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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11.30 20:09

[권상집 칼럼] 2014년 프로야구 FA, 아이고 의미 없다

축하보다 비판이 먼저 요구되는 프로야구 FA,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서민들에게 꿈과 같은 ‘억’ 소리가 요즘 프로야구에선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누구 집 어린이 이름마냥 하루가 멀다 하고 FA를 통해 프로야구 OO선수가 “4년에 O십억” 계약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서민들의 박탈감을 떠나 최근 FA 제도는 과열 현상까지 일어나며 많은 질책을 팬들에게까지 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지금의 FA가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굳이 필자가 FA(Free Agent)의 의미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이 제도가 출발했는지 다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자유계약 제도가 일정 조건을 충족한 선수가 자유롭게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금액과 부가적 조건을 제공하는 구단에 합류할 수 있는 정도의 제도쯤이라면 다 알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1999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결성 이후 뒤늦게 한국 프로야구에 도입되었다. 도입된 지 이제 15년도 안된 제도가 말썽을 빚고 있는 것이다.

▲ KBO, 10개 구단 로고 ⓒKBO, 각 구단

비난의 화살은 1차적으로 거액을 거머쥔 선수들에게 향해 있다. 이미 11월 29일까지 계약한 13명의 몸값 총액이 555억을 넘어섰다고 하니 그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조차 일반 국민들은 감이 오지 않는다. 이제는 50억을 받는 것이 프로야구 일류 선수들에게 부끄러운 지경까지 되었으니 현재의 FA제도를 통한 거품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장원준 선수와 두산의 FA 계약 시, 두산이 심리적 저항선인 90억까지 준비했다는 얘기는 우리를 두 번 놀라게 할 뿐이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조차 선수들의 거품 몸값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이 프로야구 팬들이 단순히 선수들이 비싼 몸값에 계약한다고 분노하는 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찬호도 과거 ‘FA 먹튀’라는 웃지 못할 변명이 붙기도 했지만 선수들이 금액에 상응하는 실력을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을 때 팬들은 그들의 ‘FA 거액’에 대한 진정성에 회의를 갖는다. 프로야구가 성과에 의한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팬들은 수십억을 거머쥔 선수들의 프로페셔널한 실력을 기대한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먹튀로 끝난 일부 선수들 때문에 팬들은 지금도 FA 선수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취한다.

그러나 사실 FA제도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건 선수가 아니라 바로 구단이다. 현재 구단들은 선수들과의 FA 협상을 진행할 때 “너무 비싸다. 여기는 한국이다.”라는 점을 종종 강조한다고 한다. 웬만한 선수들이 협상의 시작점 자체를 70억 이상으로 잡으니 전체 FA 시장이 조만간 700억을 넘어 향후 3년 내에 1,000억을 돌파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소리를 전해들은 구단들은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칠 정도로 높다며 FA 몸값의 의문부호를 제기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모든 사태를 자초한 게 구단이라는 점을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은 모두 알고 있다. 신인 양성이나 훈련을 통해 전반적인 선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두지 않고 FA로 나온 유명 선수들을 비싼 금액으로 데려와 단번에 구단의 순위를 올리려다 보니 스카우트 금액에 무리수가 따르게 되고 협상에서 우위에 있는 선수들은 자신들의 몸값을 제대로 인정해주는 구단을 찾다 보니 협상 과정에서 10~20억 상승은 예삿일도 아니게 된다.

국내 고교 야구 대회 중 가장 많은 팀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봉황대기 고교야구의 경우, 올해 가장 많은 팀이 참여했다고는 하나 불과 62개 팀 밖에 되지 않는다. 고교야구 1년간 소요되는 전체 총 운영비는 2억이 소요된다. 프로야구 선수 1명의 FA 몸값이 대한민국 고교야구 전체 모든 팀의 1년 운영비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FA 제도에 대한 손질 및 수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성급한 성과주의를 요구하는 프로 구단의 맹목적인 FA 금액 제시가 선수들 간의 박탈감과 위화감까지 조성한다.

모 월간지에 의하면, 4년 연속 통합 우승의 주인공인 삼성라이온즈 조차 해마다 구단 운영비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한다. 선수 1명에 집중되는 FA금액 100억을 대한민국 고교야구 전 구단의 1년 운영비로 돌리는 것이 어쩌면 전반적인 국내 야구의 저변을 탄탄히 하고 제2의 박찬호, 제2의 류현진과 같은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비상식에 빠진 구단들은 알아야 한다. 프로야구 팬들이 분노하는 건 선수에 대한 지나친 금액이 아니라 FA제도가 해가 갈수록 비상식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땀 흘려 자신의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선수들의 주장이 불합리하다는 건 아니다. 아울러, 구단들도 성과를 향상하기 위해 우수 선수를 영입하는 것 자체를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건 아니다. 그러나 팬들이 원하는 FA 제도, 아니 더 나아가 국내 프로야구에 대해 바라는 점은 상식과 합리적 기대 하에 이뤄지는 제도의 운영을 바라는 것이다. 모 언론의 기사와 같이 최근 4년 연속 우승한 삼성이 외부 FA 영입 없이 성과를 만든 점이나 최근 3년 연속 프로야구 시즌 MVP가 외면 받았던 선수들의 땀 흘린 성과라는 점은 모든 구단이 반드시 심사숙고해서 성찰해야 할 점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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