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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11.23 09:26

미생 12회 "발칙한 판타지, 반역의 PT를 시작하다!"

판을 흔들고 뒤집다, 고졸 계약직 신입사원의 영웅전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모든 한계는 구조에서부터 비롯된다. 구조란 관습이며 관계다. 그래서 항상 영웅이란 그러한 구조 밖에서 나타난다. 영업 3팀이 판타지인 이유다. '원인터네셔널'이라고 하는 기업에 속해 있지만 그 구조 밖에 존재하려 한다. 하기는 그래서 검정고시 출신에 계약직에 불과한 장그래(임시완 분)가 불과 입사 몇 개월만에 팀의 업무에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할 터다.

오상식(이성민 분) 차장을 회사의 관습과 관계를 때로 일부러 무시하고는 한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오상식 차장이 추구하는 '일'이라고 하는 목적에 보다 충실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오로지 일만 하려는데 신경쓰고 배려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방해가 된다. 일하는데 도움만 된다면 검정고시든 계약직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설사 회사안의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오상식 차장을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는 거의 맹목적이라 할 정도로 믿고 따른다.

▲ 미생 포스터 ⓒtvN

천관웅(박해준 분) 과장과 김대리가 보이는 미묘한 입장의 차이도 여기에서 비롯될 것이다. 천관웅이 충성하는 것은 다름아닌 회사라고 하는 구조, 그 안의 관습과 관계다. 장그래의 제안을 우려하면서도 서로 걱정하는 바가 다른 것도 그런 이유다. 오상식 차장에게 해가 될까봐. 자신이 믿고 있는 상식과 너무 어긋나기에. 그 회사의 구조가 팀원으로서 자신의 팀에 충실하라 지시를 내렸다. 자신의 일이라면 마땅히 최선을 다한다. 가장 상식적인 인물일 것이다. 그 상식적인 인물로 인해 자칫 허구속에 떠 있을 뻔했던 영업 3팀이 피냄새와 땀냄새가 진동하는 현실의 긴장으로 되돌아온다. 그들은 여전히 회사에 속해 있으며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다.

장그래를 위한 무대일 것이다. 장그래와 같은 날 더구나 정규직으로 입사한 스펙까지 더 훌륭한 인턴동기들의 현실을 보더라도 그 차이는 명확할 것이다. 장백기(강하늘 분)는 이제 겨우 잡무를 도우며 실무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가는 중이다. 안영이(강소라 분)는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조차 없이 팀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들을 다 떠맡아 하고 있다. 한석률(변요한 분)은 진정한 처세술이란 무엇인가를 몸으로 영혼으로 직접 겪으며 깨닫고 있는 중이다. 분명 잘못한 것은 상사인 성대리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분노하고 환멸까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장그래는 벌써 일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일에 직접 투입되고 있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가.

어떻게 보면 낭비다. 충분히 배웠고 회사에 필요한 실력과 재능을 갖추고 있다 여겼기에 일부러 채용도 했을 것이다. 필요도 없는데 비싼 임금까지 지불해가며 더구나 정규직으로 끌어안고 있을 마음좋은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일을 배우기도 전에 먼저 인간관계로 고민해야 한다. 장그래만큼은 아니더라도 장백기 역시 매우 운이 좋은 경우일 것이다. 일을 가르친다. 조금 돌아가고 오해받기 쉬운 방식이지만 장백기를 한 사람의 팀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가르친다. 그러나 안영이와 한석률은 상사와의 관계를 고민하느라 정작 많은 시간과 노력을 그것에 할애하고 있는 중이다. 신입이기에 가능한 일들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가능한 무모할 정도로 참신한 생각들이 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안영이는 시작하는데만도 한참이 걸린 일들을 장그래는 벌써 결과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너 따위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당연하다. 일개 신입사원이다. 아무런 책임도 권한도 주어지지 않은 그냥 신입사원일 뿐이다. 아이디어는 단지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팀장의 몫인 것이다. 오상식 차장 역시 김부련 부장을 대신한 마부장(손종학 분)의 허락이 없으면 기껏 완성한 기획안을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그냥 묻어 버려야 한다. 그래서 박과장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 당시 결제라인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함께 책임을 지고 징계까지 받았던 것이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진다. 그것을 신뢰할 수 없다면 팀은 유지될 수 없다. 최전무(이경영 분)가 노리는 것이다. 모두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차장의 독단으로 시작했고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좌절되고 말았다.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과연 전무쯤 되면 눈에 보이는 뻔한 수 같은 건 쓰지 않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주고, 힘들게 완성한 기획안을 보지도 않고 퇴짜놓고, 그래서야 당하는 사람만 주위의 동정을 사게 될 뿐이다. 괴롭히면 괴롭히는 만큼 그 원망과 비난이 자신에게로 향한다. 한 발 물러선다. 대신 판을 키운다. 어차피 통과되기 힘든 기획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기존의 요르단 중고차 수출건에 대해서도, 박과장과 관련한 징계에 대해서도, 각자의 체면과 이해가 엇갈리며 지금껏 사업의 재추진 자체를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차장이 아무리 PT를 잘한다고 통과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흘러가는대로 순리를 따른다. 억지로 막거나 틀려 하지 않고 단지 물길을 조금 다듬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흐르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듣는 순간 한 번에 알아챌 정도로 영업 3팀의 입장에서는 아픈 한 수였다.

승부사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다. 오상식 차장도 그렇게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오상식 차장 역시 회사에 매인 몸이다. 차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자신의 팀원들을 이끌고 책임지며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아 가정을 부양한다. 장백기도 한석률도 그런 구조의 연장에 있었다. 회사란 어떤 곳이다. 직장생활이란 어떤 것이다. 취직을 위해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었다. 그래서 회사의 구조에 벌써부터 익숙하다. 안영이는 이들보다도 더 깊이 길들여져 있다. 장그래만이 예외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과정을 대신한, 바둑이라는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장기수, 혹은 외계인. 하필 영업 3팀이다. 승부사로서의 장그래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줄 안다. 오상식을 만난 것은 장그래에게 행운이다. 아직 여물지 못한 장그래를 위해 길을 열어준다.

긴장이 고조된다. 사나운 불협화음이 들린다. 서로 다른 개성과 가치관, 입장들이 부딪히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고비를 맞는다. 회사의 임원들 앞에서 PT를 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순간들을 지나 이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반역의 중심에 반역 그 자체인 장그래가 있다. 학벌도 없고, 정규직도 아닌, 일개 신입사원에 불과한 그가. 원작을 읽지 말 것을 그랬다.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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