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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무협판타지인가? 역사드라마인가?"
중심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혼란스럽다.
2011년 09월 07일 (수) 14: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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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드라마의 장르가 이로써 확실해졌다. 무협판타지였다. 어떻게 해도 이것을 역사드라마라 볼 수는 없다. 기문진에, 심지어 비무대회라니. 지난회에서는 천단향이라는 예언자까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왕실의 주요인사들을 호위하게 될 호위무사를 선발하는데 신원조회 하나 없이 무술실력만으로 비무대회를 통해 선발한다. 그 대단해 보이는 사택왕후(오연수 분)가 그래서 정작 당사자가 계백(이서진 분) - 아니 최소한 생구들의 반란의 주동자라는 사실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너무나 허술한 시험을 통해서 그를 신임하여 곁에 두게 된다.

하기는 그렇게 마지막 적이라기에는 너무나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택왕후다. 무언가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절박함이나 처절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은고(송지효 분)가 가장 가까이에서 의자(조재현 분)를 위해서 첩자노릇을 하고 있음에도 순진하게 그냥 속아 넘어간다. 누군가 의자를 은밀히 돕는 존재가 있는데, 정작 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시하고 있는 은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이 없다. 어리석은 것인가? 아니면 너무 순진해 믿어버리는 것인가?

그렇다 보니 결국 긴장은 다른 데서 끌어와야 한다. 적이 강하지도 잔인하지도 철저하지도 못하니 그와의 대결 과정에서 실패나 좌절을 겪게 되더라도 그렇게 간절하거나 치열하게 직접 와닿지 않게 된다. 저렇게까지 적이 허술한데 그 앞에 좌절하게 된다면 이쪽은 얼마나 더 허술할 것인가.

실제 그 동안도 사택왕후나 그 무리들은 무왕과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압도적인 모습으로 의자를 곤란에 빠지게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의자가 관계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사택왕후의 허술함으로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터였다. 결국은 보다 원대한 거창한 목표를 통해 그를 위한 과정에서의 느슨함을 대신해 불 필요가 있다. 더 큰 목표가 있으니 과정은 허술해도 좋다.

과연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드라마를 써내려가다 보니 갑자기 필요하여 그렇게 된 것인가. 하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라기에는 너무 붕 뜬다. 7세기다. 아직 왕권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백제다. 과연 그러한 백제사회에 있어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지는 이상적 사회를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아주 최근까지도 그러한 사회의 모델이란 단순한 정치실험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왕이 추구할만한 이념은 아니다.

차라리 의자가 흥수(김유석 분)와 성충(전노민 분)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들을 자기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흥수의 이상은 알지만 그러나 한 편으로 그는 사택씨와 겨룰 힘을 갖기 위해 웅진귀족의 수장인 연문진(임현식 분)의 딸 연태연(한지우 분)과 혼례를 올리기로 한 터다. 과연 흥수와 성충들의 이상과 웅진귀족의 세력과는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결국 파탄은 예고되고 있다 할 수 있다. 아마도 흥수와 성충이 의자왕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내쫓기게 되는 상황이 그와 관계되어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그런 것을 의도하고 드라마를 써내려가지 않았는가 싶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7세기의 백제와 더구나 왕자라는 신분의 의자와는 그같은 이상이 밀착하지 않고 동떨어진 느낌이다. 무리수가 아니었을까. 단순한 왕이 아닌 혁명가 의자라니. 작가는 의자를 통해 혁명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지 왕이면 좋았다. 왕으로써 복수도 하고 아버지 무왕의 염원이던 왕권강화도 이루고. 신라에 시원하게 설욕도 한다. 그리고 좌절하여 끝내 나라가 멸망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도 보다 디테일하게 그릴 수 있었다면. 인물들간의 이상이나 야심, 포부, 이해, 인정과 감정 등이 교차하며. 그러나 너무 원대한 이상을 전면에 내세운 탓에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커졌지만 그러한 디테일이 백제라는 배경과는 더 어울리기 힘들어졌다. 공허하고 동떨어져 있다.

작가가 지나치게 이상을 높게 잡았거나. 아니면 그러한 디테일을 묘사하는데에 부담을 느꼈거나. 역시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었거나. 아니면 드라마를 쓰다 보니 그리 상황이 이르게 되었거나. 그런데 정작 7세기의 백제라는 배경에는 어울리지 않는 신념이고 목표다. 왕자이기에 더 그렇다.

