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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광역도발] '어뷰징'의 폐해, 언론인의 양심을 지킵시다
사건의 왜곡 그리고 확대, 재생산.. 참을 수 없는 '어뷰징'의 늪
2014년 11월 11일 (화) 18: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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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준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국내 포탈사이트 네이버, 다음, 네이트, 줌의 11일 오후 실시간 검색어 순위 (해당 사이트 캡처)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어뷰징'이란 '다중계정조작'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언론계에서 이 '어뷰징'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는 "검색어에 노출된 단어를 통해 유입량을 늘리는 행위"를 뜻한다. 즉,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단어를 기반으로 다수의 기사를 생산해 순간 트래픽을 올려 페이지뷰 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 낚시성 기사들을 말한다.

일반인들은 '어뷰징'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소할 것이다. 젊은 세대라면 과거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하던 시절, 배틀넷 계정 '어뷰징'을 통해 레더 승수를 올리는 행위를 떠올릴수도 있다.

'어뷰징'은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존재하면서도 그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쓰진 않지만 불쾌할 수 있는, 마치 '담배연기' 같은 존재다.

'어뷰징'의 폐해

수많은 인터넷매체들이 '어뷰징'을 하고 있다. 포탈사이트들은 '초 단위'로 쏟아지는 '어뷰징 기사'들로 인해 정작 중요한 정보는 저 밑으로 내려가고 '별 필요없는' 정보가 상위에 계속 노출된다.

이런 '어뷰징 기사'들은 보는이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하지만 문제는 '불쾌감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뷰징 기사'는 한 사건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고 확대 재생산해 확산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다.

최근 3건의 굵직굵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노홍철 음주운전', 러블리즈 서지수', '박상민 욕설'이다.

지난 8일 새벽, 방송인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소식은 며칠간 가장 큰 이슈로 자리 잡았었다. 문제는 해당 사건을 보도한 디스패치에 대한 '음모론'이 나타났고, 이 단어가 각종 포탈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되자 수많은 매체들이 해당 단어를 활용한 '어뷰징 기사'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디스패치', '음모론', '함정수사'라는 단어에 대한 기사는 포탈사이트 네이버에 노출된 기사만 200건이 넘으며, 이 중 상당수는 같은 매체에서 제목만 달리해 재보도한 '어뷰징 기사'였다. 사건의 당사자인 디스패치 역시 10일 오전, 기사를 통해 음모론과 함정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디스패치 측은 "상식 밖의 루머에 대응할 필요가 있나 주말 동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노홍철 디스패치 함정' 보도가 50건이더군요. '노홍철 음모론' 관련 기사는 무려 70건을 돌파했습니다"라며 "이런 기사(?)를 쓰는 곳을, 어뷰징 매체라 합니다. 취재는 없습니다. 검색어를 갖고 기사를 찍어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매체의 특성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남의 기사를 베껴쓰고, 제목으로 낚시하는, 그런 매체의 존재를 아십니까"라고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는 매체에 대해 우회적인 비판을 전했다.

   
▲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등극하자 수많은 매체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한 매체가 '어뷰징 기사'를 3건 올린 상황 (다음 검색 기사 캡처)

노홍철의 사건에 대한 '어뷰징 기사'는 하던 프로그램 하차를 선택한 노홍철의 결단은 순식간에 묻혀버리고 그의 행위에 대한 감싸주기 여론이 형성되는데 일조했다. 자꾸 쏟아져 나오는 '음모론', '함정수사' 기사에 일부 네티즌들이 그것이 사실인냥 더욱 더 의혹의 목소리를 높였고, 새로운 허위사실을 양산해갔다.

걸그룹 러블리즈 서지수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가 출처인 몇몇 소문이 기사화 되기 시작하며 '서지수'가 포탈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기 시작했다. '여자와 연인관계였다', '성폭행' 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그 기사에 뒤따랐으며, 검색어 순위는 순식간에 상위로 급상승했다. 그리고 더욱 해당 소문에 대한 '어뷰징 기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서지수 사건은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20세 여성이 가장 먼저 관심을 받게 된 이유가 '동성애자', '성폭행' 등의 의혹을 받았다는 것에서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소문의 퍼뜨린 당사자들이 증거라고 제시한 사진들은 개인적인 사진일 뿐 그 어떤 문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지수와 러블리즈의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측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서지수 측은 "울림 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11월 10일 마포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수사에 협조하여 꼭 최초 작성자 및 유포자 를 잡을 것입니다"라며 "진짜 피해자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떳떳하다면 나타나십시오. 이제는 온라인 뒤에 숨어서 저희를 협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 사건은 커졌습니다. 한 소녀가 데뷔를 앞두고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며 정상적인 연예인 활동은 물론 한 여자로 살기 어려울 만큼 이 사건은 공론화되었습니다. 나타나십시오. 제발 호소합니다. 성적 소수자로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피해자인 척 하지 마십시오. 진정 떳떳하다면 경찰에 모습을 드러내 협조 받으십시오. 한 소녀의 인생이 걸린 일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서지수 사건이 이렇게 빠르게 심각할 정도로 이슈가 된 것에 대해 '어뷰징 기사'가 한 몫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지막은 방송인 박상민이 욕설을 했다는 사건이다.

