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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3.08.01 20:36

'콘크리트 유토피아' 21세기 지옥의 묵시록... 9일 개봉

선악 마저 내다 버린 베트남 전쟁, 21세기 생존 사투로 부활

'콘크리트 유토피아' 메인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 메인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역사상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대지진 참사가 서울과 한반도에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능성이 아주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 변화가 위기로 치닫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린 지금은 만년설, 영원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얼음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묶여있던 땅이 서서히 제 갈길을 찾아 떠난 상황.

태평양과 대서양이 서서히 끓고 있다고 보도하는 기사가 연일 TV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도스틸3(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도스틸3(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 경이롭고 충격적인 작품

8월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모든 땅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대지진이 터지는 환란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금아파트 단지에 관한 이야기다.

생존자는 아파트 주민, 그리고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 그간 숱한 재난 영화를 살펴 보면, 그래도 미 대통령과 각국 정부가 존재하고 군사력도 살아남았다.

즉, 복구의 여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 마저도 상실한 환경. 한 마디로 무정부 상태다.

물도 땅도 없는 콘크리트 바닥, 또한 작물을 농사 지을 사람도 없다. 가스, 전기, 상하수도도 파괴된 채 오로지 남은 식료품을 찾아 헤매는 생존자들이 전부.

서울 한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금아파트는 그래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유일한 생존 공간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아파트 주민 공동체를 결성한다.

황금아파트 부녀자회 회장 금애(김선영)의 주도로 주민 투표 끝에 선임된 대표는 902호 생존자 영탁(이병헌). 그의 첫번째 임무는 아파트 주민을 제외한 외부자 퇴치. 음식과 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군 제대후 공무원이 됐으나 대지진 참사뒤 살아남은 민성(박서준)과 간호사 명화(박보영)은 주민회 방범대장으로, 구급대원으로 황금아파트 주춧돌이 된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

'콘크리트 유토피아' 러닝타임 129분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객석에 앉아 비루하고 참담한 재난으로 가득한 스크린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 살고 있는 곳과 너무도 다른 세상을 본 탓에 영화가 끝나고도 멍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듯싶다. 그만큼 충격적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도스틸1(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도스틸1(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기말 지옥의 묵시록이 연상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중반을 넘어가면 가장 인상적인 한 장면이 등장한다. 지속적으로 방범대원들을 꾸려 외부로 나가 아직 싱싱한 식품과 식수, 연료 등을 발견하고 금이환향한 그날, 주민대표 영탁(이병헌)과 주민들이 모처럼 잔치를 벌인다.

비상발전기로 전기를 돌리고 주민대표 일행이 구해온 술과 안주를 먹고 노래방 기계로 마이크를 잡고 영탁이 부른 노래. 윤수일의 '아파트'가 울려 퍼진다.

선악이 사라진 세상.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살해해도 계속해서 묵인되는 세상. 대참사가 나기 전까지는 있을 수 없었던 치외법권의 세상. 

'쓸쓸한 너의 아파트'를 부르는 영탁(이병헌)의 모습이란  마치 '지옥의 묵시록'(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에서 대배우 말론 브란도가 열연했던 월터 커츠 대령이 연상된다.

이 장면에서 '지옥의 묵시록'에서 탄생된 또다른 인상적인 장면도 엿보인다. 군위문 공연중 등장한  'Suzie Q' 무대다.

한편 다수의 언론매체는 9알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두고 블랙코미디라고 표현하고, '아파트 공화국'라는 오명에도 오로지 아파트 분양과 매입에 매달리는 서민의 고된 삶을 서술했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콘크리트 유토피아'(15세 이상 관람가)는 현실 속 아파트 디스토피아를 비꼰듯한 제목이 확실하다는 것. 

그럼에도 대지진 참사가 나기 이전과 참사가 터진 이후는 달랐다. 희망이라곤 눈 씻고 찾아 볼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강은 말라 비틀어졌고,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극명한 날씨가 인간과 생명체의 씨를 말려버리는 세상.

누가 연기를 잘했고, 연출은 어떻고 같은 글은 굳이 이런 대작에 쓸 필요가 없다. 그냥 개봉하고 극장을 찾아가 보는 순간 빨려 들어간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의 반응도 흥미로울 것 같다. 렌턴, 손 발전기, 위성 전화기, 통조림, 비상식량 등을 찾게 될 것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도스틸2(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도스틸2(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BH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다음주 9일 개봉한다.

상반기 마동석(범죄도시3). 7월 김혜수(밀수) 그리고 8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원탑이나 다름없는 열연을 펼쳐 보인다.

국내 탑 연기자들이 출연해 텐트폴 무비로 불리우는 이들 세 작품 중 어느 영화가 올해 흥행 대작으로 남게 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해가 지나도 두고 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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