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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문화 혁명가 신해철을 기리며..
요절한 아티스트 신해철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
2014년 10월 30일 (목) 08: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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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신해철. 90년대 청소년 시기를 보낸 남자들이라면(물론 여학생들도 상당수 해당되지만) 신해철의 음악과 아티스트적 면모, 뛰어난 화술에 당시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평론가들은 90년대 문화 패러다임을 서태지와 아이들이 주도했었다고 하나 대중음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음악적 실험과 다채로운 시도를 한 이가 신해철이라는 점은 국내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오죽하면 그가 음악적 실험을 위해 만든 팀 자체가 New Experiment Team의 축약어인 N.EX.T이겠는가.

신해철이 정확히 대중 앞에 모습을 선보인 건, 1988년 MBC 대학가요제였다. 1988년 서울대 및 주요 명문대 재학생들로 팀을 이룬 무한궤도의 등장은 신선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후 무한궤도가 파생시킨 아티스트만 해도 신해철, 정석원, 조형곤(예전 O15B 원년멤버) 등 상당수이다. (참고로, 효성의 조현문 전 부사장도 무한궤도의 멤버였다.) 신해철은 이후 솔로음반으로 발라드를 내세워 10대 여학생들의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았고 이후 N.EX.T를 결성,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공히 ‘음악의 제왕’으로 인정 받게 되었다. 오죽하면 그의 별칭이 ‘마왕’이겠는가.

지금의 대학 재학생들이야 상당수가 90년대생이고, 신해철이 데뷔했던 1988년에 태어난 이들이 벌써 2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기에 그가 우리 대중문화와 사회에 남긴 것들이 어떠했는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를 수 있다. 특히, 신해철이 이후 정치색을 드러내거나 학원 광고 물의를 일으키며 수많은 안티팬들을 양산한 이후부터는 신해철은 어느덧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서 점차 멀어지고 급기야 ‘음악의 혁명가’에서 ‘사회의 문제아’로 취급 받기 시작했다. 특히, MBC 백분토론에서 펼쳤던 그의 과감한 메시지와 소신 있는 주장은 강력한 반대급부를 만들며 그의 음악적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훼손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 故 신해철.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난 지금 다시 한번 그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다시 곱씹어봐야 하는 건, 그가 대한민국의 대중 문화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사고방식, 사회적 패러다임 변화 등 상당한 부분에 걸쳐 숱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에 그가 만들어 놓은 N.EX.T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세련되다고 느낄 만큼 웅장한 사운드와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녹아 들어있으며, 그가 남긴 가사들은 사회의 구석 구석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개선 또는 개혁하고 성찰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특히, 신해철은 다른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신비주의 마케팅, 방송용 멘트만을 남발하고 있을 때 사회 문제, 사회 현안 등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음악적 실험과 비판적 가사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2002년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반대 정치인들과 설전을 벌였던 그의 모습, 백분토론에서 대마초 합법화 또는 정부의 성과 평가 등에 대해 민감하면서도 과감한 발언을 계속 주장하는 그의 모습은 기존 연예인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욕을 먹을지언정 충분히 토론을 하되 자신의 소신은 굽히지 않는 모습 자체가 신해철다운 모습이었고 진정한 문화 혁명가의 면모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의 표시를 보내는 건, 신해철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메시지와 교훈을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음악에 있어서는 혁명가다운 아티스트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주었으며,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토론 프로 등에 과감히 모습을 선보이며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자신의 소신에 편에 서서 상대와 격론을 벌이는 투사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지만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그의 모습이 지금도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 선명히 남는 건, 그 이후에는 그런 용기와 결단력을 갖는 아티스트가 그만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부족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금주의 키워드가 신해철이 될 정도로 각종 포털사이트는 한동안 그의 이름이 검색 순위 1~2위를 기록했으며, 모든 언론은 ‘마왕’ 신해철이 남기고 간 흔적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소신과 결단력, 실험정신이다. 신해철이 떠난 지금에서야 대중이 그를 더욱 그리워하는 건 지금 우리 곁엔 소신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정치인도, 투사도 없기 때문이며,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대중문화 아티스트는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표절과 눈요기에만 치중하는 엔터테이너만 지속적으로 양산되기 때문이다.

대중의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신해철. 불과 46세의 짧은 나이에 요절하게 되었지만 그는 우리 문화와 사회 전반에 걸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알려주었으며, 기성세대에겐 무엇을 성찰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수평적으로 토론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놓은 90년대 문화 및 사회적 의식은 2014년 지금까지 수많은 흔적들을 남겨놓았다. 우리가 신해철의 발자취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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