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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문화
  • 입력 2024.02.09 04:22
  • 수정 2024.02.09 19:42

[S톡] 클린스만 귀국 발언, '달콤한 인생' 백 사장 생각나...

"넌 나한테 왜 그런거냐"는 선우 물음에 갑자기 찌르고 "인생은 고통이야"라는 백 사장...

왼쪽은 귀국 기지화견을 하는 클린스만 감독 화면 캡처, 바로 옆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배우 황정민이 맡아 화제가 됐던 백 사장 화면 컷.
왼쪽은 귀국 기지화견을 하는 클린스만 감독 화면 캡처, 바로 옆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배우 황정민이 맡아 화제가 됐던 백 사장 화면 컷.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8일 오후 인천공항에 귀국한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간단히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는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패배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받아쳤다. "요르단이 우리보다 좋은 팀, 그래도 준결승 갔으니 실패 아니다"

위 발언은 요르단축구대표팀은 FIFA랭킹 87위.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의 16강 전에서 패했던 그 팀에게 2대 0으로 유효 슈팅 하나 없이 패한 한국팀을 이끈 감독이 한 괴이한 답변이다.   

클린스만 발언, 백 사장이 김선우에게 한 발언과 얼마나 비슷할까?

8일 저녁 인천공항 기자회견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변명도 해명도 아닌 당당한 발언을 보며 영화 한 장면이 불현듯 생각났다.

다름 아닌 20년전 상영된 김지운 감독의 액션 느와르 '달콤한 인생'이 떠올랐다. 러닝타임 2시간에 달하는 영화가 종반으로 치닫던 중 백 사장(황정민)이 아이스링크에서 "다 집어 치우고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넌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런거냐?"라고 묻는 김선우(이병헌)를 칼로 찌르고 한 발언 말이다.

백 사장 曰"나를 아주 개*같이 봤구면? 뭐야? 그 표정은? 억울해? 억울한거야? 네가 이렇게 된 이유를 모르겠지? 자꾸 다른데서 찾는거지? 그럼 날 찾아오면 안되지, 이 사람아. 마!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선수와 감독은 다른 존재...잘 배웠다!

어떤 경기건 패했어도 언론매체, 축구전문가로부터 호평 받는 축구팀은 많다. 최근 EPL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울버햄튼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보다 더 디테일한 전술로 임하는 감독과 코치, 선수들의 혼연일체가 최고의 리그에서 상승 효과를 만든 것이다. 

위와 반대로 멀쩡한 축구팀을 퇴보로 이끈 감독도 간헐적으로 보인다. 그중 위르겐 클린스만은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다.

아시다시피 클린스만은 선수(공격수)시절만 보면 레전드다. 하지만 감독으로는 오명에 가까운 존재.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한 점을 두고 당시 독일 매체들은 "독일대표팀 체질이 바뀐 것 같다"며 나름 긍정적인 평가도 했었다.

하지만 월드컵 전후 대부분의 보도는 '그가 감독감은 아니'라는 부정 평가가 많았다. 오히려 클린스만 사단의 수석코치 요하킴 뢰브에 대한 호평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랬던 위르겐 클린스만. 그가 14년전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아 6년 동안 내놓은 성과는 '미국 축구의 퇴보'였다.

그랬던 그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벌인 일은 과거 선수시절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다른 이야기지만, 어떤 이는 과거 이 나라 군부독재를 두고 "3S정책을 통해 민심을 달랬던 적이 있다"며 스포츠, 스크린의 역할이 확대됐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를 부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반대는 왜 생각을 안할까' 싶다. 특히 지금이 그렇다.

가령, 어느 나라건 정치가 통치로 넘어가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럴 때 문화는 답답하고 막힌 숨통을 가끔 열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은 스포츠, 케이팝, K-드라마, K-무비가 그런 뚫어 뻥 같은 역할을 해주곤 한다.

그런데, 그 중 축구는 손흥민 선수 덕분에 7,80년대 차범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이래 제3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황인범이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대표팀 선수들은 아시안컵에 임하면서 더 큰 걸 바라지도 않았다. 그 점은 한국 축구팬들도 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표팀 감독 임명 전, 독일 언론들이 일제히 "이상하다"며 선언에 가까운 클린스만 리스크를 보도했고, 국내 축구전문가들도 축구 유튜버들도 이구동성으로 "왜? 그를 국가대표 감독으로 임명했나"며 축구협회에 여러차례 의문을 던졌었다.

그런데 결과가 영화 '달콤한 인생'(2005)에 나오는 백 사장과 김선우의 아이스링크 대화가 자꾸만 오버랩이 된다.

"몰랐어? 인생은 고통이야.."라는 다크나이트 조커의 원조격으로 보이는 백 사장의 표정이 자꾸만 생각난다. 김선우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백 사장이 이상한 걸까?

덧붙여 기사에서 이런 문구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번 아시안컵 4강에 진출했으니, 8강 경질이 아니면 위약금을 크게 물어야 한다"는 잇따른 보도에 "경기마다 전술을 선수들이 짰으니 감독, 코치의 역할은 없었다"는 보도 말이다.

영화를 빌어 보자면,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지금은 백 사장 정도 만나 "인생은 고통이야"라는 소릴 듣고 겨우 살아남았다.

하지만 김선우를 사지로 내몰았던 강 사장(김영철)을 만나려면 호텔 관리실장 문석을 지나쳐야 하고, 입구마다 배치된 수많은 베테랑 경호원들을 뚫고 스카이 라운지까지 올라가야만 한다.

다시 말해 한국 축구팬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위해 거쳐야할 관문이 많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영화 스토리에 빗대서 부연했다.

마무리로 영화 '달콤한 인생' OST 중 하나인 'Escape'(유튜브)를 링크해 둔다. Escape를 직역하자면 '탈출'이다.

무릇 탈출하려는 자들의 행동이란 처한 상황이 끔찍하고 두려워서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뛰어 넘어갈 기세가 엿보인다. 

지금은 뭐가 됐건,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려고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방치하고 넘어가면, 산산조각이 눈에 보이고, 생사를 건 탈출을 시도할 것 같다. 

이를 두고 축구협회 누군가가 "이건 단지 축구"라며 대충 넘어가려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결국 참사 말고는 다른 결과물이 없다. 기적도 스스로 살겠다고 버둥대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 아닐지?

한국의 현재진행형은 스포츠, 나아가 문화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처럼 답답하고 한심한 모습이 아니다. 그걸 염두에 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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