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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그들의 울분과 원한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
어째서 사택왕후는 과장된 화장을 하고 나와야 하는가.
2011년 08월 31일 (수) 07: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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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일단 모든 동기에는 합리가 있어야 한다. 합리란 보편이고 타당이다. 보편이란 대의이고 타당이란 명분이다. 과연 누구나 동의할만한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그들의 행동에는 존재하는가.

필자가 드라마 <계백>을 보면서 불친절을 넘어 무성의하다 비판하는 이유일 것이다. 도대체 의자(조재현 분)와 계백(이서진 분)과 은고(송지효 분)의 사택왕후(오연수 분)에 대한 분노에는 어떤 보편타당함이 있는가?

어머니가 죽었다.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다. 부모의 원수는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존재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모의 원한이란 그들 개인의 사정일 뿐 보고 있는 시청자까지 그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극단적으로 살인강도강간을 일삼다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범죄자의 자식이 부모의 원한을 갚기 위해 나선다고 그에 대해 동정할 이유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왕과 사택씨가 적대관계에 있는 것 뿐이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고 싶어 하고 사택씨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싶어한다. 왕의 왕권강화에 사택씨의 세력이 방해가 되고, 사택씨의 영화에도 왕권이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충돌하고 갈등하며 그 와중에 선화왕후와 무진과 은고의 아버지가 희생되었을 뿐이다. 과연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누구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선악을 나누어야 할 테니까. 말한 것처럼 시청자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인물들의 행동에 어떤 보편타당한 이유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인공은 선이어야 하고 그들의 적은 악이어야 한다. 그래서 사택왕후의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과장된 메이크업이 나오는 것이다. 딱 나오지 않는가. 이 여자 독하다.

그래서 사택왕후는 나쁘다. 메이크업이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의자와 계백과 은고의 분노는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과연 그런가?

지난번에도 비판했던 부분이다. 드라마에 절박함이 없다.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사택왕후의 악행에 대해서도, 의자나 계백, 은고 등의 분노에 대해서도. 도대체 저들은 왜 저러고 있는가. 왜 저렇게 짐짓 과장되이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르고 비분강개하고 있는가.

원래 이야기란 자체가 서사다. 묘사 역시 서사 안에 존재한다. 서사가 배제된 묘사란 단지 설명에 불과하다. 일방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사택왕후는 이런 사람이다. 사택씨는 이런 세력이다. 그러므로 무왕과 무진, 그리고 의자, 계백, 은고 등의 분노는 정당하다. 그래서 묻는다. 도대체 왜? 어째서? 과연 지금까지 사택왕후가 저지른 악행이라는 것이 무왕과의 백제의 주도권을 둔 다툼 말고 다른 것이 드러난 것이 있는가.

그래서 안이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동안 뻔하게 반복되어 온 왕권과 신권의 대립구도에서 전혀 단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왕권은 정의이고 그와 맞서는 신권은 악이다. 왕권강화는 정의이며 그것을 방해하고 나서는 신권은 악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어째서? 그에 대한 대답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무성의한 것이다. 아무런 고민도 노력도 준비도 없다. 그저 답습하고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사택왕후는 그렇게 과장된 화장을 하고 짐짓 악역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다. 사택적덕(김병기 분) 역시 아무것도 없이 악역을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병기의 연기력은 다시 말하지만 진짜다. 단순히 말 몇 마디 내뱉는 것만으로도 악역의 포스를 풍기기란 쉽지가 않다. 더구나 사택적덕은 사택왕후처럼 화장을 과장되게 하고 있지도 않다.

교기(진태현 분)는 어떨까? 그는 단지 왕이 되고 싶을 뿐이고 왕위에 오르는데 방해가 되는 의자를 적대하고 있을 뿐이다. 의자가 아버지인 무왕의 편에 서 있다면 교기는 어머니인 사택왕후의 편에 서 있다. 그는 악한가? 교기의 입장에서 본다면 호시탐탐 자기에게 돌아와야 할 왕위를 노리는 의자가 더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특벽히 그가 다른 일반인들에게 악을 저지른 것도 없다.

