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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28 08:16

TOP밴드 "신해철과 번아웃하우스, 그것이 바로 밴드다!"

밴드에는 밴드라고 하는 드라마가 있다!

 
사실 그러는 게 정상이다. 단지 유명해지고 싶었을 뿐이면 밴드를 했겠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래서 더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자 했다면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밴드라고 하는 인고의 길을 선택했겠는가 말이다. 음악이 좋아서다.

전에도 말한 것처럼 밴드란 벤처와 같다. 굳이 그만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기존의 안정된 직장들을 놔두고 어렵사리 자기 회사를 창업하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존의 기업들에게서는 - 아니 그 조직 안에서는 이룰 수 없는 자기만의 꿈이며 야망이다. 밴드 역시 그러고자 하는 야망이 있기에 그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한다.

아이씨사이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크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기는 아직 24강에서도 이븐더스크는 같은 이유로 코치인 체리필터와 부딪히고 있었다. 내 음악을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내 음악을 해 보고 싶다. 번아웃하우스 역시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문제라면 신해철 코치의 지나친 오지랖과 친절이 아니었을까.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코치로써 책임감도 있었을 것이다. 음악인으로써의 역시 그 나름의 자부심과 추구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겨우 구해낸 팀이었고, 발전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여러가지로 미숙한 아마추어 팀이었다. 16강 토너먼트에서 쟁쟁한 다른 팀들을 이기고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 길을 제시해주는 것이 코치인 신해철이다.

차라리 정원영이나 노브레인처럼 냉정해 질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무대에 오르는 것은 코치가 아닌 그들 팀들 자신이다. 신해철이 무대에 올라 경연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번아웃하우스가 무대에 올라 경연을 펼치는 것이다. 그 결과 또한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바다.

하지만 가장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절박함이 그로 하여금 그같은 거리감을 잠깐 잊도록 만든 모양이었다. 패자부활전에서 자기가 구해낸 팀이라고 하는 책임감과 그들을 끝까지 올려보내고 싶다는 욕심이 그로 하여금 그 당연한 거리를 망각하도록 만들었다. 자기 팀인 양 여기기 시작했다. 코치가 아니라 실제 그들이 자기 팀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기는 그것이 또한 밴드의 모습이기도 하다. 체리필터 조에서도 진수성찬이 미션을 준비하면서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까. 같은 팀이라 해도 서로가 추구하는 음악은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가.

정원영 코치나 노브레인 코치의 방식은 분명 신해철 코치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이 분명 있었음에도 코치를 맡은 시크나 아이씨사이다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조언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아마 그들이 팀을 꾸려가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신해철은 넥스트라고 하는 그의 밴드 안에서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만 넥스트와 관련한 모든 것은 신해철의 독단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밴드가 해체되는 가장 흔한 이유일 것이다. 물론 때로 어느 한 사람의 독단이 팀의 결속을 다지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 특정한 개인의 독단은 다른 개인이나 개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팀을 뛰쳐나가거나 아예 팀을 해체하는 이유가 되곤 한다. 신대철 코치가 리더로 있던 시나위가 바로 그런 예였다. 잦은 멤버교체와 중간의 긴 공백기, 지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은 그런 과정을 거쳐온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서로 뜻이 맞지 않고 화합이 안 된다면 팀은 깨지는 것이다. 서로 아직 양보할만한 여지가 있으면 팀은 계속 유지된다. 그렇게 팀이 깨져도 다른 누군가와 팀을 만들어 활동을 할 것이고, 이 멤버와는 서로 맞지 않는데 다른 멤버와는 아주 잘 맞을 수 있다. 밴드의 이합집산도 그래서 숙명이라 할 수 있다. 원래 남궁연조였던 번아웃하우스가 패자부활전을 통해 신해철과 만난 것처럼. 다만 신해철과도 그다지 궁합은 좋지 않았다.

어차피 시크나 아이씨사이다도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었고, 코치와 밴드가 하나가 되어 함께 연습하고 무대를 준비했던 것은 무한신뢰의 신대철 코치와 게이트플라워즈 한 팀 뿐이었다. 이들은 이미 예선전부터 서로를 인정하고 애정을 표시해왔던 그야말로 천생연분 팀이었다. 이것도 역시 하나의 운일 것이다. 누구와 팀이 되고 어떻게 팀을 꾸려나가는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번아웃하우스에게는 그것이 자신들의 무대였기에 스스로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코치로써 신해철 역시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충돌했고 정원영 코치나 노브레인 코치와는 달리 그것을 우호적으로 조융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갈라섰다. 누구에게 무어라 할 것도 없는 서로 자기 음악에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음악인으로써 당연히 겪을 수 있는 일상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가 단지 번아웃하우스의 탈락으로 나왔을 뿐.

물론 확실히 아마추어에 불과한 번아웃하우스의 행동이 무모해 보이는 것도 없잖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신해철 코치 또한 그러한 실패와 좌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다. 신대철 코치 역시 그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겪어 왔기에 지금의 신대철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무작정 따르라고 해서 따라지는 것이 아니다. 배워서 성장하는 것도 있지만 직접 겪고서 성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역시 자기 음악일 것이므로. 자신의 음악을 책임질 것은 자기 자신 뿐일 터이므로. 아마 이번의 실패로도 그들은 '음악 앞에서 겸손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신해철의 말에 대해 조금은 깨닫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하여튼 밴드를 대상으로 하는 서바이벌이기에 나타나는 헤프닝일 것이다. 단지 스타가 되고자 하는 여타 다른 오디션에서였다면 출연자가 감히 코치의 지시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밴드란 그런 인기보다는 자기 음악이 보다 우선하므로. 그래서 심지어 코치도 아닌 코치를 받는 밴드가 설득해보고 안되면 갈라서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는 것이다. 오디션 서바이벌에 임하는 입장이고, 코치를 받는 처지더라도 내 밴드이고 내 음악이 있다. 그 자부심은 다른 어느 오디션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TOP밴드만의 강점이다.

