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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3.03.11 17:05

[권상집 칼럼] WBC 일본전 참패, 안우진을 소환하는 현실

안우진 소환이 아닌 선수 육성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상황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WBC는 국제야구대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 축구로 치면 월드컵에 준한다고 봐야 한다. 국제대회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일본이 매 대회마다 최고의 멤버를 구성해서 출전하는 이유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대한민국)는 국내 최고의 에이스 안우진이 학폭 이슈로 국가대표 명단에서 최종 제외되며 초반부터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결국 WBC에서 우리는 예상과 다른 아니 어쩌면 예상한대로의 행보를 보였다. 호주전에서 패배한 이후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사력을 다했지만 기본적인 역량 차이가 워낙 컸다. 오타니 쇼헤이가 투수로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느꼈을 정도다. KBO를 대표하는 모든 투수가 총동원되었지만 제구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일본에 위축되었다.

일본전 패배로 선발투수 김광현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으나 에이스 김광현을 결코 비난할 수는 없다. 그는 15년 넘게 국가의 부름을 받고 매 대회 때마다 최선을 다해왔으며 만 20세의 나이에 일본전에서 최고의 역투를 보이며 눈부신 성과를 우리에게 선사했던 인물이다. 1~2회에서 김광현은 정교한 일본 강타자를 상대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일본전 패배를 예상하지 못한 이는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오타니 이외에도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 최고의 에이스들로 대표진을 구성했으며 과학적 데이터로 상대 국가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성기 시절의 류현진과 안우진이 포함되어도 쉽지 않은 상대인데 이 둘이 빠졌으니 우리는 정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전 대패로 안우진을 국가대표로 뽑았어야 한다는 야구팬의 여론이 비등하나 이제 국제대회에서 특정 인물에게 과하게 의존하는 심리는 버려야 한다. 인재풀이 좁다 보니 국제대회 때마다 우리는 늘 해당 분야의 초에이스급 선수에게 과하게 의존했다. 축구 손흥민, 배구 김연경 등은 항상 많은 이들의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뛰어야 했다.

문제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해서 성과를 낼수록 기초 인프라와 선수 육성방안에 대한 관심이 한 켠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안우진은 분명 일본 A급 투수와 맞먹는 강속구를 지녔고 상대 타선이 화려해도 정면승부를 할 만큼 배짱도 강한 국내 최고의 투수다. 만약, 안우진이 WBC에 나왔다면 그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우진이 선발로 나와 호투를 했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 일본을 이기긴 쉽지 않다. 이어지는 중간 계투진이 안우진, 김광현과 너무 큰 격차를 보이기에 일본의 강타선에 또 다시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다. 안우진과 김광현이 온 힘을 던져 일본을 상대, 이기면 더 큰 착각에 빠질 수 있다. A급 선수보다 더 필요한 건 인프라/육성방향 개선이다.

학폭 문제로 우리는 안우진을 국가대표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또 다시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선발한다면 언제나 인성보다 재능을 중시하는 성과주의적 사고가 사회 전반에 더 확산될 수 있다. 그리고 특정 선수가 뛰어난 역량을 보일수록 선수 육성방향과 인프라 재점검보다 특정인 의존현상만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 씨는 선수들에게 묻지마 훈련보다 매 순간 생각할 수 있는 훈련 그리고 기본기를 강화하는 기초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선수들이 정형화된 훈련만 하기에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선수들과 신체조건은 비슷한데 왜 우린 정교함이 떨어지는지 분석해야 한다.

일본은 160킬로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많은데 한국은 150킬로에 육박하는 선수도 많지 않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국내의 야구 교육과 훈련 시스템이 어떤 점에서 보완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진단하고 분석해야 한다. 국제 대회마다 특정 인물을 소환하는 버릇은 장기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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