한 마디로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서야 무왕이 왕권을 강화하나, 사택왕후가 사택씨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백제를 다스리나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교기가 왕이 된다면 사택씨의 입장과 백제 왕실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질 것이니 그런 문제도 다 해결될 것이고. 극단적으로 반드시 부여씨만 백제의 왕이어야 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니던가.

그래서 그를 위한 어떠한 절실한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반드시 무왕이어야 하고, 의자여야 하며, 그래서 사택왕후와 사택씨와 적대해야 하는 이유. 의자와 계백, 은고 등의 등장인물들의 분노에 동의할 수 있는 이유다. 그들의 존재가 보편적으로도 해악이 된다. 그들에 적대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타당한 행위가 된다.

차라리 사택씨가 길거리에서 패악을 부렸다면. 혹은 왕이 보는 앞에서 왕의 사람을 직접 베어 죽이는 모습을 보였어도 좋을 것이다. 무진만이 아니라 의자를 보필하는 주위 인물들이 사택씨에 의해 하나하나 죽임을 당하고. 거리에서도 교기로 인해 죽임을 당하거나 재산을 빼앗기고 해를 입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버지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그러한 보편타당한 분노에 몸을 맡기며 사택씨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점에서 이번 임오군란을 그대로 차용하여 벌어지고 있는 생구들의 반란은 계기가 되어 줄 듯하다. 분명 생구들에게 주기로 한 쌀과 돈이 있을 테니 모래섞인 쌀이 그나마 양까지 줄어서 생구들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건 중간에 누군가 개입해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지나치게 개별적이고 사변적이다. 과연 보편타당한 분노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성충이 의자와 계백과 손을 잡게 되는 이유는 될 수 있겠다.

하여튼 딱 보기에도 책사의 이미지를 연기하고 있는 성충(전노민 분)이나 세상을 희롱하여 보는 재사의 이미지를 부지런히 연기해 보여주고 있는 흥수(김유식 분)이나, 원래 캐릭터란 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하는 것임에도. 굳이 그렇게 티를 내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사건이 벌어지고 하다 보면 그들의 능력과 역할에 의해 그들의 뛰어남이 드러나 보일 수 있어야 할 것일 터다. 그런데도 굳이 전형적인 이미지를 애써 연기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전형성에 갇혀 어쩔 줄 몰라 하는 계백과 은고, 의자의 모습처럼. 하나같이 사택왕후와 같이 과장된 화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그에 동의하지 못함으로써 그들의 눈물과 분노는 공허하게 헛돌게 된다. 전혀 남의 이야기처럼. 전혀 이입이 되지 않는다.

이건 순전히 작가의 탓일 것이다. 조금 더 디테일에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어째서? 왜? 시청자가 충분히 그에 동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유들을 준비해 두었어야 했다. 하기는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외롭다. 보라. 과연 사택왕후와 무왕과 다른 인물들의 주위에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가 몇이나 되는가. 뻔한 도식적인 구조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보면서 더욱 구체화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에서 문제는 발생하는가. 상당히 흥미로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어째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가. 최소한 주인공이 분노하고 절망할 때 그것을 함께 느끼고 있어야 함에도. 그래야 더 간절하게 드라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드라마 안으로 들어가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냥 남의 이야기다.

물론 아직 기회는 많다. 부디 생구들의 반란이 그 계기가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택씨는 악해야 하고, 그래서 주인공들은 정의로워야 한다. 보편타당하게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라면 지금처럼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날 뿐.

아쉬운 드라마다. 나름대로 상당히 고증에 신경을 쓴 노력은 보이는데. 재미를 위한 고민도 많이 엿보인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너무 허술하지 않았는가. 그 기본이 때로는 전부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가 갖는 한계일 것이다.

여전히 재미있으려 하면서도 조금씩 무언가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무엇인가. 그것을 찾는 오랜 과정이었다. 윤곽이 드러나려 한다. 안타깝다. 아주 조금이 모자르다. 결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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