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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3.02.28 14:09

'더 웨일' 1993년과 지금은 다른 세상...1일 개봉

30년전 걸작 '길버트 그레이프' 엔딩씬이 희망을 찾아 나섰다면, 지금은 온통 절망 뿐...

'더 웨일' 1차 포스터(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더 웨일' 1차 포스터(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작품들을 보면 하나 같이 절망적이다.

대표작 '블랙 스완'은 걸작의 반열에 올랐지만, 나머지는 어둡기 그지 없다. 가령 어떤 감독은 거장으로 불리우며 매 작품마다 자기만의 세계관을 선보이지만, 데런 아로노프스키는 갇혀버린 그의 세상을 보여준다.

3월 1일 개봉하는 '더 웨일'도 그중 하나다. 동명 연극을 영화로 각색해 만든 이 작품은 현재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 및 분장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올라있다.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브랜든 프레이저)는 대학 영문과 교수로 매리(사만다 모튼)과 결혼해 딸 엘리(세이디 싱크)와 유복한 삶을 살던 사람이다. 그가 학교 제자와 사랑에 빠지며 성정체성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가 남자와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일이 꼬인다. 부인 매리와 이혼하고 딸 엘리는 불우한 유년기를 시작했고, 학교에서 해고는 물론, 동성 연인의 자살로 그가 가진 모든 것들이 블랙핑크의 신곡 '셧 다운'처럼 사라진다.

이 정도면 영화가 어둡지만, 새롭게 보인다. 사방이 절망 뿐인 가운데 몸무게 270kg의 비만 환자로 살아가는 찰리의 삶은 가족을 버리고 이기적인 행동을 했기에 합당한 대가를 치루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찰리는 못난 꼴을 비추기 싫어 대학 문학 강연 강사로 온라인 강좌를 업으로 삼고 산다. 낡고 비좁지만 알맞은 크기의 월세 집도 있고, 먹을 것도 배달 서비스로 채운다. 전부 패스트푸드로.

여기에 하나 더 보태, 리즈(홍 차우)라는 40대 간호사도 잔병치레만 늘어난 초고도 비만 찰리를 돌봐주는 유일한 친구로 때만 되면 방문하고 불법이지만 약물 치료도 한다. 하지만 과연 찰리는 이대로 행복한 사람일까. 하고 싶은대로 사는 인물일까.

3월 1일 개봉하는 '더 웨일' 스틸컷(그린나래미디어 제공)
3월 1일 개봉하는 '더 웨일' 스틸컷(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더 웨일'은 초고도 비만으로 살아가는 온라인 작문강사 찰리의 마지막 일주일을 그리고 있다.

현재 그는 동성 연인과 직장도 잃고, 사람들 눈초리와 손가락질이 두려워 집에서만 은둔하는 초고도 비만환자다. 1분 뒤에 심장마비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도 자식이 있다. 한 푼이라도 악착같이 모아서 줘야할 엘리라는 십대 소녀가 있다. 학교에서 소시오패스로 찍혀 정학 처분까지 받은 아이다.

30년전 '길버트 그레이프'에서는 희망이, 지금은 절망 뿐...

과연 이런 풍광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이 이야기를 선택하고 제작한 이유는 러닝타임 117분이 꽉 들어차 있다.

제작비 3백만 달러로 지난해 2,8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더 웨일'은 나름의 성과를 거둔 저예산 영화다. 아카데미 수상소식과 OTT등 부가판권 수입까지 올린다면 더는 바랄게 없는 작품이다.

지금부터 30년전 '더 웨일' 비슷한 스토리를 품은 영화가 각국 극장가에서 개봉해 관객의 폐부를 찌른 적이 있다.

제목은 '길버트 그레이프',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작이다. 지금은 한 작품에서 열연 펼치는 것이 불가능한 라인업이다. 이 작품도 초고도 비만 환자가 나온다. 다름아닌 길버트 그레이프(조니 뎁)와 아니 그레이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엄마 보니 그레이프(달렌 케이츠)다.

이 작품의 감독은 라세 할스트롬. 1989년작 '개같은 내 인생', '사이더 하우스'(2000) 등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당시 사회와 경제적 붕괴를 겪던 미국 서민 가정의 모습을 '길버트 그레이프'는 가감없이 보여준다. 마치 우리 주변에 있던 너무도 뻔하고 자연스럽게.

이 영화 엔딩씬은 관람하거나 시청했던 사람이라면 뚜렷하게 기억하는 장면. 어머니 보니 그레이프가 사망하고 장례식을 치루기엔 너무 초고도 비만이라, 2층에 어머니를 두고 자식들이 낡고 허름한 목조 하우스에 불을 지른다. 지금 돌아봐도 압권이다.

하지만 '길버트 그레이프' 종결은 보니의 자녀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있음에도 왠지 모를 희망이 오픈 결말의 미를 장식한다.

그에 반해 '더 웨일'은 자식에게 물려줄 돈을 마련하고자 악의악착을 떨었던 주인공 찰리와 그의 유일한 핏줄 엘리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기가 힘들었다.

30년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길버트 그레이프'를 통해 실날 같은 희망을 마지막에 삽입했다면, 2022년 신작 '더 웨일'을 만든 데런 아로노프스키는 "희망은 애초 없다"라고 부연하는 것 같다.

그런데 '더 웨일' 주연배우 인터뷰와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이 영화의 상징이 '구원과 사랑'이라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다. 

30년의 텀을 두고 있는 두 작품 '더 웨일'(左), '길버트 그레이프'(右)
30년의 텀을 두고 있는 두 작품 '더 웨일'(左), '길버트 그레이프'(右)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하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이 배급하는 '더 웨일'(15세 이상 관람가)는 1일 개봉한다. 

또한 오는 12일 LA에서 펼쳐질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 브랜든 프레이저의 남우주연상과 조연 홍 차우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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