경쟁보다는 오히려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부분일 것이다. 지난 시즌1에서는 확실히 시작부터 멘토간의 경쟁을 강조하고 있었다. 덕분에 생방송으로 넘어가며 멘티들간의 경쟁이 멘토간의 경쟁으로 비화되어 시청자들의 반응이 과열되고 있기도 했었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고, 프로그램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비판이 가해졌다. 그에 비하면 멘토간의 우호적인 관계란 멘티는 멘티, 멘토는 멘토라는 분리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멘토간의 경쟁이 아닌 전적으로 멘티간의 경쟁이다. 그것이 제대로 정착만 될 수 있다면.

철저히 멘티간의 경쟁으로 만들고 멘토는 그 조력자로 남는다. 더불어 심사위원까지 멘토와 분리되면 시즌1에서의 여러 논란의 원인이 되었던 문제들은 상당부분 제거된다. 여기에 멘토의 인기에 기대던 멘티들을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연출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준다면 멘티가 멘토의 아바타가 되는 결과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스타가 되어야 하는 것은 멘티 자신이다. 따라서 <위대한 탄생>이 진정 스타오디션이기 위해서라도 멘티는 스타가 되어야 한다.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대중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야 한다. <위대한 탄생>의 스타로써. 주인공으로써. 그것이 보였다.

과연 더욱 기대하고 지켜볼 수 있게 만드는 시즌2의 성공적인 첫방송이었다. 시즌1에서 제기되었던 많은 문제들이 시정되었고, 더욱 개선된 세련된 연출이 시청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었다. 경쟁오디션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보다도 한 시간이나 일찍 방송이 시작된다는 점에서도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겠는가. 시즌1보다 더 큰 성공을 예감하는 이유다. 훌륭했다.

전혀 기대도 않다가 새삼 자세까지 바로하고 집중해 보게 되었다. 새로운 또다른 더 많은 꿈들의 등용문이 되어주기를. 꿈을 이루려 해도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줄 수 있었으면 바라게 된다. 이번에는 누가 스타로써 "위대한 탄생"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그 희열의 순간을.

가장 좋은 드라마는 반전이 있는 드라마다. 반전이란 놀라움에서 만들어진다. 오히려 무척 기분이 좋아지는 놀라움일 것이다. 금요일 또 하나 큰 즐거움이 시작되었다. 반갑다. 기쁘다. 감탄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