아무튼 무대 자체에 대해서는 게이트플라워즈를 제외하고 실망이 컸다. 말했듯 번아웃하우스의 경우는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었다.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눈 앞에 갈림길이 보이니 아무렇게나 걸음을 내 딛고 보는 느낌이랄까? 막막한 깊은 산 속에 있는 듯 담답하고 혼란스러웠다. 여전히 보컬 오경석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

아이씨사이다의 경우는 신나고 연주도 훌륭했지만 너무 뻔하게 읽혔다. "꿍따리샤바라"를 선곡했다고 했을 때 예상한 그대로가 무대로 보여지고 있었다. 전여 어떤 반전도 감탄도 없었다. 더구나 필자의 경우 펑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에 뻔히 예상이 되는 무대. 노브레인이 어째서 "사랑의 미로"를 아이씨사이다에 권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노래였다면 훨씬 임팩트있게 신선한 자극으로 끝까지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결같은 것도 좋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대중은 항상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아이씨사이다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아이씨사이다를 살렸다.

시크의 경우는 보컬이 너무 강조된데다 더구나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지나치게 부담스러워 쉽게 지쳐버리고 말았다. 얼핏 식상한데도 불구하고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끌어들였던 아이씨사이다에 비해 보컬의 목소리로 관객을 윽박지르는 맛은 있었지만 밴드로써의 조화는 많이 어색했다. 한 마디로 피곤했다. 분명 잘하는 노래이고 훌륭한 연주이기는 한데 너무 잘하고 훌륭해서 문제였다고나 할까? 역시 정원영 코치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경우는 이들과는 조금 다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첫째는 게이트플라워즈라는 색깔이었고, 둘째는 경연이라는 특성이었다. 사람들이 게이트플라워즈라는 이름에 갖게 되는 기대와, 그리고 경연이라는 무대를 통해 게이트플라워즈로부터 바라게 되는 것들에 비해 "마이 웨이"는 전혀 맞지 않는 선곡이었다. 이제까지의 본능을 자극하던 원초적인 무대들에 비해 지나치게 차분했고, 항상 다른 참가자의 노래를 동시에 떠올리고 듣는 경연의 성격에도 어울리지 않게 힘이 빠져 있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경연무대를 기다렸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실망일 수 있는 무대였다. 실제 게이트플라워즈의 "마이 웨이"에 대해서는 유영석 심사위원의 말처럼 지루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반면 오히려 그 힘을 뺀 무대가 색다른 느낌은 안겨주고 있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절제하는 연주 속에 마치 이야기하듯 자유롭게 털어놓는 보컬 박근홍의 목소리가 무척 정겹게 들렸다. 정작 경연이 끝나고 무대만을 따로 찾아 들었을 때 가장 반복해 듣고 싶어지는 그런 무대였다. 신대철이 그같은 포인트를 잘 잡아내 조언한 모양이었다. 경연 중에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무대이기도 했다. 힘을 빼고서도 여전히 단단한 게이트플라워즈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프로가 괜히 프로는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아마추어는 또 왜 아마추어인가. 이런 무대에 나오는 것이 반칙이라는 게이트플라워즈마저 신대철에게는 약점투성이의 밴드로 보일 뿐이다. 내내 무대를 보면서도 그래서 머리를 스치던 것은 코치들이 밴드들에 해주던 조언들. 필자가 느끼던 아쉬움이 그 몇 마디의 말에 그대로 녹아들고 있었다. 아니면 필자 개인의 취향에 불과하거나.

조금은 아쉬웠다. 오히려 조별경연에 비해 무대들이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편집 역시 중심 없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를 알 수 없게 산만하기 이를 데 없었고. 토너먼트 경연에 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려 하는가? 밴드 개인의 주변 이야기를 하려 하는가? 아니면 밴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가? 차라리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여, 예를들어 토너먼트에 임하는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켰으면 어땠을까? 물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역시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그러나 산만한 느낌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무튼 방송 중간 느닷없이 튀어나온 정원영 코치의 특정 기업 제품에 대한 간접광고에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었다. 그 어색한 연기라니. 하지만 스폰서가 있기에 프로그램도 만들어진다. 스폰서 없이 프로그램은 만들어질 수 없다. 좋은 뜻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TOP밴드>에 고마운 만큼 <TOP밴드>를 후원하는 스폰서에 대한 간접광고마저 고맙다.

어쨌거나 신해철과 번아웃하우스 사이의 일은 단지 밴드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헤프닝으로 여기면 되겠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음악에 대한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음악인들에게 있어 함께 있으면서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작은 소동들에 불과하다. 그들은 음악인이다.

즐거웠다. 단지 비판이란 기대에 대한 아쉬움일 뿐. 기대란 자체도 어지간히 좋은 감정이 없다면 처음부터 아예 생겨나지도 않는다. 그동안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그 기대에 약간씩 못미쳤다. 못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아쉬운 것이다. 아쉬운 것은 단지 필자의 욕심일 뿐. 훌륭한 무대들이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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