지난 10일 열린 로드FC 019의 메인 이벤트 이둘희 vs 후쿠다 리키 경기에서 로드FC 부대표를 맡고 있는 방송인 박상민이 이둘희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로드FC 측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해 "박상민 부대표가 부상을 입은 이둘희 선수에게 욕설이 섞인 말을 하는 등 인간이하의 대우를 했다는 자극적인 기사가 무차별적으로 복제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 물론 이러한 기사의 내용은 허위이며, 금번 박상민 부대표 관련 기사는 MLB파크라는 커뮤니티의 한 게시글(아래 첨부하였습니다)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담았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민이 이둘희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기사는 네이버 검색기준으로 50개가 넘으며, 이둘희 선수가 직접 해명에 나서기까지 했다.

'어뷰징', 왜 하는 건가?

물론 모든 반복 보도가 '어뷰징'이라고 하긴 어렵다.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고 변한 상황을 가장 빠르게 보도하는 매체가 인터넷매체들이다보니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여러번 보도될 수 있다. 그러나 '어뷰징'을 매체의 존재이유로 삼는 일부 매체가 있어 그 문제의 심각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부분은 포탈사이트 다음에서 많이 발생한다. 다음은 비슷한 기사들을 묶어 그룹식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어뷰징 기사'를 통해 상위노출을 시키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들은 '어뷰징'을 통해 자신들의 기사를 포탈사이트 상위에 노출시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독자유입을 꾀한다. 그리고 많은 페이지뷰, 트래픽량은 광고수익으로 직결된다. 즉 '어뷰징'을 할수록 해당 매체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11일 오전부터 다음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던 단어는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이다. 해당 단어와 관련된 기사는 150건 가까이 보도됐으며, 오후 5시쯤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은 실시간검색어 상위에서 사라졌다.

헬로비너스가 군가 '멸공의 횃불'을 불렀다는 것은 충분한 화제거리고 기사화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해당 단어를 사용한 기사 제목으로 '낚시성 기사'를 남발하는 것은 분명한 '어뷰징'이다.

한 매체는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되자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 대의를 위한 희생인가',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 소식에 이단옆차기가...',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 이어 수능대박도?'라는 3개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들여다보면 내용은 별 것 없다. 그저 '헬로비너스 멸공의횃불'이라는 단어를 몇 번씩이나 사용했을 뿐. 또 다른 매체는 '이승철 입국 거부'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되자 누리꾼들 의견이라며 '이승철 입국 거부'라는 단어를 기사 말미에 반복적으로 5~6번씩 사용하기도 한다. 모두 검색어 노출로 실시간 검색기사 상위에 노출되기 위함이 목적이다.

'어뷰징'의 방법은 다양하다. '기사 제목을 특이하게 계속 바꾼다'던가, '기사 안에 검색어 노출 단어를 반복 사용한다'던가.. 웃긴 사실은 해당 매체들 역시 '어뷰징 기사'라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인지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검색어에 오른 단어를 여러번 쓴 '어뷰징 기사' (해당 기사 캡처)

이런 '어뷰징' 매체에 대해서는 포탈사이트에서 제재를 해야하지만 '어뷰징'이라는 기준이 모호함이 장애가 되고 있다. 포탈사이트에 노출되는 기사들은 사람이 일일이 기사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분류되는 구조이다보니 '어뷰징'을 원활히 막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어뷰징'을 금지하는 자정활동을 해야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많은 매체들이 '어뷰징'을 하지 않는다해도 일부 매체가 '어뷰징'을 하기 시작하면 다시 '어뷰징'에 경쟁적으로 나선다. 

매체는 많고 다양한 형태의 특색을 갖고 있지만 '어뷰징' 만큼은 사라지는 것이 언론사와 언론인이 가져야 할 도리이자 책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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