그같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결국은 기문진의 존재일 것이다. 위험을 무릎써가며 생구들을 이끌고 흥수의 마을을 찾는 모습은 마치 당양에서 백성들을 이끌고 조조군에 쫓기던 유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를 쫓는 위제단 앞에 이릉에서 육손을 막아서던 팔진도나 하백이 자라와 물고기로 다리를 놓아주던 강물처럼 흥수의 기문진이 막아서게 된다.

상당히 묘사 자체는 거창하다. 의자는 이런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 연출이 워낙 허술하다 보니 그것이 그렇게 직접 와닿지 않는다. 나중에 말로서 설명하고 나면 그때야 그런가보다 할 것이다. 정작 말로 할 때는 그리 대단해 보이는데 보여지는 것은 너무 허술하다. 그래서 말로써 스케일과 긴장을 더하려 하니 때아닌 혁명가 의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비하게 흥수의 마을에 이르러 큰 뜻을 얻고 마침내 무왕까지 적대하게 된다. 무왕도 한 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택씨가 저리 허술한 상황에서는.

재료만 훌륭하다면 양념은 필요 없다. 조리기술이 뛰어나면 더 복잡한 기교를 부릴 필요가 없다. 말했듯 의자가 왕으로 즉위하여 사택씨의 세력을 몰아내고 왕권을 강화하여 아버지의 숙원을 이루고 복수마저 이루어낸다. 나아가 부국강병을 통해 신라를 몰아붙여 설욕도 이루어낸다. 그것이면 충분할 것을 너무 크고 대단한 이야기를 끌어들이려는 자체가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잘 구현해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사택왕후가 행차하는 모습조차 여느 여염의 아낙처럼 허술하고 초라하다. 드라마의 현실일까?

뜻은 거창하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여 한심하다. 목표는 대단한데 그러나 현실은 한참 미치지 못하여 아쉽기만 할 뿐이다. 필요한 것은 원대한 이상이 아니라 보다 치열하고 디테일한 현실임을. 설득력 있는 중간 과정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드라마인 것이다.

캐릭터도 여전히 붕 떠 있고, 땅에 발을 딛고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할 뿐. 딱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좁은 세계 안에 존재할 뿐이다. 세트 안에 존재하는 백제처럼. 정작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는데도 은고나 의자나 계백이나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 공허하기만 할 뿐이다. 감정이 와닿지 않는다. 그저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들은 백제라고 하는 극속의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이지 않겠는가.

하기는 그래서 무협판타지라 하는 것일 게다. 시대배경도 무시하고 단지 보여지는 이미지에 충실한다. 그러기에는 액션연출이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무협판타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액션이다. 초기 무진이 위제단과 싸울 때는 그 액션에 상당히 멋지더니만. 기왕 철저히 허구의 세계로써 판타지를 보여주려 한다면 그쪽이 더 나을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시각적인 화려함을 추구한다.

참 무언가 전혀 배경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드라마일 것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결국은 너무 대단한 주변 때문이 아닐까. 거창하기는 한데 디테일이 없다. 자기들끼리는 말이 많은데 정작 그 시대와 소통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차라리 판타지면 좋을 텐데.

갈수록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하는 탓일 것이다. 그나마 무진의 죽음까지는 - 분명 그때까지는 무진의 절박함이라는 것이 와닿는 게 있었다. 무진이 그렇게까지 사택씨와 적대하는 이유. 그렇게 목숨까지 걸어가며 사택씨와 맞서야 했던 이유. 그에 비하면 과연 지금은 무엇이 남았는가. 왕권을 지키겠다는 무왕의 의지처럼 퇴색하여 그저 습관이 되어 버린 넋두리만이 남았을 뿐.

제작진에 너무 버겁다. 왜 하필 백제를 소재로 선택해서는. 애매하게 사료가 부족하고, 또 애매하게 사료가 많다. 아예 판타지로 가기에도, 그렇다고 역사로 구성하기에도 힘들다. 동정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달까? 그렇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파열음만이 두드러지고 만다.

무엇보다 드라마로서의 재미가 문제다. 집중할 수 있는 무엇이 드라마에는 결여되어 있다. 노래로 치면 후크일 것이다. 후크는 전체적인 구조와 어울릴 때 힘을 발휘한다. 아쉽다. 많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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