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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26 09:24

보스를 지켜라 "덩치만 큰 세 아이와 가난한 보모 노은설..."

유쾌한 냉소와 기분 좋은 순수가 공존한다!"

 
코미디의 코드란 대개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 다른 하나는 어른이 아이가 되는 것, 그러면 <보스를 지켜라>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차지헌(지성 분)이나 차무원(김재중 분)이나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다. 차지헌은 의지할 곳이 없었고, 차무원은 의지할 기회가 없었다. 항상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어 살던 차지헌과 응석을 부릴 기회조차 없이 모든 것이 주어지던 차무원. 차지헌은 기댈 부모가 필요하고 차무원은 응석부릴 대상이 필요하다. 그들이 노은설(최강희 분)에 끌리는 이유다.

서나윤(왕지혜 분)은 지나치게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감이 넘쳐서 혼자서 뉴욕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좌절이라는 것을 맛보았다. 그녀가 차지헌에 매달리는 이유이며 뉴욕에서 잠시 차무원에 흔들렸던 이유일 것이다. 응석을 부리는 것이다. 친구에게. 역시 서나윤이 노은설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피곤할만도 하다. 그리고 싸움의 승패는 거기서 결정나 있었다. 차지헌이나 차무원이나 보호자를 필요로 한 것이었다. 노은설은 그들의 누이이며 엄마였다. 그러면 부모 입장에서 누구에게 더 눈이 가겠는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이미 상처입어 아픈 손가락이면 물었을 때 더 아픈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차지헌을 찾아 뛰어다니느라 허물이 벗겨진 노은설의 뒷꿈치가 그것을 말해준다. 그 상처가 그녀의 마음이다. 안쓰러움. 동정. 연민. 그에 비하면 차무원은 그녀의 뒷꿈치에 밴드를 붙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차무원은 노은설이 기대야 할 대상이지 차무원이 노은설에 기댈 대상은 아닌 것이다. 상처를 입으면 오히려 노은설이 차무원을 찾을 것이다.

하여튼 왕회장 송여사(김영옥 분)의 말처럼 몸만 컸지 아직 아이들이라. 그것은 차봉만 회장(박영규 분)이나 신숙희(차화연 분), 황관장(김청 분)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송여사의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전혀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온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때가 묻어 있지 않다. 순수하고 솔직하다. 그래서 아이처럼 욕심도 많다.

원래 아이라는 게 그렇다. 순수하지만 그래서 욕심이 많다. 천진하지만 그래서 고집도 세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다. 거기에 어른이 덧씌워진다. 부와 권력이 주어진다. 마치 여자아이들이 그러하듯 떼를 이루어 노은설을 찾아가 협박하고. 그런 신숙희와 황관장을 손잡고 찾아온 차무원과 서나윤은 어떤가? 기껏 기세 좋게 황관장을 협박하고서도 집에 돌아가면 혼날까 서나윤은 불안하기만 하다. 같이 놀아달라며 차무원을 조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들이다.

그래서 술도 약했던 것일 게다. 노은설 앞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린 서나윤과 소주 한 병에 둘 다 나가떨어져 버린 차지헌과 차무원. 그래서 어른이 되어 버린 노은설은 아무리 웃기려 해도 안쓰러울 뿐이고, 여전히 아이인 차지헌과 차무원은 웃기려 하지 않아도 우습다. 서나윤이 가장 재미있는 이유는 어른인 척 하는 아이인 때문일 것이다. 어른인데 아이이고 아이인데 또한 어른이다. 저 천변만화하는 표정을 어찌할 것인가. 아이같은 큰 눈에 어른의 늘씬한 몸배가 부조화의 조화를 느끼게 한다. 매력적이다.

그러고 보면 "장화신은 고양이"도 보모 이야기였다. 주인인 아이를 보살피는 고양이의 역할이었다. 고양이의 포근함에 기대려는 차지헌과 고양이의 야성을 부러워하는 차무원, 그리고 고양이의 자유로움에 동화되어 가는 서냐윤, 아마도 서나윤과 노은설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차무원과 노은설이 가장 상성이 안 맞을 지도 모른다. 과연 차무원은 언제까지 노은설의 야성을 부러워만 하고 있을까? 싸구려 커피는 잠깐 마시면 색다른 맛이 있다.

재벌이 소재이고 경영권다툼이 나오길래 뭔가 심각한 얘기인가 했더니만. 아마 아역배우들 데려다 찍어도 이 비슷한 장면이 나올 것이다. 어른이 아이를 연기하기에 더 재미있는. 때묻었어야 할 어른들의 순진한 모습이 새롭다. 새삼 저 덩치만 큰 아이들의 보모 역할을 하게 된 노은설에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내며. 송회장의 말 그래도라. 미안하다. 우스워서.

정말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드라마다. 코미디의 본질에 충실하다. 부조리한데 그것이 순수로써 채워진다. 순수로써 긍정과 낙천으로 바뀐다. 철저히 재벌을 비롯한 상류층을 조롱하면서도 전혀 음습하거나 뒤틀린 것이 없는 것이 해맑다. 재미있다.

천연덕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마치 자기의 진짜 얼굴인 듯. 하긴 어른이라도 누구나 조금씩은 자기 안에 아이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무척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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