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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3.02.09 17:05

'시간을 꿈꾸는 소녀' IPTV 보다는 극장 관람

국제영화제에 좀 더 어필돼야할 작품...

'시간을 꿈꾸는 소녀' 2차 포스터(영화사진진 제공)
'시간을 꿈꾸는 소녀' 2차 포스터(영화사진진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현재도 상영 중인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어려서 신내림을 받아 무당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수진의 지난 7년을 그리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지난달 11일 개봉했다. 어떤 영화건 시간이 지나면 평점 하향은 당연한 수순. 가령, '인터스텔라', '기생충'같은 글로벌 히트작도 평점 하락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현재 평점은 9일 오전 기준 8.8점(다음카카오), 7.35점(네이버)이다. 1월 말까지 해당 작품의 각 포탈 평균 평점이 9점대 였던 것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  

한 번이라도 관람한 사람은 칭찬하지만, 못 본 사람은 편견을 가질 수 밖에..

만신 김금화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 장르의 영화 '만신'(감독 박찬경)이 한국 전통 무형문화재의 우여곡절을 그려냈다면,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선(禪)과 선(善)의 공존을 그리며 새로운 시각을 드러낸다.

촬영 또한 주인공의 시선이 향한 곳을 비추며 작품의 객관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테면 편견 가득한 이 사회를 묵묵히 걸었던 주인공의 되새김질을, 대사 보다 화면으로 잡아냈다. 7년 간의 촬영 제작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증명한 것.    

'시간을 꿈꾸는 소녀'(감독 박혁지)는 현재 전국 예술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상영관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의 경우 광진구 KU시네마테크, 마포구 인디스페이스,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상영 중이거나 상영 예정이다.

대구시는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부산시는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구는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충남은 청양군 청양시네마, 충북은 옥천군 향수 시네마, 강원도는 고성군 달홀영화관, 경북은 안동시 안동중앙시네마, 의성군 의성작은영화관, 전남은 해남군 해남시네마에서 상영 중이다.  

이제보니 신당이 힐데가든 수녀원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러닝타임은 110분으로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성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과 할머니가 사는 산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신당이 주 배경이다.

영화속에 보여지는 이 두 사람의 일과는 마치 유럽 알프스와 라인강 언덕에 위치한 수녀원들처럼 일사분란하다.

아침 일찍 신당을 찾아가 기도를 올린 다음 주변을 청소하고, 밥하고,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사전 예약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이전까지 평범했던 수진 양은 손님이 오면 바로 무속인으로 자세를 고쳐잡고 그들의 운명을 읽어준다. 유튜버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타로카드처럼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 스틸컷 모음(영화사진진 제공)
'시간을 꿈꾸는 소녀' 스틸컷 모음(영화사진진 제공)

여전히 뇌리에 남는 권수진 양이 언급한 팔자란? 

이 다큐영화에서 여러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것이 아닐까 싶다. 운명에 대해 묻는 제작진에게 수진 양이 대답한 내용이 그렇다. 분명 삼자가 봤을땐 힐링과 지혜가 한데 담긴 광주리 같았다. 

"참 팔자라는 게 어쩔 수는 없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그런 거 물어봐요.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우리는 흐름 전체를 바꾸진 못해요. 그런데 작은 부분들은 달라요. 이를테면 각자 운명의 갈림길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고비"

"거기 가면 죽어, 저기 가면 살아 같은. 고비가 있을 때 지혜롭게 넘어가는 걸 알려주죠. 그래서 우리가 있는 거예요. 내가 운명을 다 바꿀 순 없어요. 그러면 나부터도 무당이 안 됐지. 근데 그럴 순 없잖아요?"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지난해 가을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 경쟁부문과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이 전부다. 국제영화제에 더 어필되야 작품성을 인정받지 않을까 싶다. 

다큐영화로 한 우물만 파왔던 박혁지 감독의 내공은 '춘희막이', '오! 마이파파', '행복의 속도'로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인물. 그런 그가 7년간 공을 들인 '시간을 꿈꾸는 소녀' 또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단순히 아시아 어딘가에 존재하는 샤머니즘으로 묶어 놓기엔 스토리가 매우 독특하면서 동시에 객관적이다. 수진 양과 할머니 이경원 여사의 감성적인 교감과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는 삶은 흡사 수녀원의 일상을 많이 닮아있다.  

이 작품은 이번 주 IPTV로 공개됐다. 시청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영화관람으로 유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 각각의 힐링과 사유(思惟)는 스크린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 1차 포스터(영화사 진진 제공)
'시간을 꿈꾸는 소녀' 1차 포스터(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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