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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11.27 09:15

피노키오 5회 "아픈 진실, 모두가 잊었지만 그들은 잊지 않았다"

최달포, 최인하, 기재명, 그들의 엇갈리는 운명과 선택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하기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언론이 보도한대로 믿어버리는 것일 터다. 언론은 항상 진실만을 전한다. 기자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최달포(이종석 분)가 자신과 관련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기자만한 직업이 없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기자를 통해서만이 세상에 진실을 알릴 수 있다. 기막힌 역설이다.

바로 그런 것이 기자였을 것이다. 그런 것이 언론이었다. 서슬퍼렇던 시대 두려움과 맞서가며 세상에 진실을 알리려 했었다. 세상을,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이끌려 했었다. 고작 펜과 종이만으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과연 옳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기자들이 그렇게 기자로서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고난속으로 내던졌다. 감시당하고, 체포되고 구금되며, 고문과 테러 등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역시 적지 않은 기자들이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었다. 그들이 섬기는 유일한 신, 진실과 정의를 위한 순교자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진실과 정의라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을 것이다. 정의란 용기이며 진실은 의지다.

▲ '피노키오' 포스터 ⓒSBS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느새 기자란 '기레기'라고까지 불리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가장 진실과 거리가 멀다. 가장 정의와도 거리가 멀다. 거짓과 선동만이 가득하다. 돈을 벌기 위한 거짓된 진실과 거짓된 정의만이 언론지면을 채우고 있다. 결국은 돈일 것이다. 기자 역시 언론사라고 하는 기업에 소속되어 급여를 받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논리는 오직 하나 이익이다. 자신이 투자한 돈 만큼 이익이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주주들이 있다. 더 많은 대중에게 뉴스를 노출시킬수록 돈이 되고 이익이 돌아온다. 그것은 발행부수라는 이름으로, 혹은 시청률이라는 이름으로 수치화된다. 사실 신뢰성도 필요없다. 믿든 믿지 않든 일단 사람들의 눈길만 잡아끌면 된다. 황색언론이란 그래서 생겨난다. 그리고 기자들은 자신의 직장과 수입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현실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 비굴하기까지 한 기자 김공주(김광규 분)의 모습은 그같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단면일 것이다. 정의롭고자 하지만 현실에 항상 굴복하고 만다.

시청률을 위해서. 거짓말을 못한다는 피노키오의 특징이 뉴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뉴스의 신뢰도란 곧 뉴스의 가치다. 자신의 딸조차 자신의 뉴스를 위한 도구로 여긴다. 기자가 되기 위해 최인하(박신혜 분)는 그같은 어머니 송차옥(진경 분)의 기만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자신을 기자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과연 MSC의 기자가 되어 최인하가 하게 될 일이란 무엇인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피노키오의 특성과는 반대로 피노키오 최인하가 놓인 처지란 기만적이기만 하다. 기만적인 방송국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피노키오마저 이용한다. 아마 그런 상황을 위해 최인하는 최달포가 있는 YGN이 아닌 어머니 송차옥이 있는 MSC에 몸담게 되었을 것이다. 최달포는 황교동(이필모 분)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자기가 그토록 혐오하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서.

잘못을 했으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도, 제대로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염치만 더 없어진다. 전화가 엇갈린다. 책임을 지우려는 대상이 다르다. 책임을 지워야 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 최달포의 전화였다. 그러나 전화를 건 것은 기재명(윤균상 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운명은 그들을 다시 한 번 비껴간다. 기재명은 13년 전 아버지에 대해 거짓진술을 했던 현장소장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13년 전 현장소장의 무책임한 거짓말로부터 비롯된 잘못들에 대해 늦게나마 책임을 지우려 한다. 최달포가 트럭의 수리비를 건네던 그 순간 현장소장은 기재명이 판 함정에 빠진다. 자기가 당한 그대로. 더 이상 바로잡을 것도 없다. 기재명에게 남은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연쇄살인을 예고한다. 현장소장의 이름으로 당시 거짓말에 동참했던 두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으려 한다. 신문지로 겨우 가려놓은 함정에 빠지는 모습이 허술하면서도 상징성을 보여준다. 하필 맨홀구멍을 가리고 있는 것이 신문지였다.

기자가 된 동생 최달포와 연쇄살인범이 되려는 기재명, 그리고 최달포가 속한 YGN과 반대편에 있는 MSC의 역시 기자가 되어 있는 최인하와 그녀의 어머니 송차옥, 송차옥은 13년 전 당시 그들의 아버지를 오욕속에 잊혀지게 만든 주역이었다. 진실을 되돌릴 수 없다. 13년이나 지난 지금도, 더구나 아버지가 당시 도망치지 않았고 다른 소방관들과 함께 화재현장에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진 뒤임에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어느 언론도 그에 대해 중요하게 보도하지 않는다. 그저 오해한 채 잊혀지다가 무심코 오욕 속에 이름들이 끄집어내어 질 뿐이다. 그것을 누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서로 알지 못하는 곳에서 최달포와 형 기재명의 선택이 엇갈린다. 결국은 만날 것이다. 진실의 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형제와 아직 사랑할 수 없는 연인들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개그맨 주병진이 성폭행혐의로 입건된 것은 알아도 결국 무죄로 판결났고 민사로 언론으로부터 배상까지 받아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최민수 역시 2008년 당시 실제 노인을 폭행했다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물며 언론에 노출될 일도 거의 없는 일반인이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13년 전 당시 보여주었던 언론으로서의 열정과 사명감 또한 흔적도 없다. 잊혀지고 이름마저 잃어버렸다. 갈 곳 없는 분노와 증오가 슬프게 일그러진다. 그럼에도 어쩌면 당시에는 그것이 어김없는 사실이고 진실이라 여기며 기사를 썼던 기자도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것을 일방적으로 믿었던 대중 역시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가차없다. 후련할 정도다. 그동안 언론이 실제 해 온 일들이다. 주인공이 기자다. 그러면서 잘못된 기사로 인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가장 앞장서서 왜곡된 보도를 내보냈던 당사자의 딸이 하필 주인공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아직 주인공을 사랑하는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른다. 언젠가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누군가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 순간을 기다린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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