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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11.12 07:42

오만과 편견 6회 "긴 호흡으로 그리는 큰 그림, 드라마가 숨쉬다"

벌써 2회에서 시작된 퍼즐조각이 마침내 사건으로 완결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단막극도 아니고 더구나 20부짜리 미니시리즈일 것이다. 급하게 한 회, 혹은 한 주 단위로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사건을 다루어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한 호흡으로 길기만 한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변화를 주고 단계를 두어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설마 이미 2회에서 정창기(손창민 분)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마약수사가 이런 식으로 결론지어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무전취식으로 체포된 정창기가 무죄방면을 조건으로 마약거래에 대한 정보를 내놓고, 부장인 문희만(최민수 분)과의 과거 악연으로 인해 중간에 도망친 정창기를 대신해서 약속장소에 갔던 한열무는 마약거래상에게 납치당한다. 바로 이때 한열무와 마주친 정창기가 처음 거래약속을 했던 여자마약상이 이번 연쇄살인범 판다 김정구를 살해한 범인 송아름(곽지민 분)이었다. 그때 송아름이 팔려 했던 마약도 김정구에게서 훔친 것이었고. 김정구를 찾으려 한 것도 김정구가 자신으로부터 마약을 훔쳐간 송아름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밝혀지기, 아니 김정구가 살해당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 오만과 편견 포스터 ⓒMBC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당시 정창기의 제보로 시작한 함정수사의 결과 마약거래상 김만식이 체포되면서 노회하고 야심이 컸던 부장 문희만은 그를 이용해 마약범죄자들을 소탕할 더 큰 함정을 파기로 한다. 하지만 그같은 문희만의 계획은 이장원(최우식 분)에 의해 정보가 누출되며 인천지검 차장검사인 오도정(김여진 분)의 개입하자 큰 위기를 겪게 된다. 그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검찰국장인 이종곤(노주현 분)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치사사건도 하나 해결한다. 그리고 바로 전회인 5회에서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공원 화장실 자살사건이 판다라는 이름과 노숙자에게 뜨거운 물을 끼엊은 심신미약자의 손목에 걸린 대나무 반지를 남기고 있었다. 물론 이 단계에서 이것들이 김정구의 죽음과 관계있으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흩어진 퍼즐조각처럼 강수(이태환 분)가 과실치사 혐의로 궁지로 몰리며 시작된 이번 6회에서 그 모든 조각들이 하나로 모여 그림으로 완성된다.

4년 전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검찰에 의해 체포되어 호송되는 도중 바다에 뛰어들어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려진 판다 김정구는 그러나 그 뒤로도 살아 여전히 한국을 10번도 넘게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정구의 정체를 알게 된 송아름은 김정구로부터 마약을 훔쳐내어 팔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 김정구는 송아름을 잡으려 했고, 김정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송아름은 평소 알고 지내던 차윤희의 자살을 김정구의 범행으로 꾸며 검찰로 하여금 그를 체포하도록 했다. 하지만 송아름의 계획은 심신미약 상태의 오정태의 개입으로 무산되었고 단지 단순한 자살에 불과하던 차윤희의 죽음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결과만을 낳고 만다. 차윤희의 죽음을 이용해 검찰로 하여금 김정구를 잡도록 만들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이번에는 다시 김재식과 재식 형제를 이용해서 김정구를 마약운반책으로 삼도록 함으로써 그를 자신이 미리 준비해 둔 함정으로 유인한다. 미리 김정구가 도착할 장소에서 그가 마실 물병에 치사량의 필로폰만 녹이면 된다. 하필 치사량의 필로폰을 들이킨 상태에서 강수와 함께 바다에 빠지며 바로 사망, 사건은 시작되었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벌써 5회 전부터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만큼 풀어가는 과정이 명쾌하고 전혀 모순되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다. 대단한 추리나 우연에 의지하기보다 타당하고 설득력있는 절차와 과정을 밟는다. 마지막 순간 서로 다른 경로로 김재식과 송아름을 찾아낸 문희만과 구동치(최진혁 분), 한열무의 충돌은 절정의 순간 또 하나의 긴장과 함께 그동안의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 준다. 비로소 구동치와 한열무를 인정한다. 자기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통해 자기와 다른 방법과 경로로 자신들만의 용의자를 찾아냈다. 구동치와 한열무의 승리는 어차피 부장인 문희만의 승리이며, 문희만의 성공은 곧 그의 상사인 차장검사 오도정의 승리다. 자신이 작성한 브리핑자료를 건네며 문희만은 강수의 선처를 부탁한다. 어차피 건네야 할 자료이고 어차피 자신을 위해서라도 지켜야 할 강수다. 마지막 오도정의 물음에 검찰국장의 인맥은 자신을 위해서만 써야 하다는 대답은 산전수전 다 겪은 문희만의 노회함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한 마디였을 것이다. 그의 이타는 이기이며 이기가 곧 이타다. 조직의 관리자로서 상당히 이상적이다.

