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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06 18:05

TOP밴드 "간접광고를 반기는 시청자, 프로그램 시청자 주권을 열다!"

시청자의 힘으로 시즌2를 쟁취하다!

 
최근 KBS의 밴드서바이벌 <TOP밴드> 시청자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를테면 지지난주 8월 27일 출연중인 코치 가운데 한 사람이 노골적으로 프로그램 스폰서의 제품을 홍보하는 장면에서였다. 어지간한 프로그램에서였다면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어야 했는데 오히려 기뻐하며 반가워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던 것이었다. 도대체 어째서?

언제부터인가 <TOP밴드> 팬들 사이에 그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시청율이 낮아도 너무 낮다. 이대로라면 시즌2는 커녕 제대로 끝이라도 낼 수 있는가조차 불확실하겠다. 그렇게 가시적으로 나타난 시청율이란 최악 그 이하를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제작에 돈을 대주는 스폰서를 붙잡아 프로그램이 계속 제작되도록 하자.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비용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프로그램이 끝까지 조기에 종료되지 않고 나아가 시즌2까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제작하는 주체인 방송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최소한 이대로 시즌2까지 만들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익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방송국에서 시청율에 연연하는 이유인 광고주들를 시청자가 붙잡자.

물론 직접광고는 프로그램을 직접 본방으로 시청하는 사람에 그 효과가 비례한다. 아무리 프로그램 시청자의 충성도가 높다고 정작 광고까지는 보지 않게 되는 다운로드나 VOD 시청자들마저 광고주에 대한 충성도를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광고(PPL)의 경우는 다르다. 간접광고는 본방을 굳이 기다려 보지 않는 시청자라도 프로그램을 보려 한다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채널우선권을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넘겼던 시청자라 할지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광고주에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확실히 환경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본방을 보지 않으면 그 프로그램은 재방송 때나 가서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굳이 본방이나 재방을 기다려 보지 않고도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고, 그같은 수단을 이용하는 시청자 역시 적지 않다. 본방은 어느 프로그램을 보지만 그러면서도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국에서 방송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역시 시간차를 두어 보고 있다. 시청율은 1순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그에 포함되지 않는 프로그램의 시청자층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역시 광고주 입장에서도 붙잡아야 할 대상일 것이다. 아니 본방을 보더라도 직접광고는 건너뛰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히려 더 높은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여기에서 접점이 생기는 것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시청자는 그렇나 광고주를 퉁해 자신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것은 다시 제작진으로 하여금 시청율에 대한 압박 없이도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다시 말해 정작 시청율이 낮아 폐지위기에 놓인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시청자 자신이 나서서 광고주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계속 프로그램이 투자케 하여 프로그램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과연 표면적인 시청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지키려는 의지가 그대로 프로그램 제작에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실제 광고효과로 입증되고 광고주를 설득할 수 있을 때, 그로써 시청율은 낮더라도 충분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을 때 시청율은 낮지만 소수의 마니아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는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에 의해 계속 방송될 수 있다. 단지 시청율이 높은 프로그램만이 아닌 좋은 프로그램이라면 시청율이 낮아도 살아남을 길이 열릴 수 있다.

하기는 그래서 이미 <TOP밴드>의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기도 한 것이다. 시청율에 아주 무심할 수는 없기에 포맷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5%도 안 되는 낮은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써는 거의 이례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제작진 자신의 노력도 있지만 심지어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록페스티벌을 개최하려 하고 있는 열성적인 시청자들의 지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흐름을 깨는 간접광고라도 그저 고맙고 좋다. 지난주에는 출연밴드가 직접 후원하고 있는 특정 지자체의 시설을 찾아가 간접광고를 하기도 했다.

더 이상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지키는 것은 제작진만의 몫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주장만 하고 여론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공공재 운운하며 엄연한 기업체인 방송국에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얼마나 구차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역시 자본주의를 통하는 것이다. 이익을 준다. 이익을 확인시켜준다. 자연스럽게 설득될 수 있도록.

하여튼 신기한 일일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시청자가 간접광고를 반기는 경우가 없을 터임에도.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일 테고, 그만큼 <TOP밴드>라는 프로그램과 그 취지를 사랑하는 것일 게다. <TOP밴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좋다. 필자 역시 같은 마음이기에 그 취지와 의도를 십분 이해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즌 2를 쟁취해내게 되었으니 이야말로 시청자의 힘이 아니겠는가. 일방적인 수용자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한 주체로써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시청자주권의 확인이며 증명이라 할 것이다. 시청자야 말로 진정한 프로그램의 주인이다.

토요일에는 드라마보다 TOP밴드! 하지만 다른 시청율은 낮지만 평가는 좋은 프로그램들에 있어서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를. 여러 이유로 본방시청이야 드라마에 양보하더라도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광고주를 설득하고 방송국을 납득시킨다. 그것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기다려 보는 것만이 아닌 직접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이유다. <TOP밴드>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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