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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9.30 07:49

[권상집 칼럼] 가수가 어느덧 주인공이 된 상업화된 대학 축제의 문제점

대학 축제의 상업 문화 소비 지향, 왜 문제인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과거 19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생은 대한민국 사회의 지식 계층을 대변하는 키워드였다. 학력고사 시절, 입시 과열 경쟁과 함께 당당히 대학 문을 뚫고 들어온 그들은 시대를 선도해야 하는 사명감과 같은 일종의 선민의식(?)을 지니기도 했다. 그렇기에 당시 대학 축제 역시 대학생들의 의식과 시대정신 등을 강조하는데 치중했다. 물론, 이 모두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고 필자 역시 당시 대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모든 면에서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흔히, 정치평론가들이 이야기하듯이 산업화 이후 민주화를 거치며 대학생들의 의식은 확연히 변하게 되었다. IMF 이후 급격히 밀려오는 자본주의 물결과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지닌 고유한 공동체 정신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압도적인 대학 진학률을 바탕으로 전국 고교생 거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며 대학 문화와 기존 상업 문화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대학 문화 의식을 지향하던 축제도 어느덧 상업 문화 지향으로 20여년 가까이 흘러가고 있다.

▲ 소녀시대, 에이핑크 ⓒ에스엠, 에이큐브 (해당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요즘 대학 축제를 보면, 대학생들은 완전히 들러리가 되고 가수 및 연예인들이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다. 올해는 세월호 사고와 같이 국가적 비극으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 축제가 5월에서 9월 또는 10월로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대학 축제의 컨셉은 변하지 않고 있다. 대학 축제가 다가올 때마다 해당 대학 학생회는 학생들의 기대로 매우 많은 부담을 갖는다. 각 대학 학생회가 학생들만의 축제로 행사를 기획하는 순간 모든 대학생의 외면을 받기에 그들 역시도 방송에서 꽤 알려진 걸그룹, 그것도 안되면 힙합가수를 섭외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걸그룹들의 대학 축제 겹치기 출연은 이제 자연스런 일상이 되고 있다. 2014년 올해 대학 축제의 최대 주인공은 위상이 급격히 오른 걸스데이와 에이핑크, AOA 등을 들 수 있다. 9월 시작된 전국 모든 대학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연예인 공연이 될 정도로 이제 ‘대학 축제 = 아이돌의 경연장’ 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친절하게도, 일부 몇몇 대학신문은 각 대학의 주요 축제 일정과 해당 학교의 축제에 어떤 가수와 걸그룹들이 섭외되었는지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한다.

9월 중순 대학 축제에 모습을 드러낸 가수들만 해도 걸스데이, AOA, 에이핑크, 아이유, 씨스타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들 가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대학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교 인근 주민들까지 모두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수의 공연이 끝나면 상당수 학생들과 주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대학 축제의 지향점 자체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조선일보에서 인용한 ‘교육부 조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 3년간 134개 전국 4년제 대학이 연예인 초청에 사용한 비용이 축제 전체 예산의 43%를 차지한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해 가수를 초청하는데 1억 1,200만원을 넘게 사용한 국립대학도 있다고 하니 대학축제의 상업화, 자본주의가 더욱 심해진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대학 축제의 상업화와 자본주의 물결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이후 대학 축제의 주인공 및 최대 화두는 어떤 연예인들이 초대되었고 과연 섭외된 그들이 몇 곡을 부르는지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점점 연예인 중심의 대학 축제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필자 역시 상당수 대학 축제 공연을 직, 간접적으로 지켜봤지만 1시간을 넘게 하는 공연은 거의 전무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이 3일간 축제를 한다고 볼 때, 불과 1시간 내에 축제 예산의 43%를 사용하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 문제, 그리고 어느덧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진 반값등록금은 그렇다 쳐도 각 대학교의 소중한 학생회 예산이 연예인 섭외에 모두 소비되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가수 및 진행자가 연예인이 아니면 관심도 주지 않는 대학생들로 인해 학생회가 갖는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식 주도에서 소비 주도로 대학생의 축제가 흘러가는 세태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의식과 맞물려 다시 한번 모두가 성찰해야 한다.

축제가 가수들의 공연장, 연예인들의 진행 무대로 바뀐 지는 벌써 20년 가까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대학 축제는 가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대학 축제는 이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과거 대학생들의 의식 강조가 특권 의식처럼 매우 불편하게 다가왔다면 지금은 대학생들의 문화 자체가 10대 청소년 소비 문화와 달라진 게 없어 매우 불편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행동하고 바라보는 것 하나 하나는 무의식 중에 우리의 문화를 결정한다. 본말전도된 대학 축제가 대학생만의 문화로 재탄생하길 거듭 필자가 기원하는 이유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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