자신을 위해 조직을 지킨다. 자신을 위해 강수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도, 그리고 자신의 성과를 강수를 위해 거래조건으로 내놓는 것도 결국은 '민생안정팀'이라고 하는 자신의 조직을 지키기 위한 일환이었다. 그것은 곧 민생안정팀의 수장은 자신의 경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열무가 답답하다. 구동치가 한열무를 무시하듯 문희만도 구동치가 한심하기만 하다. 그래도 베테랑 형사인 유대기(장항선 분)마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읽지 못하고 있다. 적절하게 책임과 역할을 분배하고, 그들을 지휘하여 결과를 이끌어내며, 위기가 닥치면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놓는다. 음험한 거래 역시 마다치 않는다. 검찰국장과도 차장검사와도 기꺼이 거래하며 댓가를 내놓는다. 도대체 저런 모사가가 어떻게 민생안정팀으로 떠밀려왔을까 의아해지는 부분일 것이다. 수사에 있어서도 거의 다른 검사들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움직인다. 구동치와 한열무에게 선수를 빼앗겼을 때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인정한다. 뛰어난 부하는 상사를 돋보이게 한다. 실력있는 팀원은 곧 팀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려준다. 팀의 장으로서 그것은 자신의 실적이기도 하다.

군더더기일 수 있는 팀원과 주변의 이야기들이 전혀 무리없이 어우러지고 있다. 이만큼 여유가 있으면 그 사이 또한 그마한 공간에 생긴다. 마음껏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한열무의 오해와 구동치의 답답한 진심까지도. 구동치를 의심하면서도 한 편으로 믿고 싶은 한열무의 복잡한 내심까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한열무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과 상처도. 정창기와 문희만 사이의 과거 이야기가 잠시 그 단초만 보여준다. 이장원과 유광미(정혜성 분)의 분량은 아직 그다지 많지 않다. 그나마 이장원에게 사귀는 여자가 있고, 유광미가 과거 사법시험을 친 적이 있다는 정도? 하지만 아직 시간은 넉넉하고 공가도 여유있다. 악연은 때로 인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한열무와 구동치 역시 악연이면서 또한 인연이다.

굳이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매끈하다. 정교하게 쌓아 올린 조각들이 틈조차 없이 단단하게 맞물려 있다. 사소해서일 것이다. 물론 살인이 그렇게 사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들인 시가과 비중에 비해 고작 연쇄살인범 하나가 경찰의 과실치사로 오인받을 상황을 만들며 죽은 사건에 불과하다. 그것을 크게 키우는 것은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인 것이다. 딱 드라마에 어울릴 정도로 적절한 수준에서 그 크기를 결정한다. 물흐르듯 드라마가 흘러간다. 큰 그림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감탄하게 된다. 마치 숙련된 장인의 작품과 같다.

무엇보다 말이 별로 없다.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장면도 그다지 없다. 어쩌면 일상의 생활드라마에 더 가까울 것이다. 등장인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자기만의 캐릭터와 감정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거창하게 꾸미지 않아도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로 재미있을 수 있다. 대사와 연기와 영상이. 등장인물들 자신의 캐릭터와 서로의 관계와 일어나는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빨려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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