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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9.27 08:11

[권상집 칼럼] 천정부지 국내 스타 몸값, 피케티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스타 몸값의 지나친 거품, 피케티 교수의 교훈을 떠올리게 하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조성모에서 티아라까지 수많은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했던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가 사기 혐의로 고발당하며 그 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연예계 활동비 지원 명목과 같은 비상식적인 금액의 유통과 흐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이 왜 자신의 아들을 연예인으로 만들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문화일보 기사에 의해 다시 조명된 연예인의 몸값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왜 그렇게 수많은 젊은이들이 연예인을 지망하는지 알 수 있다. CF의 경우 배우 이영애가 가장 높은 몸값인 12억을 받고 있으며, 드라마의 경우 지난해 ‘예쁜 남자’에 출연한 장근석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회당 1억 5천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받고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예능에서는 1주일에 최소 8번 이상 시청자와 만나는 개그맨 신동엽이 1주에 평균 1억을 벌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즉, 하루에 최소 1,300만원 가까이 벌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필자가 연예인들의 소득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지난주에 한국을 방문하여 ‘21세기 자본’ 도서의 교훈을 알리며, 한국에 소득 불평등을 경고하고 떠난 토마 피케티 교수도 자본에 의한 소득 증가를 좋지 않게 봤기 때문에 노동의 대가로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는 연예인들의 고소득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덧 그들의 이름값 자체가 스스로 연예계에서 강력한 자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배우의 몸값이 문제가 된 건 이미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과거 강우석 감독과 배우 최민식, 송강호가 몸값과 관련하여 충돌을 일으킨 적이 있으며, 박신양 역시 ‘쩐의 전쟁’에 출연하며 출연료와 관련된 갈등을 벌인 적이 있다. 이후, 2008년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40여개 회원사와 배우 출연료 상한가를 1,500만원으로 정하자고 결의했으나 이는 현재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상태다. 이미 연예인들의 이름값 자체가 자본화되어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25일자 한국시정신문이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조사를 인용한 기사에 의하면, 지난 2012년 국내 근로자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인 월 96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 1,577만명의 평균 월 소득도 249만원에 그치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412만명의 근로자는 앞서 언급한 월 96만원의 급여만 받고 직장에서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혹자의 비평대로 최고 소득을 벌어들이는 연예인과 일반 근로자의 급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더욱이, 최근 국내 연예인들은 한류를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더욱 앞장서서 홍보하기 때문에 그들의 고소득이 무조건적으로 비판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몸값이 비이성적일 정도로 치솟는 현상에 대해서는 과감히 경고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오죽하면 평론가들조차 몸값으로 서열을 매기는 연예계를 계급사회라고 부르겠는가.

물론, 이러한 천정부지 치솟는 몸값 문제를 단순히 연예인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종편이 등장하면서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일부 배우 및 연예인들의 몸값 경쟁에 뛰어들었고, 다매체 다채널의 영향으로 연예인 몸값은 과열 양상을 나타냈다. 그 결과, 톱스타 출연료는 억대를 호가하게 되었고 연예인들의 몸값 증가 속도가 물가상승률이나 일반 직장인들의 임금상승률을 과도하게 넘어서기에 고소득 연예인 자체가 현재는 권력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특히, 연예인들이 빌딩을 통해 자본수익률을 추진하는 모습은 피케티 교수가 우리를 향해 우려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피케티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할수록 불평등이 심화됨을 경고하였다. 즉, 고소득을 버는 상위계층이 노동 대신 자본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형성할수록 건설적인 노동의 가치가 약화됨을 경고하였고, 피케티 교수는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소득 계층에 대한 부유세를 통해 건전한 시민의식과 균형 잡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인구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44.87%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48.16)보다는 낮지만 일본(40.5), 영국(39.15)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특히, 연예계 빌딩부자 상위 30명 중에 17명이 청담동에 투자했다는 소식과 기준시가에 비해 그들의 빌딩 실거래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건 이들 역시도 피케티 교수가 경고한 자본수익률에 더욱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와중에 정부는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를 인상하겠다고 난리다. 피케티 교수는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국민 최상위 소득 수준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산층이 주요 소비계층인 담배 및 주류 소비에 대한 간접세는 잘못된 정책임을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최상위계층의 소득세율이 낮은 점이 한국의 불평등 요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피케티 교수에 의하면 최상위 소득 수준의 계층에 부과하는 누진세는 결코 단순한 조세정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최상위 계층이 내는 누진세를 통해 저소득층부터 중산층, 그리고 부유층까지 포함한 모든 사회 계층이 투명한 사회를 살고 있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기에 피케티 교수는 최고소득 계층에 정당한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예인의 재테크에 대한 언론의 낯뜨거운 보도도 치졸하지만 연예인의 ‘부’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필요하다. 국가 재난에 인색하면서도 자기 빌딩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일부 연예인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물론, 이는 고소득 연예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권력화되는 시대에, 그리고 현재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직업군이 연예인이기에 그들에겐 더 투명하고 공정한 스스로의 관리가 필요하다. 피케티 교수의 조언과 우려가 비단 국내 기업들에게만 향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그들 역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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